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부터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시작
“우리는 국가권력이 가하는 압력 때문에 당황하거나 동요하는 대신 다수로부터 소수의 자유에 대한 보장과 구현으로도 우리의 주권을 확장해 가려고 한다. 연극은 타인과 관계 속에 있는 인간을 주제로 다루며 극장에서 공연될 때 완전한 생명을 얻는다. 사람이기에 그 자체로서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전제에 대항하는 모든 종류의 것들에 저항할 것이다.”
한국 연극의 역사와 연극인들의 피와 땀,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학로 연극판에 다시 저항의 무대가 떠오른다. 입에 재갈을 물리는 자와 재갈을 버리고 예술혼으로 맞서려는 이들 사이에 한 판 사투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연극이 저항으로 비춰지는 시대는 많았다. 특히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시대에는 더 그랬다. 연극은 바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몸짓이니까. 세상을 향한 인간의 자유의지이자 외침이니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과정에서의 외압, 국립국악원의 일방적 프로그램 취소, 부산영화제에 대한 부산시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 정부지원 심의 과정에서 일어난 불합리한 탈락 등 입맛에 맞지 않는 예술인들 솎아내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항하는 연극계 예술권리장전 행동인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가 오는 9일 저녁 8시 연우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 4월25일 ‘권력과 자본이 공공의 영역에 가하는 치사하고 유치한 행패에 극심한 굴욕감과 고통을 체감하며 연극인들이 극장 안에서 극장 밖으로의 싸움을 시작한다’고 선언한 지 한 달 반 만에(4월25일 킥오프파티) 무대 위에서 연극저항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젊은 연출가 21명과 20개 극단이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5개월간 ‘검열시대’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풀어가는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첫 공연은 검열사태에 대한 연극인들의 답변형식으로 구성된 김재엽 작·연출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다.
예술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잣대로 재단하고 가위질로 예술인들의 자존감을 박탈한 검열사태에 대해 실명까지 거론하며 적나라한 검열의 형태들을 보여줄 이번 작품은 ‘드림플레이테제21’가 만들었다.
5개월간 연극 대장정의 첫 공연이 끝난 다음엔 10월 말까지 매주 한 편씩 작품을 선보이고 21명의 참여 연출가가 함께 하는 오프닝 파티도 예정돼 있으며, <검열각하> 전체 작품을 관람하고 이야기와 글쓰기를 통해 ‘검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모으고 전하는 역할을 할 ‘관객수다모임’도 시작한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는 그동안 예술 작품들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가 작품의 내용과 예술가의 성향에 따라 모호하게 적용되는 현실과 맞물려 지난 봄 ‘세월호 관련 내용’이라는 이유로 젊은 연출가들이 준비한 대학로예술극장 카페 공연이 제지당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일방적으로 공연을 제지당한 젊은 연출가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부당한 형태에 항의하는 거리행동을 펼치며 현 정부의 예술지원제도의 문제점과 그들이 내세우는 예술의 공공성 의미를 짚어보고 유신정권으로 회귀하는 검열의 시대에 예술로 저항하겠다는 의지로 이번 연극행동을 마련했다.
첫 행동주간인 6월에는 검열의 언어가 난무하는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포르노에 중독된 세상을 직시하는 <그러므로 포르노>를 김수정 연출로 ‘극단 신세계’에서 올리고, 안티고네를 통해 검열과 통제, 자유를 말하는 부새롬 연출,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안티고네2016>, 국가가 행하는 검열 찬성의 기제 작동에 대해 살펴보는 전인철 연출, ‘극단 돌파구’의 <해야 된다> 등, 총 네 작품이 오는 7월3일까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아울러 오는 10월30일까지 연극행동 대장정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무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이야기와(XX의 기적┃응용연극연구소┃박해성 외 연출) 불신을 조장하는 검열과 권력에 대해 고발하고(불신의 힘┃프로젝트그룹 쌍시옷┃송정안 작·연출) 삭제와 배제, 규제 등 금지된 것들에 대한 사유도 나눈다(15분┃극단 달나라동백꽃┃윤혜숙 연출)
생각하고 소리치는 자유를 빼앗는 검열로부터 무대라는 광장에서 자유를 다시 되찾기 위한 몸부림도 시도하고(광장의 왕┃프로젝트 내친김에┃김정 각색·연출) 우리 또한 검열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암시(이반검열┃전화벨이 울린다┃이연주)와 검열에 대한 경계심과 분노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도 보여준다. (금지된 장난┃극단 산수유┃공동창작·류주연 연출)
게릴라적인 저항을 시도하는 도시탐험극이 펼쳐지고(삐끼들┃크리에이티브 바키 | 이경성 연출) 은밀하게 누설하는 몇 가지의 검열 응대법이 소개되며(아라베스크 | 극단 놀땅 | 공동창작·최진아), 죽음에 담긴 검열이 통치와 개발에서 기인했을 수 있다(NORTHFACE | 극단 창세 | 안정민 작·백석현 연출)는 의문도 제기한다.
내부분열과 자기검열을 부추기는 예술지원금에 대해 갈등하는 햄릿이 등장하고(고래햄릿 | 극단 고래 | 이해성 각색·연출) 사회부조리 고발자에 대한 고뇌(고발자들 | 그린피그| 박상현 작·연출), 뜬금없이 그러나 쉽게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그때 그 사람’이 흘러나오고(그때 그 사람 | 극단 산 | 윤정환 작·연출) 히틀러를 통해 나치를 통치한 영악한 홍보맨 괴벨스이야기도 들려준다(괴벨스 특강 | 극단 파수꾼 | 오세혁 작·이은준 연출)
분단된 국가에서 살아가는 CCIG-K 요원들의 고통(씨씨아이쥐케이 | 극단 해인 | 이양구 작·연출)은 물론, 냉전체제를 거쳐온 검열의 연대기를 반추하며(낙인과 배제의 사회사 | 공동창작·임인자 연출) 독재시대 흉내도 모자라 왕정시대로 돌아가는 현실 풍자(털과 검열관 | 극단 미인 | 장석원 작·김수희 연출)와 검열의 대한민국을 검열(대한국사람 | 공상집단 뚱딴지 | 황이선 문삼화 연출)한다.
이번 <검열각하>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검열 발언’을 위해 대관료, 홍보비, 운영비 등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공용 예산 4300만 원을 텀블벅을 이용한 풀뿌리 후원으로 모으고 있는데, 현재 75%인 3200여만 원 정도 기금이 마련됐다.
후원은 오는 16일까지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텀블벅 후원자에게는 17일부터 관람 가능한 공연티켓 등을 제공한다. 초대권 없이 전석 1만원이다.
- 텀블벅으로 후원하기 : www.tumblbug.com/projectforright
- 계좌 직접 후원 : 우리은행 1005-702-539358 김수희(극단미인)
- 예매처_(개별공연) 플레이티켓 www.playticket.co.kr
(6월 패키지 티켓) 인터파크 ticket.interpark.com
- 입장권_전석 균일 10,000원 * 초대·할인·프레스 티켓 없음
- 문의_고주영 010 6326 3556 project.for.right@gmail.comrigh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