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은 무조건 계속되어야 한다

▲ 사진출처 : 정세균 국회의장 페이스북

예상대로 황교안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 그의 거부는 일치감치 예견된 바다. 적폐세력의 일원인 그가 적폐청산의 맨 앞에 서있는 특검을 그대로 놔 둘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야당들이 이를 몰랐다면 어리석은 것이고, 알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자리이기에 역사적 대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안일하다. 야당들의 이런 안일한 태도야말로 국민적 지지와 압도적 다수라는 유리한 조건에서도 개혁입법을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다. 야당들은 적폐청산을 위한 단 하나의 성과인 특검마저 문 닫게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특검의 중단을 광복 직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해체와 같다고 안타까워한다. 친일파 청산을 위한 유일한 공적기구였던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권에 의해 무참히 해체됨으로써 친일의 역사가 지금까지도 친미친일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가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소녀상을 철거하라 하고, 황교안 대행이 3.1절에 한일위안부 합의를 실천하겠다고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은 전적으로 일제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쌓이고 쌓인 적폐를 청산할 때가 왔다. 그 역사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첫 자리에 특검이 있다. 특검이 반드시 계속되어야 할 근본 이유다.

특검 연장은 대통령 탄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최종변론을 마치고 이제 오는 13일 이전 최종 선고만을 남겨놓았다. 탄핵은 인용될 것이다. 그러면 즉시 자연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하고 그 주체는 특검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기왕의 최순실, 이재용 등을 비롯한 적폐 수사의 연속선상에서 책임 있는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온갖 권력형 비리의 꼭짓점이자 거짓과 기만에 가득 찬 박근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정의는 살아나지 못할 것이요, 역사를 바로세우는 시대적 과업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검의 역사적 의의와 역할이 이러하기에 황 대행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수구보수세력이 기를 쓰고 특검을 중단시키려 한 것이다. 이것은 법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수구세력들이 부패와 거짓으로 얼룩진 자신들의 본색이 더 이상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요, 또 어떻게 하든 박근혜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 대행은 특검법 연장조항의 법정신에 조금도 구애됨이 없이 궤변을 내세워 불승인한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들에 대해 “법, 이성, 합리를 기대하지 말라”고까지 말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황 대행이 특검 연장 불승인 사유로 “북한의 안보위협”을 내세우고 나아가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 대응을 내각에 주문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특검 연장 불승인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예상되는 한반도 긴장고조로 물 타기하고 각종 의혹에 대한 비판여론을 이른바 “가짜뉴스”로 몰아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이다. 한미연합훈련과 말레이시아 암살사건을 매개로 한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 공세, 사드배치 실행 등은 한반도가 다시 한 번 극도의 긴장국면으로 나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수구보수세력은 절대로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야당은 심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대선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사변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수구보수세력은 여기서 밀리면 모든 기득권이 끝난다는 위기의식에 결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야당들은 특검 연장이 가능했던 시간에 특검 연장 중단을 도모하는 세력과 대연정이나 운운하다가 이제 와서 반성은커녕 서로 ‘네 탓’ 공방이나 벌이고 있다. 참으로 뻔뻔하고 한심스런 일이다. 야당의 이런 태도야말로 정세균 국회의장이 특검 연장을 위한 직권상정을 주저하는 기본 배경이다. 진정 자신들의 과오를 알기나 하는가. 이제 자유한국당 등 수구보수세력은 전열을 정비해 한편으론 박사모를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고 다른 한편으론 한반도 긴장고조와 야합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 있는 족쇄인 특검마저 성공적으로 중단시켰다. 이제 그들은 “정권 다 넘어간 것으로 착각하지 마시라”, “승부는 지금부터다”라고 호기를 부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세균 의장은 또 다시 특검 연장을 위한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테러방지법처럼 잘못된 직권상정 전례를 만들 수 없고, 전문가들 대다수 견해도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고 했다는 이유다. 정 의장에게 기본적인 역사인식과 국민을 위한 정치철학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장은 똑똑히 알기 바란다. 국민이 정 의장을 국회로 보낸 것은 정치를 국민을 위해 잘 하라는 것이지 법적 요건을 자기 주관대로 해석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테러방지법은 국민을 억압하고 감시하기 위한 악법이고, 특검 연장법은 국민을 살리기 위한 법이다. 두 법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렇게 다른 두 법을 동렬에 놓고 법적 요건이나 따지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철학이 아니다. 더구나 잘못된 선례라니. 국민을 위한 법 제정에 잘못된 선례란 없다. 거꾸로 되도 않는 여당과의 협치니, 합의니 하다가 알맹이 빠진 법, 그조차도 못하고 특검 연장 법안처럼 사장시킨 잘못된 선례만 있을 뿐이다. 지금은 오히려 수구보수당이 반대하더라도 국민을 위한 법 제정에 국회의장이 앞장 서 국민의 환호를 받는 선례를 남겨야 할 때다. 단 한번이라도 좋다.

정 의장은 특검 연장이 옳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를 직권상정하지 않으면 결국 여당과 박근혜 일파만 도와주는 것이다. 정 의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모순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장은 지난해 20대 국회 개원부터 줄곧 개헌을 말해 왔고, 12월 탄핵 이후에도 황 대행과 국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여야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편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나아가 대선보다 중요하다고까지 주장하였다. 결국 개헌을 위해 수구보수 여당과의 대립이 필연적인 특검 연장을 회피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정 의장은 이런 의구심을 씻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금은 개헌이니 연정을 제기할 때가 아니다. 상대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결사적으로 나오는데 야당과 국회의장은 연정, 개헌 운운하며 타협적으로 나가는 것은 촛불민심을 배신하는 것이다. 지금은 사변적 국가비상사태다. 법적 요건 운운하지 말기 바란다.

국민의 명령을 듣지 않고 전문가 견해를 핑계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기회주의다. 사변적 비상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길은 없다. 정 의장은 분명히 국민의 편에 서리라 믿는다. 여야를 아우른다는 작은 명분을 얻으려다 대의를 그르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황 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걱정하지 마시라. 법이 통과된 다음부터는 야당과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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