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이 성공하려면 ‘촛불혁명’ 초심 잃어선 안 돼

▲ 사진 : 뉴시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10일 이후 연일 긍정적인 조치를 내놓으면서 희망적인 미래가 펼쳐질 것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인사, 정책 등에서 박수갈채를 받을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 탄생의 시대적 배경, 유권자의 바람 등을 파악해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촛불의 발생과 박근혜 정권의 몰락, 문재인 정권의 등장의 과정과 그 의미 등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 정권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그로 인한 대중적 분노로 대선이 앞당겨진 것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중 중요한 동력은 촛불이다. 2008년 시작되어 9년간 진화한 촛불 집회에 남녀노소 등 각계각층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 실망감을 나타낸 것이다. 즉 기존 정치권과 그 시스템에 대한 절망감, 분노를 표출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수십 년 간 실시된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누적된 총체적 모순에 대한 시민사회의 시정 요구가 촛불로 폭발한 것이다.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을 가능케 했지만, 그 이전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국정 역사 교과서 철회, 사드 배치 반대, 성과연봉제 도입 등 노동 개악 반대, 의료 민영화 반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대한 함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것이다.

촛불 집회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변혁운동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4.19혁명, 광주항쟁, 6월 항쟁 등과 같은 격렬한 민주화 투쟁을 벌여왔다. 민주시민들은 독재자에게 저항하면서 많은 피를 흘리는 등 큰 희생을 치렀고 그 결과 평화적인 정권 교체 시스템이 정착했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 국민의 정치적 권리가 서구처럼 보장되는 그런 상황으로 까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부조리, 모순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21세기 들어 그것이 촛불로 진화한 것이다.

촛불은 21세기 민주화 투쟁이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한국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변혁의 형식과 내용이 촛불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촛불 현장은 민주주의를 학습 실천하는 거대한 공론의 장이 되었다. 거기에 가면 촛불이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촛불이 원하는 변화는 전사회적인 범위에 걸쳐 있으며 정치경제 민주화 평화통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촛불 집회는 확보된 민주 공간에서 시민사회가 벌이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적 민주화 운동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거듭된 시민혁명으로 넓혀진 민주주의 공간에서 실천되는 세련된 변혁 운동이다. 독재시절의 최루탄, 계엄령, 위수령 등이 민주화 투쟁으로 제거된 공간에 걸맞게 창조된 형태의 시민운동이다. 광주항쟁, 87년 6월 항쟁을 계승한 촛불은 진화와 성숙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촛불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21세기 들어 지구촌 여러 곳에서 발생한 혁명의 한 부류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혁명은 한 국가의 정치 체제를 송두리째 바꾸거나 일부를 바꾸는 격렬한 정치, 경제, 사회적 과정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혁명이 끊임없이 일어났기 때문에 학자들은 왜 혁명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20세기 이전의 혁명은 전쟁, 내란 등을 거치면서 엄청난 인명 피해를 수반하는 피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이후의 혁명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혁명을 주도하는 세력이 비정부기구(NGO)이거나 학생들이며 혁명에 저항하는 권력자나 권력층도 무자비한 유혈진압은 하지 못한다. 유혈진압 이후의 대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미디어오늘 2008년 5월27일).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은, 지난 여러 혁명사례와 비교할 때 혁명으로 불릴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촛불은 박근혜 탄핵, 파면과 구속을 통해 민주주의와 헌법 회복의 희망을 갖게 한 대선이 실시되도록 했다. 그리고 대선을 통해 촛불을 지지한 후보가 선출되도록 하면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즉 2016년 10월 이후 최근 새 정부 출범 등을 한 묶음으로 살필 때 한국 사회에서 혁명의 한 과정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선 후 참여연대는 ‘주권자의 승리 확인한 촛불대선 결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촛불의 역사적 의미를 잘 표현했다. 즉 ‘19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이 1,700만 촛불시민이 만든 촛불대선임을 확인하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것은 주권자인 촛불 시민들의 승리가 투표 결과로 확인된 것으로 평가했다. 주권자들은 탄핵에 앞장서고 촛불정신을 계승하여 적폐청산을 공언한 후보들에게 지지를 보내줌으로써 국정농단 세력을 다시 한 번 심판했다’고 평가했다.

촛불로 인한 혁명의 첫 단계는 박근혜의 탄핵, 파면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촛불 혁명의 두 번째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촛불은 장기적으로 보면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로 등장한 뒤 세월호 참사 등을 통개 진화하면서 2016년 하반기에 폭발해 결국 박근혜 파면과 구속을 이끌어냈다. 이어 대선을 통해 촛불정신을 계승하여 적폐청산을 공언한 후보의 하나였던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촛불이 민주주의와 헌법을 짓밟았던 박 정권의 조기 퇴진을 외치고 적폐 청산의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문 정부를 정치 머슴으로 뽑아 그 실천을 위임했다. 촛불 혁명의 세 번째 단계를 예비한 것이다. 촛불은 4.19혁명과 5.18 항쟁 등에 이어 21세기의 사회 변혁을 요구하는 혁명의 단초를 열었고 그것은 진정한 민주화와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한 새로운 과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촛불 혁명은 향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 완성을 향한 진화와 진보를 거듭할 것이다. 문 정권이 이런 세계사적 의미를 잊지 말아야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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