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실패3 - 자식 이겨 먹는 부모 있간디?

사는 게 팍팍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가진 자들은 권력에 기대어 나눌 줄을 모르고 기층 민중들은 변화를 요구하며 세상을 향해 외친다. 그 가운데에서도 잃지 않는 해학이 삶 곳곳에 묻어있다. 그게, 사는 소소한 재미다. 새로 마련된 ‘재미진 세상’에서는, 충청도 말씨로 사람살이를 정겹게 그려가는 <충청도의 힘>의 저자 남덕현 작가의 맛깔스러운 충청도 말씨로 구사된 작품을 연재한다.
▲ 사진 남덕현 작가

3.

영감 얘기를 통으루 믿은 건 아니지만서두, 까짓 눔의 거 속는 셈치구 고쳐보자 싶은 맴이 들드먼. 속을깨미 발발 떨다가 애 신세조지믄 후제(나중) 그 책음을 내가 다 지야 쓰는디, 그띠 가서 영감탱이 지랄은 또 뭔 발광으루 받어내야 쓰나 허는 걱정이 들기두 허구. 그러구 쌍눔의 거 원제는 내가 안 속구 살었냐, 염병헐 눔의 거 내가 워디 가믄 안 속겄냐, 허는 생각이 드니께 더 따지구 자시구 헐 건덕지가 읎드라니께.

그려서 영감허구는 고치기루 합의를 봤는디, 이번이는 우덜 시엄니가 펄쩍 뛰는 겨. 반 백년 교회 댕긴 냥반 아녀? 참말루 희한헌 일두 다 있지, 일자무식에 까막눈인 냥반이 누가 갤쳐 주지두 않았는디 교회 댕기믄서 저절루 문리가 터져 갔구선 글 읽어, 숫자 시야(세), 하여튼 그 냥반은 교회 덕분에 인생 두 번 살다시피 헌 폭이라니께. 그 냥반 참, 예수를 믿어두 옴팡지게 믿었네! 쌀독에 쌀은 간당간당허지, 보리배둥 올라올라믄 당당 멀었지, 보릿고개가 코앞인디두 주일 돌아오믄 당신은 빈속으루 십리 길 걸어가는 한이 있어두 성미쌀 주머니 비워서 교회 가는 벱은 읎었으니께! 오죽혔으믄 낭중에 교회 목사가 나헌티 그렸겄어? ‘우리 송 권사님 아니었으믄 지는 십자가 매구 골고다 언덕배기 늠기두 즌에 보릿고개 늠다가 굶어 죽었을 규! 그 냥반이 여자 아브래햄이유!’ 그런 냥반이 손주 이름을 워디 족보두 읎는 점쟁이 말을 듣구 고친다구 허믄 아멘을 허겄어, 할렐루야를 허겄어? 나야 뭐 밑져야 본전으루다 고칠라믄 고치구 말라믄 말어란디, 영감은 못 고쳐서 뛰다 죽을 판인 겨. 맺날 맺칠을 시엄니허구 씨름을 허는디, 한번 은 재미지다 구경헐 만혀두 두 번 치다 볼 일은 아니드먼.

- 엄니, 손주 팔자가 모 아니믄 도라는디 워디 간당간당혀서 여피서 치다보구나 살 겄슈? 고집두 부리실 걸 부리시야지!

- 맬깡 지 허기 나름인 겨! 저만 잘허믄 모 나오지 도가 나간디? 그러구 사램 팔자가 다 모 아니믄 도지 밸루 달븐 구석이 워디가 있댜? 어채피 천국 아니믄 지옥불 아녀? 믿으믄 모 나드끼 천국이구, 안 믿으믄 도 나드끼 지옥이구, 지 허기 나름인 겨!

- 시방 여그서 천국 지옥이 왜 나온대유? 지가 시방 그 방면으루다 허는 애기가 아니쟎유.

- 아, 이치루 보믄 그렇다는 겨. 왔다배긴지 갔다배긴지가 모 아니믄 도라구 혔다믄서?

- 그류.

- 천국 아니믄 지옥이나, 모 아니믄 도나, 이치루다 보믄 뭐가 달버?

- 사는 동안이 이치허구 죽은 다음이 이치허구 같유?

- 애비는 워쩐가 몰러두 나는 살아서두 천국, 죽어서두 천국, 살아서두 지옥, 죽어서두 지옥인 겨! 나는 그 이치 말구는 아는 이치가 읎으니께.

