작전 실패2 - 잉, 작전 실패루 나온 종자구먼!

사는 게 팍팍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가진 자들은 권력에 기대어 나눌 줄을 모르고 기층 민중들은 변화를 요구하며 세상을 향해 외친다. 그 가운데에서도 잃지 않는 해학이 삶 곳곳에 묻어있다. 그게, 사는 소소한 재미다. 새로 마련된 「재미진 세상」에서는 충청도말로 사람살이를 정겹게 그려가는 ‘충청도의 힘’의 저자 남덕현작가의 맛깔스러운 충청도말로 구사된 작품을 연재한다.[편집자]
▲ 사진 남덕현작가

2.

- 사주루 봐서는 야 승질 드럽기가 보통이 아닐 틴디?

- 그건 지가 숨두 안 쉬구 분명허게 말씀드릴 수 있는디 절대 애 승질은 아뉴.

- 일단 승질이 돌믄 잠두 못 자믄서 지 신세를 달달 볶지?

- 워치케 아셨데유? 지 승질 못 이겨 먹구 발광 허는 날이는 두드래기가 나서 자믄서두 지 몸을 벅벅 긁구 난리가 아뉴. 그게 다 열이 뻗쳐서 피가 탁해지믄서 생기는 거라데유.

- 말두 심허게 더듬거릴 틴디?

- 얼라? 것두 사주에 비쳐유?

- 비치구 말구! 근디 아무헌티나 비치간? 나맨치 도 통헌 사램이나 바우를 들이다 봐두 시상 돌어가는 이치가 훤히 보이지, 도 맥힌 눔들은 백날 천날 거울 치다봐두 지 니얄(내일) 팔자두 못 보는 벱이여.

- 더듬다마다유. 암만 내 새끼지만서두 '아버지 댕겨오셔유' 소리 끝까장 지둘렸다가 들어주기 보통 대간헌 게 아뉴. 것다가 지깐에는 말이 안 나오니께 전신에 심을 주구 용을 쓰는디, 보구 있자믄 지두 모르게 심을 월매나 쓰는가, 워쩔때는 그눔 입에서 말 나오기두 즌에 지 아래 입이서 똥이 다 나올 지경이유.

- 넘헌티 지구는 못 살지?

- 지구만 못 살간디유? 달나라가서두 못 살 눔이유, 그눔이. 바람직한 방면으루다 지구 못 살믄 좀 좋아유? 노상 엉뚱한 방면으루다만 오기를 뻗치니께 사램 환장헐 노릇이유.

- 참말루 사주가 좋은 쪽으루나 나쁜 쪽으루나 이 지경으루 딱 부러지는 갱우(경우)는 드문디, 나두 참말루 드물게 보는 사주여. 중간이 읎어두 너무 읎는 겨!

- 왜 아뉴! 야가 핵교 들어가기 전인디, 일곱 식구가 워디 가서 방 얻을라니께 대간햐 죽겠드믄유. 판판히 식구 많다구 딴디 가서 알아보라는 소리나 허지, 당최 어서옵쇼 소리를 몯 듣는 규. 게우 방하나 읃어서 사는디, 야허구 동갑내기 주인집 아들내미가 실수루다 우덜 화분 하나를 깨 먹은 규.

- 그려서?

- 간신히 세 들어 사는 처지에 그깐 눔의 화분 하나 깨 먹은 게 뭔 대수유? 지 마빡 까부순 것두 아닌디! 것다가 주인 아줌씨가 말이래두 죄송혀유, 새눔으루 하나 장만혀 드리겄슈, 허는디 더는 헐 말이 읎데유. 근디 그 눔의 새끼가 여피서 듣구 있다가 그답 난리를 피기 시작허는디, 월매나 민망허든가….

- 워쨌간디?

- 기어이 주인집 화분두 하나 까부수야지 이대루 지구는 못 산다는 규!

- 말릴 장사가 읎었을 틴디?

- 읎다마다유! 월매나 지랄발광을 허는지, 낭중이는 주인집 아줌씨가 ‘아자씨, 쟈 저러다가 지 승질 못 이겨 먹구 거품 물겄슈! 지 허구 싶은대루 허라구 냅둬유!’ 허는 규.

- 그려서?

- 말릴 재간이 있으야 말리쥬! 혀 볼티믄 혀 봐라, 허구 냅 두니께 이눔이 워디서 짝대기 하나를 척 들구 와설랑 주인네 화분을 쓰윽 둘러보는 규.

- 워떤 눔을 깨 잡술까 허구?

- 왜 아뉴. 참말루 주인 아줌씨 치다보기 민망허구, 저 눔이 워떤 눔을 작살을 낼라나 조마조마허구 사람 환장허겄대유.

- 갤국 깬 겨?

- 깨다마다유! 화분만 깼으믄 지가 말두 안 꺼네유.

