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제 해결! 어떻게??-- ➁ 청년 목소리 제대로 들으려면 직접민주주의 적극 활용

‘청년문제 해결! 어떻게??’ 첫 회에서 청년들은 수구보수의 ‘노답 꼰대질’을 받을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실제 청년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일단 청년세대 내부에서 ‘청년’이란 호칭 자체가 불편한 이들이 적지 않다. 청년을 나이로 묶어 단일화하는 게 사실상 무슨 의미냐는 불만이다. 예를 들어 '수저 계급론'만 봐도 이해가 될 터. 지난해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역내로 진입하는 열차를 피하지 못해 숨진 김 군과 뛰어난 승마 실력은 없어도 "돈도 실력"이라고 뽐내던 정유라 양 사이에 비슷한 점이라곤 나이밖에 없다.

정유라의 "돈도 실력"이란 말에 많은 이들이 불같이 분노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돈과 실력 중 돈이 훨씬 더 인정받는 사회의 가시밭길을 맨발로 걷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흙수저 청년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평생 내 집 마련조차 할 수 없다. 반세기 넘게 땅과 집을 ‘투자’의 영역으로 만들어 가진 자가 아파트를 수십 채씩 소유하게끔 유도한 왜곡된 부동산 정책 탓이다. ‘무상급식’이나 ‘청년수당’은 시장논리를 앞세워 건전하지 않은 파퓰리즘이라고 몰지언정, 빈집이 남아돌아도 집값은 오르도록 시장을 떠받쳐주는 명백한 모순 탓이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청년문제를 실효성 있게 해결하기 위해선 열쇠를 청년 손에 쥐여줘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가운데 20~30대 의원은 김수민(국민의당), 김해영(더불어민주당), 신보라(새누리당) 총 3명이다. 이는 전체 의석 300석 중 1%에 불과하다. '청년 정치 위상 강화'는 레토릭 속에만 존재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한편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7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4,210만 명 중 20~30대 유권자는 35.5%를 차지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2030세대를 대표할만한 청년 의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회의 1% 청년 국회의원 보완할 청년평의회와 직접민주주의 

청년 국회의원 수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은 ‘박스 밖’에 존재한다. 촛불정국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평의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며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속출하고 있다. 청년이 모여 청년문제를 논하는 청년평의회도 여러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 나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궁극적으로 국회에 전달되고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제2차 청년평의회 ‘새로운 대한민국을 부탁해!’가 청년광장 주최로 1월 21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을 위해 모인 60여 명의 청년은 자신을 “촛불정국이 시작된 이래 토요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청년”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주말과 휴식, 알바나 연애조차 뒤로 미루고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드는 이유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누구보다 절박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평의회 진행방식

이날 평의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네 명 혹은 다섯 명씩 나뉘어 하나의 모둠(조)을 구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12 모둠이 각각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모두가 평등한 토론을 지향하는 취지에서 남녀나 젠더(성 역할)를 구분하는 언어라든지 대학으로 규정하는 대화는 지양하기로 했다. 나이로 인한 차별과 권력을 없애기 위해 반말 사용을 금했다. 청년문제를 시혜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기로 했다. 각 테이블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진행 도우미’가 한 명씩 배치됐다. 가벼운 자기소개로 토론을 시작한 참석자들은 진지했다.

사회자가 토론 주제를 발표하면 모둠별로 정해진 시간 동안 토론한 뒤 진행 도우미가 각자의 발언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정리해 전송링크 주소로 보낸다. 이를 받아 미리 구성된 의제분석팀이 즉석에서 결과 내용을 분석하고 주요 쟁점을 뽑아낸다.

의제분석을 통해 좁혀진 문항을 전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토론 참가자 전원이 함께 검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다시 토론한 뒤 최종투표를 한다. 최종투표에도 거수나 투표용지는 사용되지 않는다. 참가자가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투표에 참여한다.

이와 같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이미 온라인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분석틀을 활용하니 토론회가 진행된 3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의제를 모으고 최종투표와 집계까지 할 수 있었다.

 청년에게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 1,2,3위

이날 평의회에서 중점적으로 토론이 이뤄진 주제는 ‘청년, 우리의 삶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는’이었다. (결과를 읽기에 앞서 독자분들도 한번 숙고해 보시길 권한다.)

