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별기획] 국가보안법과 대선(38)

일본이 야금야금 미래의 한반도 침략 전쟁을 다각도로 준비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과거 전쟁 범죄를 부인하면서 철면피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명박근혜는 북한과의 적대감을 증폭시키면서 일본과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한이 한미일 3각 동맹 체제를 주장하는 미국에게 등 떠밀려서 그랬다 해도 북한 압박과 봉쇄에 일본과 손을 잡는 데 열심인 모습은 아이러니다. 

▲ 사진출처 일본 방위청/자위대 홈페이지

일본이 미래 어느 날 한반도 재침을 시도한다면 남한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혹시 북한과 손을 잡고 연합전선을 펴면서 공동 저지할 것을 준비한 적이 있나? 이런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무도 이런데 관심을 갖거나 연구를 하지 않는다. 북한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철천지원수와 같은 존재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안법은 이민족의 침략에 대한 다각적인 대처를 상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자들은 보안법에 크게 감사하고 있을 법하다.

일본은 가까이는 수년전부터 한반도 재침의 근거를 마련하는 조치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박근혜 정권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덜컥 합의해 줘 한일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이 얼마 전 취한 뻔뻔스런 조치는 분노를 자아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24일 오후 교과용도서검정심의회를 열고 ‘일본이 내년부터 사용할 고교 2학년용 사회과 교과의 80%가 독도가 일본 땅이거나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2017년 3월24일). 

일본은 지난 2016년 검정을 통과한 고교 1학년용 사회과 교과서의 77%에서도 이런 내용이 들어감에 따라 초·중학교는 물론 사실상 모든 고교 학생들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배우게 됐다. 자라나는 일본 청소년들이 미래의 한반도 침략을 당연시 하는 교육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끔찍하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국방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자행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5년 방위백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뒤 계속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방위백서는 일본 방공식별구역 지도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는 표기와 함께 일본 땅으로 소개하면서 "다케시마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된 채 존재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 독도를 한국 방공식별구역 범위에 넣으면서도 독도 주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일본 영공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유사시에 독도 주변이 일본 영공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작전을 하려는 흉계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실은 것과 관련해 일본의 선박, 특히 군사력은 대한민국의 승인 없이는 독도에 진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는 있다. 하지만 일본이 미군과 합동 작전을 펼 경우 한국측이 이를 제어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군은 한국군을 전시에 지휘할 수 있는 전시작전지휘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미일안보조약을 내세워 미일합동군사훈련을 한반도 주변에서 벌인다면 한국이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2차 대전 당시 자행한 전쟁 범죄를 인정치 않은 채 미래 세대에게 한국이 일본 영토를 불법 점검하고 있다고 가르치거나 국방 분야에서 한반도 군사작전 가능성을 확보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던 지난 1905년 1월 독도를 시마네 현으로 강제 편입했는데 이는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비합법적이라서 무효라는 것이 한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일본이 오늘날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게 된 것의 책임은 미국에게도 있다. 즉 2차 대전이후 일본 전쟁범죄 문제를 다룬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미국이 그 씨앗을 남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제국주의가 강점한 영토에 독도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이는 미일이 1905년 비밀리에 맺어 미국의 필리핀 지배,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조약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미래 한반도 침략 음모는 일본 방위상이 2015년 10월 '한국의 주권 범위는 휴전선 이남'이라는 발언을 한 것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한일 두 나라 간에 이 발언을 놓고 파열음이 나오면서 한반도 유사시 국제법적 상황 규정과 대응방안 모색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 사태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그해 10월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은 한국의 영토"라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연합뉴스 2015년 10월23일). 나카타니 방위상이 한 발언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과 사전 협의없이 북한에 진입할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되어 있어 국제법상 남북한의 지위는 별개의 나라로 구분되고 있는데 일본이 이런 논리를 근거로 한반도 유사시 한국과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한국의 헌법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일본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와 무관치 않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일간의 역사 분쟁 등에 대해 조속 타결 압박을 가했고 그것이 박근혜 정권이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굴욕적으로 합의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이 유엔에 가입되어 있어 각각 독자적 국가라는 국제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보안법에 따른 불법 집단으로 규정한 논거를 바탕으로 분단 문제를 접근하고 있고 국제 사회에서 이런 점이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법과 충돌하는 국내법이 대외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그에 따라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냉정한 접근이 절실하다. 

정부는 유엔 등이 악법으로 규정하고 개폐를 요구한 보안법을 존속시키기 위해 북한의 국제법상 위상에 대해서 외면하거나 그 의미를 가급적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처럼 어리석다. 외세는 일본처럼 한반도에서 이익을 챙기려 온갖 방법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한은 보안법에 묶여 한반도 유사시의 상황에 대해 북한과 협의하는 일 등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외세의 부당한 한반도 침략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남북이 힘을 합쳐 대처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보안법에 의해 미래의 사태에 대해 대처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안법에 의해 발목이 잡혀 있는 꼴이다. 이승만이 만들어 놓은 보안법이 21세기 국제상황에서 한반도 미래를 망치는 최악의 악법이 된 것이다. 보안법이 미래 세대의 장래를 망치고 있다.

