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매티스 미 국방장관 방한에 즈음하여

▲ 2016년 민주노총 조합원 등 반전평화국민행동 회원들이 포항에서 키 리졸브 훈련 반대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제임스매티스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다음 달 2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미국 국방장관이 취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에 오는 것은 역사 상 처음이다. 역대 어느 국방장관도 한국을 먼저 찾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북한의 핵무력 증강이 미국안보에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은 지난 25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블랙스완'(검은 백조·Black Swan)에 비유하면서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위협으로 밤잠을 설치게 한다고 실토하였다.

그러나 그의 이번 방한에 대한 국방부나 주요 언론들의 반응을 보면 안일하고 천편일률적이다. 국방부는 “미국 신행정부가 평가하는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중요성, 굳건한 한미동맹,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공약 이행 의지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설하였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른 동맹약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이번 방문은 정권을 초월해 아시아 동맹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한마디로 기존 대북적대정책에 의거해 북에 대한 강경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이고 이를 위해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의 방한을 전통적인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 재확인이나 한미동맹 강화차원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굳이 제일 먼저 오지 않을 것이다. 뭔가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될 주요사안이 있기 때문에 급하게 오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와 한달 앞으로 다가온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이다.  

미국은 북한의 완성단계에 들어선 핵미사일 문제가 미국의 신 행정부 최대 안보 현안임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달 트럼프 정부의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는 2017년 미국의 1등급의 7대 안보위협을 발표하면서 그 첫 자리에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올려놓았다. 러시아나 중국 또는 IS 보다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이 최대 위협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발표는 오바마 정부가 트럼프 신정부에게 미국의 안보현안 최우선순위로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제기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마감단계’라고 밝힌 것은 미국에게는 충격이었던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의 필수적인 대기권 재 진입기술은 완성하지 못하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시험발사를 하겠다는 것은 그 기술을 완성하였다는 것으로 미 본토가 직접적인 타격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였고, 미국 주류언론 논조는 거의 다 바뀌었다. CNN을 비롯한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등 미국 대표언론들이 한결같이 미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이다. 심지어 북한에 대한 가장 적대적이었던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햄버거 미팅’발언을 사례로 북미간 정상회담 이외 다른 선택이 없다고까지 주장하였다. 

지난 26일 북한의 외무성대변인 담화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연계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발표는 미국이 시험발사를 멈추게 하려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미국은 이제 어쩔 수 없이 이 요구에 답을 해야만 한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급하게 한국을 찾는 배경이다.

지난 26일 미국을 찾은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세계를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대로 다시 만들려고 미국과 영국이 주권 국가에 개입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하였다. 트럼프대통령 역시 지난 달 6일 노스캐롤라이나 연설에서 “해외분쟁 개입과 외국 정권 붕괴 시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후 세계 각 국의 내정에 간섭해 혼돈과 전쟁을 일으켜 온 두 나라가 대외정책의 중대한 변경을 시사한 것이다. 과연 얼마나 이 발언이 지켜질 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 한반도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도모하는 공격적 작전계획 하에 실행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 역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들의 핵 무력을 증강시켜 왔다. 만약 이번에도 미국이 오바마정권처럼 군사훈련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반드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이것은 전장이 한반도만이 아니라 미 본토로 확대될 것임을 미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위기는 한반도만이 아니고 미국 내에서도 고조될 것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국경 인근에 미사일 기지들을 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은 핵 미사일 만이 아니라 지상전에 대비한 훈련도 하고 있다. 한국의 일부 호전적인 수구언론은 대북 선제타격을 부채질하는 듯한 칼럼을 내고 있다. 전쟁과 평화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이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할 때가 되었다.

미국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집권 초기 아직 정비도 안된 상태에서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정책을 계속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해도 상시적인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미국의 긴장고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한반도 만이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평화는 필수다. 일부가 주장하는 군사훈련의 축소는 정세의 본질과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안일한 대처다. 합동군사훈련의 중단과 북미대화의 시작만이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발사를 막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다. 트럼프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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