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일반화와 뻥튀기식 ‘제목장사’로 ‘트럼프 반대행동’ 고립화 속셈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원내 정당으론 유일하게 민중당이 여기에 적극 가세하자 조선일보가 사설까지 동원해 ‘민중당=통진당 재건’ 낙인찍기로 고립화를 기도하고 있다. 민중당은 물론이고 트럼프 방한에 반대하는 진보민중진영을, 국가보안법 체제 전가의 보도인 ‘종북’ 마녀사냥으로 강제해산시킨 통합진보당과 등치시켜 트럼프 반대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조선일보는 6일자 사설 <反美(반미) 시위로 부활 시도하는 통진당 세력>에서 “옛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민중당이 최근 반미(反美) 시위에 적극 나서며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민중당의 구성원과 기본 정책, 활동을 보면 ‘통진당의 부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헌법재판소는 2014년 ‘통진당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정당’이라며 통진당을 해산시켰다”고 환기시키곤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이 세력이 정권이 바뀌자 민중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이석기 석방’과 ‘반미’ 등을 외치며 부활을 꾀하고 있”다고 ‘민중당=통진당 재건’ 구도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면서 “정당법 40조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경우 강령 또는 기본 정책이 같거나 유사한 정당을 만들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해산 정당의 구성원에 대한 정치활동은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개탄하기까지 했다. 민중당이 강령이나 기본정책이 통진당과 같거나 유사한데 해산 정당 출신 구성원의 정치활동을 막을 방법이 없어 어쩌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는 투다.

이뿐 아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4일자엔 <통진당 사람들, 反美(반미)시위대 앞에서 뛴다>와 <불평등 韓美(한미)관계 청산, 재벌 독점 해체… 민중당 강령, 옛 통진당과 판박이>란 기사에서 ‘민중당=통진당 재건’ 주장을 집중 설파했다. 조선일보가 4일 ‘민중당=통진당 재건’ 보도에 집중한 것은 바로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NO) 트럼프 공동행동’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집회를 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말판 두 꼭지에다 월요일자 사설까지 동원해 여론전을 펼친 게 트럼프 반대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막아보겠다는 속셈인 것은 불문가지.

물론 조선일보는 민중당이 “지난달 15일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합쳐 출범했다”거나 “당원 80%가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이란 사실과 해명도 ‘충실히(?)’ 전했다.

10월 출범한 민중당이 8월부터 ‘이석기 석방’ 1인 시위? 

하지만 ‘민중당=통진당 재건’이란 낙인찍기에 매몰된 나머지 과도한 일반화와 뻥튀기식 ‘제목 장사’를 해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먼저 조선일보가 ‘민중당=통진당 재건’ 프레임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이석기 전 의원 석방운동’ 관련 보도를 보자. “민중당은 반미운동 중에 집요하게 요구하는 사안이 있다. 2015년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이다. 지난해 말 촛불시위 현장에서 통진당 출신들은 이 전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민중당 인사 등은 지난 8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이 전 의원 등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4일자 <통진당 사람들, 反美(반미)시위대 앞에서 뛴다> 중)

그런데 안타깝게도 ‘민중당 인사 등’이 청와대 앞에서 “이 전 의원 등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던 지난 8월엔 민중당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기네가 사설에서 밝혔듯 민중당은 “지난달(10월) 15일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합쳐 출범했다.” 그런데 민중당 인사가 창당도 하기 두 달 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니 꿈속에서 본 게 아니라면 ‘의지의 과잉’과 ‘색안경’이 빚은 ‘일반화의 오류’이다. 

다음으로 4일자 <불평등 韓美(한미)관계 청산, 재벌 독점 해체… 민중당 강령, 옛 통진당과 판박이>에선 기사 내용마저 외면한 ‘제목장사’의 민낯을 보여줬다.

‘판박이’란 낱말은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아 변화가 없거나 비슷하게 닮은 것”(네이버 국어사전 인용)을 가리킨다. ‘판박이’라 할 정도면 7~80%는 닮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민중당 강령, 옛 통진당과 판박이> 기사에선 서두에 “민중당 강령은 과거 통합진보당의 것과 유사한 내용이 상당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게 보긴 어렵다. 실제 기사를 보자.

민중당 기본정책 10개가 통진당 강령 47개 ‘판박이’? 

“민중당 강령엔 ‘일제침략과 식민지배의 잔재,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청산해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고 나와 있다. 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계승하여 전쟁과 분단 체제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며’라는 문구도 있다. 통진당 강령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종속적인 한미동맹 해체’, ‘친일·친독재 행위에 대한 역사적 심판’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민중당의 ‘일제침략과 식민지배의 잔재,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청산해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계승하여 전쟁과 분단 체제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며’라는 기본정책의 일부 문구가 통진당 강령의 ‘주한미군 철수와 종속적인 한미동맹 해체’, ‘친일·친독재 행위에 대한 역사적 심판’ 표현과 ‘판박이’라고 하는 건 억지춘향 아닐까? 정의당도 강령에서 “군사주권과 안보주권을 되찾고 평화협정을 체결해 전쟁을 종식시키며 동아시아 평화를 주도해갈 것”이고,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비롯해 남과 북의 선행 합의를 모두 존중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조선일보의 잣대대로라면 이 역시도 통진당 강령과 ‘판박이’ 아닌지 물을 법하다. 일부 문구와 표현이 유사함을 빌미 삼아 ‘판박이’ 운운은 침소봉대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잣대다. 

말이 나와서 얘기지만 민중당의 기본정책은 10개항인데 통진당 강령은 47개항에 이른다. 다른 게 더 많은 게 당연하다. 조선일보 자신도 <…민중당 강령, 옛 통진당과 판박이> 기사에서 밝혔듯 ▲민중당 강령엔 정당해산의 핵심 사유 가운데 하나였던 ‘진보적 민주주의’란 표현이 없고 ▲통진당에 없던 ‘촛불혁명을 계승한다’는 내용과 ▲‘단결의 정치를 실현하여 진보 집권을 위해 나아간다’는 문구가 있다. 또 ▲통진당 강령에 있던 ‘국가보안법 폐지’, ‘기존의 불평등 조약과 협정의 개정·폐기’란 내용도 없다. ‘유사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데 ‘판박이’ 운운은 ‘제목장사’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런 억지춘향식 제목장사가 스스로도 걸렸던 걸까? <…민중당 강령, 옛 통진당과 판박이> 기사는 한 법률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이렇게 끝맺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통진당을 해산한 것은 특정 강령을 넘어 지도부의 행동 등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민중당 창당은 강령만 봐선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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