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해결! 어떻게?? -- ➂ 청년세대가 서로 채우며 진보정치 키워야 한다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과정에서 <현장언론 민플러스>가 진보 정당에서 활동하는 청년정치인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촛불정국 속 진보정치에 대한 이들의 생각과 비전은 무엇인지, 또 필요는 무엇인지가 듣고 싶었다. 좌담회엔 진보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용혜인 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 위원장, 정수연 민중연합당 대변인, 정우령 청년 민중의 꿈 대표, 장지웅 정의당 청년미래부 부본부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 손우정 상임이사가 맡았다.

 

청년 정치인의 망막에 맺힌 촛불정국의 상

사회: 2016년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뤄냈는데요, 촛불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희망 섞인 전망도 있고 뭔가 불안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모이신 분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촛불항쟁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먼저 현 정국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부터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해요.

정수연: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100만이 광장에 모이기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았어요. 87년보다 더 빠른 속도죠.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시민의 요구가 구체화되고 집중도도 높아졌어요. 처음에 거국중립내각이니 2선 후퇴니, 타협책만 강조하던 기회주의적 야당이 광장의 뜻에 따르게 되었고 결국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과 대학생이 거리로 진출하는 규모가 상상을 초월 했구요.

정우령: 단순히 촛불 들고 투쟁하는 것을 넘어 ‘항쟁’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87항쟁과 지금 촛불 비교하기도 하고 차이를 분석하곤 하는데 (현재를 보면) 대중 분노가 무능·불통 정치·양극화 현상 등등 다양한 문제에 분노하고 자기 할 말 다 해요. 마이크 잡으면 초등학생부터 나이에 상관없이 명연설을 하잖아요. 국민의 힘이 느껴져요.

용혜인: 촛불시위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플래쉬몹이나 무대행사가 민주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조명되면서 많은 것들을 놓친 부분도 있고요. 그렇지만 박근혜 퇴진투쟁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우리 사회를 87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입증된 거죠. 이번 퇴진운동에서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주권’이었어요. 헌법 제1조가 침해된 것에 불같이 화내고 200만 가까운 사람이 광장에 모이고 1000만이 거리에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해요.

장지웅: 저도 약간 우려스럽게 지켜보는 편이에요. ‘박근혜 퇴진’ 이외에 다른 요구를 앞세울 수는 없겠지만 정말 그게 다인가 싶기도 하고요. 어떤 면에선 ‘폭력/비폭력 프레임’에 촛불이 끌려간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할 말이 많았을 텐데요. 충분한 토론을 통해서 우리 안에서 합의되지 않은 것들이 마치 합의된 것처럼 이야기되는 측면도 있었던 것 같고. 어쩌면 대중들도 민주주의를 파편화된 개인들의 자유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죽 쒀서 개 준 걸까?”

사회: 오늘 오신 분들은 촛불시위 과정에서 상당히 헌신적으로 활동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또 ‘진보정치’라는 화두를 가지고 활동하신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촛불항쟁을 평가하면서 진보정당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촛불시위에서처럼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없었던 적이 있냐는 평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원외 진보정치세력은 물론이고 원내에 있는 정의당도 이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요.

장지웅: 촛불집회 5주차를 지나 6주차가 될 때였던 것 같은데요, 시민들이 제일 많이 모였을 무렵에요. 문득 ‘잘못하다간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많은 시민이 참여했는데 이게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힘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결국 힘있는 정당이 또 국민의 열망을 흡수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용혜인: 결국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건 내부적으로 콘텐츠가 없었던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 사회 속 사회·경제적 분열들이 광장에서 표출되진 않았지만 밑바탕에는 깔려있었다고 봐요. 이 에너지를 꺼내는 게 진보정당의 역할일텐데, 그걸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정말 있느냐는 걸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정수연: 진보정당이 많은 한계가 있지만, 존재감이 없다는 건 동의하기 어려워요. 지금의 양당체제로는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이 지난 총선에서도 드러났듯이, 여전히 대안 진보정당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기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뿐더러 이번 촛불을 거치면서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를 넘어 우리사회 적폐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식도 높아졌으니까요.

정우령: ‘헌재에서 탄핵 인용되면 촛불 끝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잖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촛불 들었던 이유가 단순히 박근혜 한 명 내보내기 위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계속 잘못된 것들에 분노하고 대안을 요구해야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 진보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진보정치, 대통합으로 갈 것인가 다양하게 공존할 것인가?

사회: 진보정당, 진보정치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막말로 ‘한줌도 안되는 진보정치세력’이 이리 저리 흩어져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들은 ‘자기들끼리도 저렇게 힘을 못 모으는데 어떻게 세상을 바꾸지?’하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습니다. 진보정치 ‘젊은세대’(?) 로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장지웅: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하지만 진보는 분열로 산다고 봅니다. 총선 때 4자 연대라고 물리적인 통합을 했는데 선거 뒤 당내 페미니즘 논쟁으로 일부 갈라졌어요. 서로 생각하는 진보에 대해 논의할 자리도 없었던 것이죠. 이런 것은 무의미하고 봐요. 한편 정당이 많다고 해서 다원화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워요. 그러나 분명한 건 정의당부터 시작해서 정당들마다 특색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에 무게를 두는지는 다르거든요.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정당들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요.

