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위한 결단을 기대하며

▲ 사진출처 : 정세균 국회의장 홈페이지

정세균 국회의장이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거부의 명분이 직권상정을 위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가능한 경우로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정 의장은 지금의 상황이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상황이 아니어서 자신이 직접 직권상정할 수 없으니 여야간 합의를 해오란 것이다.

정 의장은 정말 특검 활동기한 연장안을 여야가 합의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보여준 특검의 활약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박근혜측 수구보수세력들에게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특검은 국민에게는 영웅이지만 자유한국당에게는 저승사자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사실상 연장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그 칼날이 자신도 겨눌 수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황 대행과 자유한국당은 특검 연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정 의장 같은 경험 많은 정치인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안 될 줄 뻔히 알면서 합의하라는 것은 책임회피다.

지금은 전쟁은 아니지만 사변에 준하는 국가적 비상상황이다. 임기 도중 대통령이 물러나고 국민들이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현 상황이 사변적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변이란 말인가. 지난 석 달간 거의 매주 광장에 수십만 촛불이 타오르고, 1300만이 넘는 국민이 광장에 나와 적폐청산과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였다. 지금 한국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전쟁 이후 처음 겪는 최대의 국가적 사변기이다. 그리고 사변기 첫 임무인 적폐청산의 맨 앞에 특검이 있다.

특검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야당들이 지리멸렬하게 단 한건의 개혁입법도 처리하지 못하는 이 한심한 상황에서 특검마저 중도에 문을 닫게 된다면 한동안 숨죽이던 적폐세력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일어설 것이다. 벌써부터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이라고 내란선동을 행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절대로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바로 그 첫 대응이 어떻게든 특검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말려 들어가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특검 연장의 무산 책임을 황교안 권한대행에게만 돌리고 있다. 물론 일차적 책임은 그에게 있다. 그러나 야당은 그간 무엇을 하였는가. 황 대행이 연장 동의를 안 할 것을 몰랐단 말인가. 이미 수십 차례 특검 연장을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을 국민이 요구했음에도 눈치나 보다가 특검 종료기한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서야 남 탓하는 것은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처사다.

이제 공은 정세균 의장에게 돌아갔다. 위대한 역사는 국민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만 역사의 굽이굽이 특정한 지점에서는 자각한 개인의 역할이 중요할 때가 있다. 매주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퇴진행동의 활동가들과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킨 영장전담 판사, 그리고 국정농단세력을 단죄하라는 역사적 소임에 충실한 특별검사팀원 모두 온갖 압력을 이겨낸 이 시대의 영웅들이다.

직권상정을 위한 사변적 국가비상사태라는 법적 요건은 갖춰져 있다. 특검을 연장하라는 국민의 명령도 이미 확인되었다. 민심을 받드는 것은 국회의장 이전에 정치인의 기본 도리다. 정 의장의 결단은 역사를 바로 세워 나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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