- 환정허겄네! 천국 아니믄 지옥 말구는 아무짝에두 쓸모가 읎는 규? 왔다리 갔다리는 못 현다혀두 이두저두 아니게 중립적으루 살믄 못 쓰는 규? 워째 엄니두 중간이 읎데유? 그눔 사주에 워째 중간이 읎는지 인자 알겄슈! 참말루 핏줄이 워디 가간디?

씨두 안 먹히는 겨!

그 뒤루 서루 데면데면 허는디 나만 중간에 짜부가 되같구 죽을 맛이드라구. 원래부텀 모자지간이 살갑지는 않았지만서두, 그려두 밥 먹을 띠는 테리비 연속극 봐 가믄서 영감이 ‘저런 쳐 죽일 눔’ 허믄 시엄니가 ‘저런 급살 맞을 눔’ 허구, 시엄니가 ‘저런 시병통(계절병) 맞을 년’ 허믄 영감이 ‘저런 배락 맞을 년’ 허믄서, 주거니 받거니 다정히 겸상이었는디 것두 싹 읎어진 겨. 밥상두 따루 받어, 밭이서 일 할 띠두 서루 먼 고랑이서 따루 호미질 햐, 장날이두 오전 반 오후 반으루 따루 댕겨와, 두 냥반이 참말루 어지간허대. 그러다가 주일이 돌아왔는디 시엄니가 교회 갈 채비를 허믄서 흥얼흥얼 찬송을 부르시는 겨. ‘한 걸음, 한 걸음 주님께 더 가차이(가까이)~ 한 걸음, 한 걸음 오늘도 난 가겄네~’ 그렸더니 영감이 느닷읎이 시엄니헌티 대들기 시작허는디, 허! 참말루 느닷읎는 그눔 승질머리가 워디서 왔는가 알겄드먼! 핏줄이 워디 가간디?

- 엄니는 시방 콧노래가 나와유?

- 시방 내가 애비 코루다 부르는 겨? 내 코루 내가 부르는디 뭔 챔견이랴? 니 코는 부르라구 줘두 싫은디? 맨날 술독에 슥자는 빠져 있는 눔의 코, 워디 그런 코루다 경건헌 찬송가를 부른댜?

- 엄니는 좋겄슈! 한 걸음, 한 걸음씩만 가두 떡 허니 천국이 지둘리구 있으니께.

- 암만!

- 누구는 도가 나두 천국인디, 누구는 도가 나서 지옥이구먼!

- 뭔 소리를 허구 싶어서 서론이 질댜?

- 아, 윷판이서 도 나믄 한 걸음 아뉴?

- 근디?

- 엄니는 노상 도가 나두 천국 가시는디, 손주 새끼는 앞으루 노상 도가 나서 생지옥을 살게 생겼으니께 허는 소리 아뉴! 넘들은 허다못혀 개라두 난다는디, 손주 새끼는 열 번 놀믄 열두 번이 도라구 안 혀유? 원제 넘들 쫒아간댜? 시상 탈락허는 거 인자 시간 문제니께!

- 왔다배긴가 갔다배긴가 또 그 소리여? 경건헌 주일날 헐 소리가 따루 있지!

- 종내 못 고친다 이거쥬? 시방?

- 시방이구 나발이구 믿는 집안이서 그런 일은 읎는 겨!

- 내가 여태까정 엄니 교회 댕기는 거 한번두 고깝게 본 즉 읎는디, 이번이는 기냥 넘어갈라니께 천불이 나서 못 견디겄슈. 진 말 안 헐테니께 이 말만 듣구 가유.

- 혀 봐.

- 자석 새끼 다치는 꼴 못 보는 건 지나 엄니가 믿는 하느님이나 매한가지라구 봐유 지는. 하느님이 죽은 자석 되살이시켜서 집으루 왜 댈꾸 갔겄슈? 지냥 놔두믄 또 못질당할깨미 그런 거 아뉴? 나 같어두 그 꼴 한 번은 봐두, 두 번은 못 보니께!

- 시방 뭐를 워디다 갖다 부치는 겨?