의제분석팀에서 현장 분석을 통해 최종투표에 오를 내용을 정리했다. 참석자 전원이 스마트폰으로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온라인 투표에 참여했다.

청년들이 1순위로 호소한 것은 다름 아닌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이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뭔가를 해볼 수가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또 “이런 토론을 하려고 해도 알바 때문에 못하는 현실”을 성토하며 “이 와중에 (이랜드파크 계열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는 알바생 월급을 착취했다. 이건 착취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불법”이라고 말하며 분노했다.

전병철 씨는 “청년배당을 성남시에서 실행한다. '파퓰리즘이다' 말도 많지만 청년들이 알바 안 하고 여가시간이 생긴다면 창조성을 늘릴 수 있다. 하다못해 최저임금만 올라도 알바를 줄이고 좀 더 나은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청년수당을 지지했다.

정책과제 2위에는 교육개혁이 올랐다. 이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정치 교육, 가치 중심 교육, 시민 교육 등 쓸모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설 연휴가 시작된 26일,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A군이 가출한 뉴스가 보도되며 심각하고도 서글픈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A군은 “학원을 6개 다니는 게 싫었고, 수학 숙제도 안 해서 가족 여행으로 가본 적이 있는 부산으로 가출했다”고 밝혔다.

평의회에 모인 청년들이 교육개혁을 강변한 이유도 A군의 사연과 맥을 같이 한다.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되길 요구받는다. 실제로는 유치원에서부터 공부에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이 되길' 강요받는다. '영어 영재'를 만들기 위해 대학 등록금보다도 비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대학에 입학해도 취업을 위해 학점관리를 하고, 각종 자격증을 따고, 철저히 스펙관리를 해야 뒤처지지 않는다. 그렇게 취업전선에 뛰어들면 즉각 ‘일하는 기계’로 변신해야 한다. 직장에선 '종이컵처럼 버려지지 않을까'하는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며 '노동자'도 아닌 '근로자'로 살아간다. 이 사이클 속에 ‘한 사람의 존엄성’은 어느덧 희미해진다. 그러니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교육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 3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저성장 국면에선 2017년도 고용 전망도 어둡다. 결국 2017년도 청년의 삶은 건조한데 칼바람이 불고 며칠전 내린 눈으로 미끄러운 길이 질퍽하기까지 한 겨울 같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문직조차 로봇에게 위협받을 미래도 머지않다. 그래서일까. 이날 모인 청년들은 일자리 문제를 논하며 동시에 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한유진 씨는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 갖는 것도 노동조건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내가 원하는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노동조건을 바꾸려면 경제발전을 재벌이 이뤄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노동조건이 언급되며 앞서 나온 애슐리 문제도 지적됐다. 애슐리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조퇴 처리’를 하거나,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개 기록하는 ‘임금 꺾기’를 일삼는 등 이랜드파크는 종합적으로 4만 4천명이 넘는 노동자에게 83억 7천여 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악덕·불법 기업’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랜드파크에 부과된 과태료는 2천800여 만원이다.

일자리에 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일자리 문제를 넘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두드러지며 다시 복지문제로 연결되는 경향도 보였다.

주거문제 해결도 추가로 언급됐다. 이지은 씨는 “나에게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은 주거문제다. 다달이 살기 위해 월세를 많이 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곳에 쓸 돈이 수 없다”며 생활고를 토로했다.

"'설마 나까지?'하는 너까지 간다" 총체적 적폐청산 요구

이날 평의회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멈추지 않을 촛불집회 구호를 청년이 직접 만들어 봤다. “이전엔 ‘내려와’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론 ‘바꾸자’가 강조돼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전승희 씨는 “설마 나까지? 하는 너까지 간다”를 제안했다. 이 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언론·정치·사법 정의 무너뜨린 모두를 탈탈 털어 새로운 사회로 도약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당장 눈앞에 쌓여가는 청년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헬조선’의 불구덩이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은 ‘잃어버린 세대’가 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모순을 정리해야 할 과제마저 떠안았다. ‘지뢰 뿌린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라고나 할까. 지뢰를 걷어내고 한국 청년이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을’ 한국 사회를 구상하고 실현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평의회와 입법과정이 연계되는 직접민주주의의 일상화를 통해 청년의 목소리가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의제분석팀이 현장에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수한 내용들을 스프레드시트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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