한국이 자국의 헌법에 따라 북한이 한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북한이 급변 사태 등에 의해 정권이 붕괴하면 당연히 북한 땅이 한국 영토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외세는 그것을 인정치 않는 징후가 농후한 것은 이미 여러 방향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수년전 북한 정권 붕괴시 중국, 러시아 등과 분할통치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한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중국도 동북공정 사업을 벌이면서 동북아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고 특히 한반도에 대해서도 자기 논에 물 대는 식의 역사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유사시 자위대의 북한 진입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우리 땅’이라는 국내법적 당위론만을 앞세운 채 미국과 함께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에 매몰되거나 ‘북한이 도발하면 천배로 갚아주겠다’며 전면전도 불사하는 식의 결의만을 내세워서 될 일이 아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에서 파면되기 전 ‘통일대박’이라며 통일의 환상을 기회만 있으면 제시하면서도 통일 과정에 대해 침묵했다. 이는 외세의 침략적 근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직무유기였다. 

모든 경우에 대비한 통일 방법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인데 국내에서는 보안법에 막혀 멸공통일 방식 외에는 공론화가 불가능하고 이런 상황에서 외세는 미래의 한반도에서 이익을 챙겨갈 갖가지 요리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이미 박정희 때부터 남북이 공멸하는 식의 전쟁을 통한, 또는 그에 준하는 방식의 재통합 시도가 가져올 위험을 충분히 검토했고 그 결과가 7.4공동성명 등으로 합의한 바 있다. 박근혜 정권이 한반도의 평화적인 재통합 이정표인 7.4공동성명이나 6.15공동선언 등을 외면한 채 통일대박론만을 앞세우며 남한 주도의 통일 방식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하다가 한반도의 전쟁 위기만이 고조되었다. 외세는 박근혜의 근시안적이고 비자주적인 대북 정책의 허점을 노려 자국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이 된 형국이었지만 국내 어디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나 대처 움직임은 없었다.

보안법은 남북을 단일 변수로 삼아 미래를 평화적으로 개척하는 상상을 불허한다. 단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흡수통합과 같은 방식에만 주력하는 식의 남북정책은 우물 안 개구리의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냉혹한 국가이기주의를 앞세운 살벌한 이해득실 논리만이 춤추는 국제사회에서 단세포적인 대북정책으로는 설 자리가 없다. 한국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북 정책의 허점을 노린 것이 일본방위상 발언 등에서 드러난다. 아전인수격 대북정책만으로는 다양한 시각과 논리가 횡행하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 먹거리로 전락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더 늦기 전에 박근혜가 파면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남북이 갈등 대립하면 외세가 한반도를 주도하고, 남북이 화해하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 있다.– 이는 한 북한 전문가의 충고다. 오늘날 한반도 사태를 보면 이 말이 무겁게 와닿는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로 한반도의 주역 행세를 한다. 일본도 한반도를 구실로 재무장을 위한 개헌을 시도하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이다.

북한은 미국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식으로 과대평가하면서 지구촌의 주요 뉴스 메이커가 되어 있다. 북한은 미국 국력의 600분의 1정도다. 미국은 아시아 최빈국인 북한이 미국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과장법을 쓰면서 남한을 농락하고 중국에게 큰소리 친다. 미국은 북한을 핑계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 전략을 추진하려 북한 변수를 부풀리고 있다. 중국은 자국 이기주의라는 계산기를 두들기면서 북한에 대해 핵을 없애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북한과 대화하라고 권하면서도 정작 시진핑과 김정은의 만남에 대해 소극적이다. 이를 필리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중국을 한 방 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사회는 눈 뜨고 있어도 코를 베가는 식의 험악한 국가 이기주의가 판치는, 힘만이 정의인 정글과 흡사하다.

남한은 미제 무기 사드가 미국의 중국을 포위하는 미사일 방어망의 역할을 하는데도 그 배치를 강행하는데 앞장서다가 트럼프가 ‘그러면 사드 비용 1조원을 내라’는 청구서를 내미는 사태를 자초했다. 미국은 중국과 공조작전을 펴면서 북한에 대해 강온 양동작전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 중국에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 중단을 요구하거나 대북 군사적 조치를 강화하면서도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한다.

남한은 어떤가? 현재의 한반도 사태에 존재감이 전혀 없다. 미국의 품에 푹 안겨 있는 꼴이다. 주한미군에 매년 1조원 정도를 퍼주고 미제 무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이는 입장이지만 미국 앞에만 서면 꼬리를 내리고 몸을 비트는 식이다. 남측은 대북 관계에서 국방부만 보일뿐 평화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부처는 그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가는 정부의 한심하다 못해 막장과 같은 모습이다.

지난 수년간 악화된 한반도 사태 속에서 일본은 박근혜 정권에게 엄청난 양보를 얻어내 한국 정부가 야합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많은 것을 챙겼다. 박근혜는 북한 궤멸을 위해 일본과 군사적으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을 받았고 그에 굴복했다. 박근혜는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혈맹이라는 점을 앞세우면서 대북, 대일 정책을 폈는데 이는 보안법의 취지를 그대로 연장한 것과 흡사하다. 보안법의 독기가 미국의 한반도 지배를 강화하면서 일본의 군국주의를 돕고 있는 것이다.

남북은 분단 이전 1300년 동안 통일 상태였다는 점에서 미래의 어느 날 한반도의 재통합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깊이 고려한 것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다. 국제사회는 야만적인 국가이기주의가 독기를 뿜고 있어 자칫 하다가는 강대국의 노리개로 전락한다. 미국의 사드 배치 강행과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이 바로 이런 경우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자주성을 상실할 경우 국가 단위 공동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 주목할 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같은 미래의 전쟁을 예비하는 행위는 인류 전체의 이름으로 규탄되어야 한다. 나아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탁월한 대북 정책 개발 등을 위해 상상의 자유에 족쇄를 채운 보안법 철폐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일본이 미일안보조약을 앞세워 미래의 한반도를 침략할 경우 남북한이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상상력이 허용되는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 보안법을 당장 없애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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