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인과관계 부정… 때론 영업이익 2배 가까이 폭등도

▲ 재벌총수들이 구속이나 재판 등으로 경영참가에 제한을 받는다 해도 그것이 경영위기로 드러났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사진출처: 유튜브 화면캡쳐]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법원이 무려 19시간 동안 ‘장고’한 끝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범법행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이 구속되는 것을 두고는 그 동안 엇갈린 시선이 있었다. 재벌총수들은 물론 그 누구도 법의 적용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시각과, 오히려 국가경제 차원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시각이다.

“재벌들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데 그 총수들을 구속시켜 회사경영이 어려워지면 손실은 누가 감당하냐”는 주장은 비단 수구보수단체들이 벌이는 이른바 ‘애국집회’에서만 나오는 얘기는 아니다. 주변에서도 그런 우려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월 ‘재벌총수 처벌 왜 반드시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2007~09년 삼성 스캔들 조사 및 이건희 회장 사법처리 기간이 삼성전자의 재무성과에 의미 있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에 따른 특검 수사로 2008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2년 만인 2010년 3월 경영위기를 명분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물러난 2008년 삼성전자 매출액은 약 121조 원, 2009년엔 138조 원으로 2007년의 98조 원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봐도 2008년에는 약 6조 원으로 2007년의 8조9천억 원에 견주면 큰 폭으로 떨어지지만 2009년엔 11조5천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자료로만 보면 이건희 회장이 경영위기를 명분으로 복귀하는 데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011년 1월 배임혐의로 구속수감된 이후 2014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 김 회장은 재판을 받는 동안 건강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신청해 수감생활은 오래 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주지는 자택과 병원 등으로 한정돼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 전체 매출액은 2011년 약 35조 원에서 2014년 44조5천억 원으로 상승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조세포탈,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된 이후 지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다. CJ그룹은 2012년 매출액 17조6천억 원, 영업이익 1조 원에서 2015년 매출액 21조 원, 영업이익 1조2천억 원으로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재벌그룹의 총수들은 모두 창업 2, 3세들로 특별한 경영능력의 검증 없이 세습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그래서 그들이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기업경영에 치명적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희박하다. 실제 경영지표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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