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 3] 전교조의 힘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시작된 혁신교육은 참교육 실천이다. ‘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혁신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민주적인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편집자]

전교조 27돌 전국교사대회가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있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동료 교사들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반가운 얼굴을 찾아서 또 인사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광장 여기저기에서는 7000여명의 교사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교사들과 만나서 얼싸안고 반가움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국교사대회가 시작되면서 참가 교사들은 소속 지부의 깃발을 찾아 자리를 잡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박수하고 새로이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교조 교사들과 함께 역사 속에서 교사의 역할을 돌아보고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동료 교사들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를 통해서 다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런 기억과 경험들은 다시 학교와 지역에서 공유되고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내 사랑 전교조여~ 우리나라에 전교조가 있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정말 다행입니다.

이런 전교조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과 어떤 활동을 통해서 전교조를 만나고 조합원이 되는가? 전교조 조합원들은 또 어떤 활동을 통해서 더욱 깊게 만나고 학생들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활동가가 되어서 학교를 지키고 지역을 지키고 결국, 역사를 책임지는 전교조 교사로 단련되는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전교조는 1989년 결성되었으나 전교조 교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지역에서 교육활동을 실천하고 공부하는 작은 모임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작은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자신들 내부에서 거인을 일깨우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1989년 5월28일 전교조가 결성되었고, 1527명의 해직 교사가 발생하였지만 1527명의 해직 교사를 둘러싸고 수천 개의 작은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을 둘러 싼 작은 모임들은 힘이 셉니다.

작은 공동체 속에서 타인을 만나고 나를 만나고 협력의 기쁨을 경험한 사람들은 거인이 됩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 함께 걸으면서 날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결코 그 날개를 접을 수 없는 일입니다.

2016년 5월28일 전국교사대회 전날에도 전국의 학교에서는 많은 작은 모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모임들 중 하나인 “깨!알”과 함께 있었습니다.

인천시 부평구의 산곡남중 도서관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우리는 격주로 금요일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와 참고서적을 들고 와서 아이들 수업에 대하여 의논하며 공부했습니다.

“내일 주제는 질문하기입니다.”

“이번 질문하기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질문하는 것과 더불어 교사가 학생들에게 발문하는 것도 의논해보기로 해요.”

“너무 기대가 됩니다. 저는 참고서적을 좀 준비해가지고 갈게요.”

“오늘은 우리학교 체육대회 있는 날이에요. 저는 학교 샘들과 식사 후 좀 늦습니다.”

“오늘 저는 학급일로 마음이 우울해요. 공부준비도 못했어요. 배고파요.”

우리모임에는 11명의 구성원이 있으며, 모두 학교가 다르고 연령대도 다릅니다. 20대 후반에 모임에 들어왔던 막내 교사 은희샘은 30대 초반이 되었으며, 30대 후반에 만난 은영샘은 40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50대 후반입니다. 전교조에서 참교육실장을 맡고 있는 천사도 있고, 교육청 혁신과에서 일하는 천사도 있습니다. 물론 일반학교 참꽃교사들이 많고요, 혁신학교에서 일하는 여신들도 있고, 국가보안법으로 재판 중에 직위해제된 교사도 있습니다. 우리의 공통점은 전교조를 사랑하는 교사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힘이고 교육의 희망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일터에서 하루일과를 마치고 함께 모이는 시간은 6시 이후입니다. 우리는 만나면 서로를 반갑게 환영하고 안아줍니다. 학교에서 여러 가지 안타깝고 어려운 일이 있었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 동료 교사들이 괜찮다고 토닥거려주고 응원해주면 금방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우리는 만나서 아이들 이야기를 한참하고, 학교에 내려온 터무니없는 공문이나 교육정책들에 대하여 한탄하면서 밥을 같이 먹습니다. 그리고 국어교육의 장르에 따른 수업지도안을 짜기도 하고 수업과 연관 지어 교사로서 꼭 읽어야할 책들을 서로 읽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 함께 공부하는 주제는 ‘질문하기’입니다. 교사가 어떻게 질문을 하는 것이 학생들이 더 잘 배우도록 하는가의 문제와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질문하는 방법을 안내할 것인가를 두고 함께 지혜를 모아 정리합니다.

자신이 읽고 감동을 받았던 좋은 그림책과 동화, 시, 소설을 공유합니다. 각자의 수업시간에 아이들로부터 배웠던 것들을 공유하고 자신의 수업을 초대하여 함께 보기도 하고 수업영상을 찍기도 합니다.

작년 4월에, 저는 우리 깨알선생님들과 함께 중학교 1학년 시수업을 디자인하고 공개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깨알선생님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을 함께 보고 수업영상을 촬영하였습니다. 이런 공개수업이 얼마나 떨리고 얼마나 행복한 수업이었는지 수업을 해보기 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전교조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공동체의 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어디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연대와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의 내면에 살아있는 거인을 일상의 생활 속으로 이끌어낼까요?

마침내 이 땅에서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그리고 어린 주인들을 제대로 안내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전교조를 결성할 당시인 27년 전에도 교사들은 작은 모임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만나서 생활을 나누고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작은 모임들은 교육혁신의 뿌리이며 교육희망입니다.

 

박미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쉬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로 있으며 담쟁이 조합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와 ‘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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