정우령: 다양성 측면에서는 그 말이 맞아요. 다양한 정당이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진보정당이 분열 때문에 대중의 비판을 많이 받고, 찍을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가 ‘자기들끼리도 하나 되지 못하는데 어떻게 믿겠냐’고 하는 거예요. 분열된 상태에서 민중의 요구를 정치세력화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죠. 그래서 저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이라고 봐요.

장지웅: 그런데 단합을 쉽게 이야기하지만 환원할 수 없는 차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육식만 고집하는 사람과 비건(완전 채식주의자)이 만났을 때 같은 음식 먹자고 절충안으로 야채가 곁들여 나오는 함박스테이크를 시킨다고 두 사람이 단합된 것은 아니잖아요.

정수연: 시기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선거제도가 양당체제를 견고히 하는 체제인데 이미 한국 사회가 70년째 외발인생을 살고 있어요. 남과 북이 홀로 한발씩만으로 서 있는 상황에서는 진보정치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어요. 분단 현실에서부터 현재의 선거제도까지 진보정당이 대중적 정당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과거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물리적 통합은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봐요. 그렇다면 이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데, 민중연합당은 각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연합정당이라는 모델이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민중연합당에 모여 있는 흙수저당, 농민당, 엄마당 등등은 그런 실험을 우리가 먼저 해보는 것이죠.

정수연 민중연합당 대변인. "분단 현실에서부터 현재의 선거제도까지 진보정당이 대중적 정당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데, 각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연합정당이라는 모델이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용혜인: 연합이나 통합이 진보정당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보지 않아요. 무엇보다 기존에 있었던 통합노력이 실패한 것에 대한 반성적 평가 없이 계속 통합만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봐요. 진보적 경향이나 추상적인 사회주의 원칙만 이야기하면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선거라는 단기적 목표만 앞세워서 연합해서는 선거가 끝나면 또 갈라설 수밖에 없잖아요?

사회: 성찰과 반성 없이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과오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말씀이네요. 성찰과 반성이라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다양한 방법과 형식이 가능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통과제에 대해서는 힘을 모아 주면서 과거와는 다른 관계를 아래에서부터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우령: 제가 있는 단체에서는 여러 진보정당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는 과정에 있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도 보면 비난도 하시고, 통합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 묻기도 하셔요.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만나다 보면 다양한 민중의 요구를 담는 그릇으로 통합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수연: 아직은 연합이나 통합에 대한 온도차가 큰 것 같아요. 단지 ‘서로 믿자’라는 식이 아니라 불신을 없앨 수 있는 제도나 장치 같은 것을 많이 연구해야 해요.

용혜인: 최소한의 공동의 관심사에서 공동 활동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재벌개혁을 반대하는 단위는 없으니까 이런 실천부터 같이 하는 것은 필요한 것 같아요.

장지웅: 맞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청년연대사업에 관심이 있어요. 총선 이후에 청년이슈가 싹 사라졌어요. 청년문제를 끊임없이 말했지만 사실상 콘텐츠가 없었던 거죠. 이런 문제도 공동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또 정의당 내부에서도 윗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에선 독자적 진보적 이슈로 이야기할 청년이 많이 없어요. 이런 부분도 서로 배우고 힘을 합치는 교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우령 청년 민중의 꿈 대표. "통합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묻기도 하셔요.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만나다 보면 다양한 민중의 요구를 담는 그릇으로 통합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진보정치, 청년세대가 나서야”

사회: 어떻게 보면, 진보정치 청년세대는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틀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갈등구조, 심지어는 통합에 대한 당위성도 그대로 물려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선배세대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해 오셨고 나름의 존경심도 가져야 하지만, 청년세대가 새로운 틀을 선도적으로 짜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틀, 우리가 짜볼 수 있을까요?

용혜인: 선배님들은 민중이 고통받고 있다고 하고, 통합 논쟁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진보 정당이 위기라고 말해요. 그런데 무엇이 고통이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선배들만 아는 맥락에서 정치공학적 통합만 얘기하고, 당위성만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상처만 남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정우령: 선배들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진보정치가 꽃을 피우려면 청년세대가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청년 중에는 당장 당은 해보고 싶은데 가입하고 싶은 정당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감정의 골이 없는 청년들이 정치 무대에 오르면 통합도 새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 진보진영 안에서도 청년들이 억눌려 있는 부분이 많잖아요. 청년의 요구가 실현되려면 청년이 중앙무대에 같이 서야 할 것 같아요.

