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학회 초청강연 “클린턴, 대통령되면 한반도 상황 더 악화될 것”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길 원한다. 비핵화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붕괴되기를 원한다. (중략)미국은 (북한과)평화협정이나 국교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남한이 그것을 주동해야 될지 모른다.”

“트럼프가 만약 대통령이 돼서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면 미국이 대한민국에 준 최대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략)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더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난 30일 함석헌학회(회장 김영호)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마련한 ‘갈퉁 교수와의 대화’ 초청 강연에서 한반도와 북미관계 등에 대해 요한 갈퉁(Johan Galtung) 교수가 한 얘기다.

▲ 평화학의 아버지 요한 갈퉁 (사진제공 NGO신문 은동기)

‘평화연구와 평화운동’을 주제로 한 이날 ‘대화’에서 갈퉁 교수는 이밖에 한일관계, 미국 대선 등 여러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 86세의 노구에도 통역을 포함해 2시간여 동안 대화를 열정적으로 이어간 ‘평화학의 아버지’ 갈퉁 교수의 주요 발언 내용을 소개한다.

■ 한반도 문제 = 폭력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갈등이 있고 갈등에 따른 트라우마가 내재돼 있다. 폭력에 대한 위협이 한반도에는 있다. 갈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1972년부터 연구해왔다.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갈등이 남북 간의 갈등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길 원한다. 비핵화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붕괴되기를 원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3가지다. 국교 정상화, 평화협정, 한반도 비핵화다. 흔히 비핵화는 북한의 핵무기 없애는 것만 생각하는데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한(전 지역의) 비핵화를 의미한다. 이런 갈등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평화이론가로서, 교수로서, 평화에 관한 다양한 일을 해오는 사람으로서 분쟁지역인 한반도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어떠한 한반도에서 여러분이 살기를 원하십니까?’

한반도는 남북한 이외에 미국과 함께 3자로 볼 수 있고 러시아, 중국, 일본까지 포함한 6자로 본다. 6자 회담은 2000년에 시작했는데 점점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북미 문제만 푼다고 한반도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동북아의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풀 수 없다. 한반도에는 남북 갈등뿐 아니라 북미간 등 갈등이 많다.

미국은 (북한과)평화협정이나 국교정상화 않을 것

북한의 인권과 자유(문제)에 대해 얘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북미 사이에서는 미국인들이 그렇게 얘기한다. 하지만 인권과 자유를 가지고 북한을 구석으로 모는 것은 점점 더 대화를 어렵게 한다.

미국은 (북한과)평화협정이나 국교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남한에서 그것을 주동해야 될지 모른다. 동등한 관계에 의해, 관계를 더 좋게 수립하는 것에 의해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지만 북한도 하나의 독립적인 국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남한도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국가 아닌가.

북한 체제에 대해서 얘기하면 기본적으로 굉장히 유교주의적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서 다시 손자로 ‘김·김·김’으로 이어지는, 충효사상에 바탕을 둬서 계속 아들에서 손자로 이어지는 한국 정신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굉장히 유교적인 전통이 강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평화를 마련하고 평화를 형성하기 시작한다면 북한도 변화할 것이다. 북한이 붕괴하기를 기다린다면 북한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에 붕괴 직전까지 간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상하건데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된다. (문제 해결의)추동력은 한국사회에서 나와야 한다.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남한사회에서 나와야 한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 한일관계 =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일본의)사과를 먼저 받아야 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일본이라는 사회를 더 작은 규모로 복사한, 그런 점이 많이 발견되는 사회다. 한국사회가 일본사회를 닮은 점은 1000가지도 더 된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사실이 많고, (국제)법이 지켜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쟁 같은 분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력하는 거다. 역사나 법적인 문제, 독도가 합법적으로 누구의 땅이냐 하는 문제는 평화를 지키는 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옳으면 당신이 틀린 거고 당신이 옳으면 내가 틀린 거고 이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자기(일본)가 옳고 한국인이 틀리다고 주장하는 거다. 이런 문제에는 민족주의가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과거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만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성노예(위안부) 문제도 중요하지만 강제노동 문제도 중요하다. 성노예뿐 아니라 노예노동도 같이 봐야 한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 얘기하면 과거의 문제는 수도 없이 많다. 무엇이 과연 대한민국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대한민국이 과거의 문제만 얘기하지 말고 현재의 문제, 특히 미국에 대항해서 미국에 자주독립을 주장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는지 현실을 다시 한 번 다른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 갈퉁교수와 통역을 맡은 원코리아 대표 정연진씨

■ 평화저널리즘 = 미국에서 발생한 9.11사태를 예로 들어보면, 폭력적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언론인들은 대통령에게 ‘이 폭력에 내재하는 갈등을 뭐라고 생각합니까? 이런 갈등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고 합니까?’라고 질문을 해야 한다.