- 지 말이 틀류? 낭중이 도루 내려 보내마 허셨을랑가는 몰러두, 당장 내 새끼 두 번 죽게 생겼는디 워디든 넘들이 해코지 못허는 디루다 댈꾸 가는게 급허지 뭐가 급허대유? 부모 맴은 똑같은 규! 그러구 엄니두 생각을 혀 봐유. 되살이혔는디 하늘루 올라가기는 왜 간대유? 사램덜허구 헌티루 여태 장 살았으믄 눈으루 빤히 보이는디 워떤 눔이 안 믿구 배기겄슈?

- 연설허구 자빠졌네!

- 자빠지긴 누가 자빠져유? 지가 시방 누워있기를 혀유, 앉아있기를 혀유, 멀쩡히 서 있는디? 엄니 말씀마따나 하나님 소원이 시상 모든 사램덜이 예수 믿구 천국 가는 거라믄서유? 그러믄 당신 자석이 두 번, 시 번 죽는 한이 있드래두 집으루 댈꾸 갈 일은 아니쥬! 사램들 여피서 한티 살게 냅뒀으믄 믿지 말래두 믿을 거 아뉴? 실패두 보통 작전 실패가 아닌 규!

- 시방 하나님 탓허는 겨?

- 엄니 말씀대루 술독에 노상 코가 슥자나 빠져 사는 눔이 누굴 탓허겄슈? 저 살자구 넘의 자석 피 흘리매 죽는 꼴 보자 댐빌 수 있간디유? 사램이 염치가 있으야지! 이치가 그렇다는 규, 이치가! 하느님두 갤국 자석 두 번 피 흘리는 꼴은 못 보겄다 싶으니께 냉큼 살려서 댈꾸 갔는디, 지가 지 새끼 이름 하나 못 고치냐 이거유! 같이 자석 둔 처지루다가 지맨치 못 배워먹은 눔두 염치를 아니께 하나님 탓 못허는 건디, 설마허니 지보덤 웃질두 한참이나 웃질인 하나님이 염치두 읎이 지 탓헐 리가 있겄냐, 이거유 시방!

- 자석이믄 똑같은 자석이구, 부모믄 똑같은 부모인겨? 워디다 하나님 부자지간을 사램 부지간에다 갖다 부친댜 부치기를?

- 달븐가는 몰러두 한 가지는 같유.

- 뭐가 같은디?

- 자석 이겨 먹는 부모 봤슈? 지는 못 봤슈! 자석 앞이 장사 읎는 규!

영감탱이, 그런 청산유수가 읎는 겨! 시엄니가 더는 말을 못 허구 춘삼월 갓 피어난 꽃 이파리 느닷읎는 장대비에 떨드끼 바들바들 떨기만 허시는디, 까딱허믄 낙화유수 짝나겄드라구. 그려두 원판 믿음이 좋은 냥반이니께 꼿꼿허니 버티시다가 주여, 주여 몇 번 허시드니 쌩허구 나가시대. 그러구선 또 맺날 맺칠을 데면데면이었는디, 하루는 시엄니가 우덜을 불러 앉혀 놓구 그러시는 겨.

- 인자 고쳐두 쓰겄다!

기절초풍허겄데! 영감허구 한바탕 치루구 나서 하루두 안 거르구 새벽 기도를 댕기시드만 하날에서 응답을 받으셨는가 싶데? 그려서 내가 여쭤 봤지.

- 고치라구 하날에서 기도 응답 내려온 규?

- 아녀.

- 근디 뭔 일이래유?

- 아랫것덜이 뭐혀두 되겄습니까, 안 되겄습니까 여쭙는디 상전이 암말두 읎으믄 니들 뜻대루 혀라 허는 거랑 한 가지지 뭐겄냐!

- 더 안 지둘려두 밸 탈 읎겄슈?

- 시상천지 하나님 한 분 말구는 읎다는디, 워디 가나 맬깡 하나님 아니겄남? 절에 가믄 부처님이 하나님이구, 점집 가믄 산신령이 하나님이지, 안 그려? 맬깡 하나님인디 뭔 탈이 있겄어?

갤국 영감이 시엄니를 이겨 먹은 건디, 자식 눔 지구는 못 사는 승질머리가 워디서 왔겄나 싶데! 핏줄이 워디 가간디? 그러구 자식 이겨 먹는 부모 있간디?

 

남덕현 작가 1966년 대전 출생. 2013년 산문집 <충청도의 힘>, 2015년 산문집 <슬픔을 권함>을 발표했다. 2013~2014년 중앙일보에 ‘남덕현의 귀촌 일기’ 칼럼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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