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단체와 지역 시민사회 “강북구청장, 책임지고 사퇴하라!” 강력 반발

서울 강북구에서 노점상 단속 중 스트레스로 쓰러진 노점상이 뇌사에 빠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는 용역직원들의 늑장 대응과 강북구청의 사건 왜곡·은폐 시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9일 오후 2시께 강북구청 단속반은 삼양사거리에서 생선판매 노점을 하는 60대 박모씨(여)의 아이스박스들을 발로 차며 철거를 요구했다. 잠깐의 실랑이 끝에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생선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모두 치운 직후 박씨는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주변의 노점상들이 박씨의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응급조치를 하며 단속반에게 구급차를 불러줄 것을 요구했지만 단속반은 이를 방치했고 박씨는 40분 만에야 응급실에 도착했다. 도봉구 한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박씨는 현재 뇌졸중 판정을 받고 뇌사상태에 빠졌으며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20년 넘게 남편 병간호를 하며 단속을 피해 강북구 이곳저곳을 떠돌며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업체는 박씨에 대한 단속 과정에서 몸싸움이나 욕설은 없었다면서 합법적 공무집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점단체들은 박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던 것을 볼 때 정신적 쇼크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고 늑장 대응에 대해서는 분명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노점단체들은 이밖에도 단속현장에 용역직원들로 구성된 단속반만 있고 강북구청 공무원이 동행하지 않은 점, 해당 노점상에게 먼저 계도를 하지 않고 곧바로 강압적인 철거를 시도한 점, 사람이 쓰러져 있는 와중에도 현장 책임자인 단속반장은 차량 안에서 나오지도 않은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노점상 서모씨는 “노점상들은 구청의 공무집행 차량이 도착하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미 철거를 약속한 60대 노인에게 그렇게 박스를 발로 차며 고압적 태도를 취해야 했느냐”며 단속반의 태도를 규탄했다. 

노점단체들에 따르면 강북구청은 사건 직후 “노점상들끼리 다툼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왜곡하며 책임을 떠넘겼다고 한다. 또 당시 상황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위치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미 해당 장면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노점상총연합 등 노점단체들과 정의당 강북구위원회, 노원 공동행동, 서울 민중의꿈 등 지역의 정당시민사회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단체는 22일 오전 강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겸수 강북구청장에게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박 구청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에게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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