정수연: 선배세대에서 청년세대로 바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선배세대 때의 문제들을 희석시키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새로운 세대가 당에서 주요 당직이나 활동에 많이 참여하다 보면 기존의 갈등의 골도 희석시키고 새로운 관계도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 여러 문제도 있지만 진보정치의 문화적 감수성이 청년세대를 못 따라 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용혜인: 광화문 집회할 때 시민 2-3000명과 어울려서 노동당 DJ박스를 열었어요. 나름대로 의미 있었다고 평가하는데 ‘왜 민중가요를 안 트냐’는 비판도 받았어요. 그런데 많은 민중가요가 8~90년대 군대 느낌의 노래고 그거 자체가 전통 유산으로 신격화될 건 아닌데도 그런 분위기를 요구하는 건 시대를 따라가고 있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정수연: 당 안에 ‘중간 허리’가 없어요.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과 (386세대)선배들 사이에 이렇다 할 중간이 없고, 청년세대나 다음 세대 정치인을 육성하는 체계도 없어요. 아주 단순한 행정실무부터 시작해서 청년 진보정치인을 키워 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절실해요. 이런 건 정당을 가리지 말고 시도되었으면 해요.

용혜인 노동당 청학위 위원장. "최근 투쟁들 ‘안녕들하십니까’나 ‘가만히 있으라’, 촛불집회 등등을 보면서 무한경쟁 시대에서 파편화돼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싸움의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해요."

용혜인: 맞아요. 청년들이 역량을 키우려면 당내에서 재정과 인력을 확보하고 실제로 당을 이해하고 운영하는 경험이 필요해요. 당이라는 것은 청년당을 유지하는 것과 다르잖아요? 최근 투쟁들 ‘안녕들하십니까’나 ‘가만히 있으라’, 촛불집회 등등을 보면서 무한경쟁 시대에서 파편화돼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싸움의 방식이 무엇일까 고민해요. 가령 지금 알바하는 청년들은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한두 명씩 일해요. 과거에 공장에 모여 있는 노동자를 조직하던 기존 노동운동 방식으론 한계가 있어요. 청년들이 정치 참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조건은 무엇인지, 또 참여했을 때 자신이 바꿔냈다는 경험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하고 개선해야죠.

장지웅: 당 활동 하며 많이 드는 생각은 ‘청년들이 자리 달라고 얘기만 하지 말고 싸워서 만들어 내라’고들 말씀하세요. 그렇다면 정정당당하게 링 위로 올라오셨으면 좋겠어요. 청년은 장갑만 끼고 링에 섰는데 선배들은 헤드기어까지 다 끼고 싸우면서, ‘같이 링 위에서 싸우니까 공정한 룰이야’, ‘것 봐, 너희가 아직 실력이 안 돼서 또 지는 거야’ 하는 식이 되죠. 저는 청년정치인들과 지도부가 한 자리에서 내부 난상토론 등을 하며 싸워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장지웅 정의당 청년미래부 부본부장. "청년은 장갑만 끼고 링에 섰는데 선배들은 헤드기어까지 다 끼고 싸우면서, ‘것 봐, 너희가 아직 실력이 안 돼서 또 지는 거야’하는 식이 되죠. 청년들과 지도부가 한 자리에서 내부 난상토론 등을 하며 싸워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사회: 오늘날 청년들은 ‘청년’이라는 이름 외에는 가진 것이 없지만, 그걸 채워 넣을 수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럴수록 청년들이라도 먼저 힘을 합쳐서 서로를 채워 줄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진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짧게 제시해 주시고, 부가설명을 해주세요.

장지웅: ‘저녁노을’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아직은 탄핵 ‘이후’ 사태 바라보면 사실 눈앞이 깜깜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깜깜한 순간에서 진보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다시 해가 떠오를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노을이다.

모두: 이렇게 시적으로 나오시다니!(웃음)

정수연: 저는 ‘체제 전환의 핵심 열쇠’라고 생각해요. 지금 세대를 87년 정치체제 97년 경제모델 두 가지를 전환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는데요, 두 체제가 남긴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개혁 추진해 나가는 세력이 돼야 하지 않나, 진보가 그러한 과업을 짊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용혜인: 저는 시대정신이 ‘평등’이라고 생각해요. ‘흙수저, 금수저’ 담론이 내포하는 것이 절망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차별을 확신하는 데서 오는 절망의 정서가 한국 사회 청년세대에 만연해 있는 거죠. 정치적 평등을 넘어서야 해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이제는 ‘민주주의를 둘러싼 투쟁’으로 넘어가야 하는 거죠. 최근 페미니즘이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노동당도 당론개정하고 이름을 ‘평등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웃음).

정우령: ‘시대의 도약’이라고 할까요? 진보정치가 왜 이렇게 됐나 돌아보면 과거에 얽매이고 갇히는 게 많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도약’이 되길 바라요.

사회: 말씀을 쭉 들어보니까 진보정치가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아직 청년세대의 에너지와 가능성은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 역시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해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이들이 앞장서야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고민과 생산적인 토론을 함께 나누기를 기대하면서 마치고자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