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국 반전평화단체 ‘앤서콜리션’의 브라이언 베커 대표

▲미국 반전평화단체인 '앤서콜리션'의 브라이언 베커 대표가 장민호 미국 통신원과 함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인증샷을 찍었다.[사진제공 : 장민호 통신원]

“트럼프가 집권하면 연방정부 청사 앞에서 이미 미국 인구의 17%를 웃도는 중남미,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및 이민 노동자들의 격렬한 투쟁이 매일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현 지배층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주목 받는 ‘트럼프 현상’에 대해 현지의 진보인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23일(한국 시각 24일 새벽) 미 워싱턴디씨의 한 카페에서 장민호 미국 통신원이 현지 주요 반전평화단체인 ‘앤서콜리션(ANSWER Coalition)’의 브라이언 베커(Brian Becker) 대표를 만나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려 짤막 인터뷰를 했다.

베커 대표는 트럼프의 극우주의적 성향과 관련해 “집권할 경우 그는 우선 1940년대 2차 대전 이전 미 공화당이 고수해 온 고전적인 고립주의(Classical Isolationism)를 표방할 것”이라며 “그는 고립주의 및 대외 불간섭 외교원칙 등을 표방하며 (진보적 입장이 아닌)극우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및 전쟁을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가능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의 대선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의 언행과 공표된 정책들이 미국의 대내외 지배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지만 몰락한 백인 중산층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혐오하고 트럼프를 선호하는 당면 현실을 정치공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으며, 공화당은 정파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는 만큼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은 보기보다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현재 한국 독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주한미군 철수”, “북한(조선)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 가능성” 발언 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그의 극우 파시스트적 정치성향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2016년 미 대선에서 나타난 ‘트럼프 현상’의 배경은?

“우선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의미는 1930년대 독일에서 히틀러의 그것과 여러 모로 다르다. 히틀러는 진정한 의미에서 파시즘으로 조직화된 대중운동을 대변했으며, 그는 집권 즉시 독일 좌파들을 격멸했다. 공산당과 사회주의 정당들은 불과 몇 달 사이에 불법화되고 수많은 당 지도자들과 당원들이 투옥, 처형됐으며 잘 알려진 집단수용소는 본래 유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산당 등 좌파들을 가두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조합과 좌파들은 말 그대로 수개월 만에 격파(Crash)됐다.

반면 2016년 대선에서 미국에 조성된 정치적 역관계 및 대중적 기반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 우선 트럼프의 정치적 목적이 미국의 좌파, 진보세력들을 격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보는 주된 이유는 공산당의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1930년대 독일과는 달리 1940년대 이후 집요하게 지속돼 온 광란적 매카시즘으로 인해 2016년 현재 미국의 좌파세력들은 매우 약화돼 있어 미 지배세력들이 현재의 지배체제를 흔들어가며 트럼프 같은 인물을 내세울 필요가 없다. 되레 그것은 새로운 사회, 정치적 갈등과 대중적 저항을 격발시켜 체제 안정성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가 집권하면 연방정부 청사 앞에서 이미 미국 인구의 17%를 웃도는 중남미,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및 이민 노동자들의 격렬한 투쟁이 매일 벌어질 것이다.

트럼프 1930년대 유럽의 고전적 파시스트와는 매우 달라

그래서 미국의 현 지배층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1930년대 유럽에서 나타났던 고전적 파시스트와는 매우 다른 것이다.

이렇듯 미 지배계층으로부터 지지 받지 못함에도 그가 미 선거 정국에서 급속히 부각된 것은 현재 다수 미국 유권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매우 혐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1993년 빌 클린턴 집권 이후 지속돼 온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미국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중산층들의 삶을 파괴하고 몰락시켜 왔기 때문이다.”

- 그렇듯 미 지배계층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데도 그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미 지배층들이 전반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지만 공화당 일부 정파들은 여전히 트럼프를 정파적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의 집권은 가능하다. 어쨌든 트럼프의 언행과 공표된 정책들이 미국의 대내외 지배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지만 몰락한 백인 중산층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혐오하고 트럼프를 선호하는 당면 현실을 정치공학적으로 무시할 수 없으며, 공화당은 정파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는 만큼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은 보기보다 상당하다.

트럼프, 스윙 스테이트서 이기면 집권가능성 매우 높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그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있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 미국에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이긴다면 그의 집권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 20년 동안 노동계급이 무력화되고 축출당해 온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는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강대한 미국”, “순수 미국인들만의 직장 지키기” 따위의 데마고기(demagogy. 선동적 허위선전)에 가까운 구호를 들어도 계급투쟁이 마비되고 정치혐오증이 만연한 이 지역에서 트럼프를 찍을 대중은 넘쳐난다.”

- 만일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 같은가?

“그가 집권할 경우 그는 우선 1940년대 2차 대전 이전 미 공화당이 고수해 온 고전적인 고립주의(Classical Isolationism)를 표방할 것이다.

그는 고립주의 및 대외 불간섭 외교원칙 등을 표방하며 (진보적 입장이 아닌)극우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및 전쟁을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가능하지 않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영국에 이어 세계 자본주의체제의 수호자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고립주의로 후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고전적 고립주의 및 대외 불간섭 외교원칙을 견지하면) 한국과 같이 미국에 예속된 국가들은 해방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럴(트럼프가 그렇게 할) 경우 미 지배세력들은 당장 그를 제거해버릴 것이다.”

-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진보적 관점에서 이른바 ‘트럼프 현상’에 대해 밀도 있는 분석을 해줘 감사드린다. 한국의 민플러스 독자들에게 베커씨의 견해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

* 통신원 인터뷰 후기 : 현재 국내의 보수, 진보를 막론한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른바 ‘트럼프 현상’의 배경과 본질 및 향후 정세에 대해 수많은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근거 없는 낙관론, 비관론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베커씨의 견해는 진보적 상식에 기초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 부족하지만 국내 민플러스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약진은 미 경제의 전반적 침체와 위기, 그리고 20년에 걸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민중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온 데 따른 것이다. 그런 가운데 매카시즘에 기초한 공화-민주 양당체제 아래 민중의 정치·경제적 요구를 반영할 진보 정치세력이 배제된 현실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또 그런 측면에서 버니 샌더스의 ‘유사 사회주의’ 돌풍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런 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버니 샌더스 현상은 미국의 보수적 양당체제가 하나의 규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국 정치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끝으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회동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치광이 취급받던 트럼프의 대외정책이 기존 미 대외정책들과 절충돼 보다 현실적인 21세기형 ‘신고립주의 외교노선’으로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는데 우리 민족의 자주적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어쨌든 ‘트럼프 현상’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군사패권적 대외정책의 전반적인 몰락을 예시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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