어떤 폭력을 테러라고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이 테러가 어떤 갈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났는지 봐야 하는 거다. 그 테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물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그 질문을 회피할 것이다. 만약에 그런 질문을 회피한다면 계속 똑같은 질문을 해야 하며, 대중에게도 그 질문을 똑같이 하게 해야 한다.

■ 남북의 신뢰구축 = ‘신뢰’라는 말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전형적으로 쓰는 말인데 나는 이 신뢰에 대해서 믿지 않는다. ‘신뢰를 구축해야 된다’고 하기보다는 ‘평화를 구축해야 된다’는 말이 더 적합하다. 신뢰구축이라는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선전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제 경험에 근거해서 볼 때는 갈등 분쟁지역에서 서로가 협력하게 하고 상호간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면 이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의 신뢰 형성, 미국의 외교정책에 의해 갈등이 해결됐다고 하면, 2차 대전 이후에 37개국에서 2000만 명 이상이 희생이 됐는데 그런 희생이 왜 일어났겠나?

■ 미국 대선과 한국 = 지금 (미국의)지도적인 정치인 4명이 미국의 계속되는 전쟁에 대해 굉장히 혐오한다. 트럼프, 샌더스, 테드 크루즈, 오바마다. 트럼프는 ‘우리가 전쟁을 수행할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고 한다. 테드 크루즈는 ‘전쟁이 비생산적이다’고 얘기하고, 오바마는 뭔가 좀 해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대통령 중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이 되어 버렸다. 센더스는 여기에 대해 대안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문제에 대해 대안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가 만약 대통령이 돼서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면 미국이 대한민국에 준 최대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비무장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스위스 같은 사례가 있는데 국방을 유지하더라도 공격적인 무기가 아니라 다른 무기로써 국방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핵우산 안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방법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더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전쟁은 보통 어리석은 분석에 의해 일으킨다. 전쟁을 일으켜도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소말리아 등 이런 나라에서 미국이 전쟁을 했지만 무엇을 얻었는가. 오바마 대통령 임기 안에서 이런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오바마도 책임이 있다.

▲ 갈퉁교수와 대화를 하고 있는 함석헌학회 회원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 북한은 아직도 일본,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이것이 첫째 과제다. 둘째는 평화협정이다. 1950년부터 3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53년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비정상적인 상태를 종전협정,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을 갖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어떻게 하면 남북한 비핵화를 이룰 것이냐 이것을 강조했다.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다.

국교정상화는 외교 기관을 바꾸는 것이다. 대사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얼마나 실행할 의지가 있는 것이지, 그런 구체적인 사례가 부족해서 못 이루는 것이 아니다. 비핵화를 할 때도 어떤 식으로 검열을 해서 비핵화를 할 수가 있느냐는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할 만한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북한과)평화협정도, 국교정상화도 원치 않는다.

한반도 평화의 첫째 과제는 북미관계 정상화

지난 천년 동안 전쟁을 가장 많이 일으킨 세 나라가 있는데 미국과 이스라엘과 영국이다. 이 세 나라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장하는 나라들이다. 세 나라는 투표가 중심이 된 정치적인 민주주의를 얘기한다. 평화를 생각할 때 투표권 민주주의와 인권이 평화에 필요한 일인가, 자유가 필요하지만 자유와 인권이 있어야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냐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다. 냉전시기에도 미국보다 소련이 더 평화를 많이 얘기했다. ‘미국은 소련을 봉쇄해야 한다’는 말을 평화보다 더 많이 얘기했다. 냉전시기에 평화가 공산주의자들이 쓰는 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그런 넌센스를 극복해냈다. 그것은 평화운동과 독일에서의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다. ‘평화라는 단어는 공산주의다’라는 개념을 극복하게 하는데 도움을 줬다.

평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다. 소극적 평화는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를 이루는 것이다. 적극적 평화는 협력하고 조화를 증진하는 것이다. 두 개가 다 필요하다.

한국이 자주독립적인 나라가 되어야 된다. 어느 나라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만약 원한다면 남북 간에 평화협정을 먼저 하고 관계정상화를 하면 미국도 따라오지 않겠는가. 미국은 지구상에서 노예제를 오랫동안 유지한 나라다. 제국으로 본다면 영국제국이 망하고 소련제국이 망하고 미국이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제국이다. 미국에 새로운 정치인들이 나와서 미국의 변화를 요구하는데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 한국 대선주자 =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대선 주자가 필요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주자로 언급되는데 그에 대해서는 세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별로 성공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야심이 있는 사람이어서 임기 안에 성과를 남기기 원하는 것 같다. 반기문은 남북한의 대화를 강조했는데 그가 (남북간, 북미간)대화를 원한다면 국교정상화, 평화협정을 맺고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는 유엔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을 위해 평화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반기문 총장을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기문이 만약 대통령이 될 경우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으로 반기문이 할 수 있다면 자기의 업적을 남기는 것이다.

* 갈퉁 교수는 ‘평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석학으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 베를린대 교수를 역임했다. 오슬로평화연구소 설립을 주도했고, ‘폭력, 평화 그리고 평화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제평화학의 나침반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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