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 한반도로 이동, 조중 접경지역에 중국군 전진배치 소문까지

▲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 재원 [사진 뉴시스]

중미정상회담이 특별한 결과 없이 탐색전 수준에서 끝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일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 항모전단을 전격 한반도로 이동시켰다. 지난 6일 중미 정상회담 와중에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을 미국 언론과 의회가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군사적 옵션’이 가동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 섞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옵션(full range of options)을 준비해 둘 것을 안보팀에 지시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맥매스터 NSC 보좌관은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을 가진 불량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역내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옵션(선택방안)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이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는데 대해서 "북한이 도발적인 행위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맥매스터 보좌관을 발언을 전했다.

한편 9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 인민해방군 선양전구(瀋陽戰區·북부전구)의 의료 및 후방 지원 부대가 북한과의 국경인 압록강 부근으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이 현지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 외무성은 지난 6일 비망록을 발표하고,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수뇌부 제거’를 노린 특수작전으로 실전 단계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쟁이 터지면 누가 선제타격했든 미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쟁의 불꽃이 튀는 경우 ‘전쟁발발의 책임’, ‘전후 처리문제’가 나선다. 한반도 정세가 통제불능의 상태로 넘어가고 열핵전쟁의 폭발상태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조기 대선으로 한국이 대선정국에 몰입되어 있는 동안,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배제된 상태에서 한반도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전쟁 위기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원래 태평양은 7함대 소속이 관할하며 3함대는 미국 서해안 해역 경비를 주로 담당한다. 올해 키리졸브 훈련에도 참가했던 칼빈슨호는 원래 3함대 소속이다. 현재 일본 요코스카에 조지워싱턴호 대체전력으로 로널드 레이건호가 정박해 있고, 다른 한 대 니미츠호는 샌디에이고에서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미 함대는 2함대 서대서양, 3함대 동태평양, 4함대 남미 5함대 인도양, 6함대 동대서양, 7함대 서태평양을 작전수역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 중심 전략(Pivot to Asia) 이후 7함대와 3함대가 대중, 대북 작전을 수행하는 체계로 전환되어 왔다. 대중국, 대북 대응에서 7함대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본 것이다.

조지프 오코인 7함대 사령관(중장)은 이 해역이 전통적으로 7함대 작전해역이었다면서, “3함대 전진배치” 구상은 스콧 스위프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2015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에도 칼빈슨호에 이어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스터릿함(DDG 104)과 듀이함(DDG 105)으로 편성된 미 해군 3함대 소속 스터릿-듀이 수상전투전대(SAG:Surface Action Group)가 미 샌디에이고를 떠나 서태평양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저지하기 위해 7함대, 3함대를 총동원하여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중미회담에서 나타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세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7일 진행된 중미정상회담은 공동성명, 공동기자회견 하나 없이 끝났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시각을 공유했으며, 북핵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이 사안(북한 문제)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독자적 방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칼빈슨호의 움직임과 관련해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서태평양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모전단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확인해주었고,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 역시 항모의 전진 배치에 대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라고 발언함으로써 대북 압박용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2월 북미간 비밀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핵 위협이 임박(imminent)했다고 판단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대중 전면적 압박공세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은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한반도 전술핵 무기 재배치, △제한적 대북 군사옵션 등 크게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식 압박공세는 단계적, 동시적, 예측불허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역시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점이다. 동아일보는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 등으로 본 트럼프의 대외정책 독트린은 ‘독트린을 따르지 말라(Don‘t Follow Doctrine)’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존 신념이라도 과감하게 버리고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것, 상대 국가가 예측할 수 없도록 해 혼란에 빠뜨리는 것, 그러면서도 동맹국의 방어는 소홀히 하지 않는 것 등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긴장상태와 관련하여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 신문은 “북한이 다음 시리아가 될까”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런 공격 방식(시라아 미사일 공격)을 북한에 적용했을 때 그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위험은 매우 크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수천문 로켓포와 다량의 단거리미사일이 서울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상징적인 군사타격은 서울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공세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오늘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목표는 북한 비핵화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 교체라는 목표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해 북한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칼빈슨 호의 한반도 배치를 ‘신중한’ 결정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경각에 달한 한반도의 운명을 두고 주변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정부와 정치권, 특히 대선주자들마저 일언반구도 없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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