- 화분 말구두 깬 겨?

- 깬 가는 화분이 맞는디 갤국은 산통까지 깬 거나 매 한가지유.

- 워쨌간디?

- 이눔이 월매나 신중허게 화분을 고르는지, 깐에는 주인집 아들내미가 깨먹은 화분허구 몸집이 비슷헌 눔을 고른다구 애를 쓰는디 영 마땅헌 눔이 읎는 모양이대유. 지가 봐두 크기가 한참 즉거나 크거나지 안성맞춤이 읎는 규. 워째겄나 지는 속으루 지발 맨 끄트머리에 있는 요강단지 맨치 생긴 눔을 해 잡숴라 노래를 부르구 있는디, 이눔의 새끼가 느닷읎이 젤루다 큰 눔을 냅다 내리치는 규!

- 보통 사주간디.

- 먼첨(먼저) 냅두라구 말혔다지만서두, 일이 벌어지구 나니께 주인 아줌씨가 기가 맥혀서 입술이 퍼래지더니 ‘어린 것이 겁두 읎다!’ 허믄서 문을 탁 닫구 들어가드라구유. 설마허니 어린 것이 그 큰 눔을 골라서 작살을 낼 중 누가 알았겄슈?

- 그려서?

- 마당에 서서 치다보니께 월매나 기가 맥히든가, 나두 하나 새루 사드리야 허나, 사 드린다구 한 번 퍼래 진 입술이 도루 뻘개 질라나 워쩔라나, 담 달이 딴 방을 알어보야쓸라나 워쩔라나 심란혀 죽겄드믄유. 근디 옆이서 그눔 새끼가 훌쩍훌쩍 우는 규.

- 워째서?

- 지두 막상 일을 저질르구 보니께 엄청스럽기두 허구, 겁두 나는 게비다, 그러구 부모 잘 못 만난 죄루다 어린것이 저두 모르게 셋방살이 눈치를 보믄서 살었구나, 그려서 채곡채곡 싸 놓은 분을 이 모냥으루 푸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께 월매나 딱헌지 모르겄다라구유. 그려서 좋은 소리루다가 ‘뭔 생각으루다 저 큰 눔을 고른 겨? 작은 눔두 있는디?’혔더니 글씨 이눔 헌다는 소리가….

- 뭐랬는디?

- 이눔 새끼가 멀쩡히 살어있는 지 애비를 두고 곡을 허나, 대성통곡을 허믄서 그러는 규. ‘중간이 읎쟎여! 중간이!’

- 워디 보통 사주간? 중간이 읎는 사주라구 내가 안 혔남?

영감 얘기를 듣구 있자니, 갸가 참말루 어릴 띠부텀 중간이 읎다 싶은 겨. 지 성(형)들은 순허디 순헌디 갸 하나가 월매나 애를 맥였는가 말두 못혀. 것다가 사고를 쳐두 엥간히 느닷읎이 사고를 치야 말이지. 당최 짐작을 못 허겄는 겨! 근디 점쟁이가 그러드랴.

- 야 위루 몇이나 더 있댜?

- 너이(넷)유.

- 합이 다섯인디, 줄줄이 다섯이여, 아니믄 드문드문 다섯이여?

- 위루 줄줄이 너이구, 야만 드문이유.

- 드문이여? 그러믄 작정허구 공 들여서 맹근 종잔 겨 아니믄 뜻 밖으루 나온 종잔 겨?

- 느닷읎슈!

- 잉, 작전 실패루 나온 종자구먼! 느닷읎는 승질머리가 고연히 나온 게 아니여!

- 작전 실패는 맞는디 그 방면으루다 작전 실패는 아뉴. 줄줄이 아덜만 너이구 보니께 듬직허기는 헌디 집안이 삭막혀서 딸 보자구 작전을 세운 건디 낭패루 끝난 거지.

- 잉, 다방면으루다 작전 실패구먼?

- 덩더쿵 쿵더쿵 헐라다가 이리쿵 저리쿵 헌 꼴이쥬.

- 근디 음력으루 추석 언저리믄 아직까장 더울 띠 아닌감? 참었다가 겨울에 나왔으믄 좀 좋아! 나올 띠래두 냉기를 쐬었으믄 대갈빡 피가 식으믄서 승질머리두 엥간히 숨죽었을 틴디.

- 그류? 그려두 그눔이 나오자마자 그답 갯바람에 대갈빡 피부텀 말린 출신인디?

- 고행이 워딘디?

- 군산 항구 달동네 출신이유..

- 워쩐지! 사주서 쌍고동이 울더라! 

 

남덕현 작가 1966년 대전 출생. 2013년 산문집 <충청도의 힘>, 2015년 산문집 <슬픔을 권함>을 발표했다. 2013~2014년 중앙일보에 ‘남덕현의 귀촌 일기’ 칼럼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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