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식이 말해주는 것

1.

지난 1월 20일, 6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취임식 불참 의사를 밝히고 미 전역에서 수십만 시위대들이 트럼프의 반 여성, 환경, 이민주의 등을 비난하며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역대 최저 37프로 지지율을 기록하며 트럼프는 백악관의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취임식 직후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기간 내내 반 트럼프 논조를 이어갔던 CNN 등 미 주요 언론들을 향하여 거친 비난을 퍼붓는 한편 신임 대통령의 첫 번째 행보를 미 중앙정보국으로 향하며 화해의 손길을 던졌다.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자본주의 국가의 선거는 “계급 및 계급 내 분파간 갈등을 완화하고 절충하는 기만극”인데 이번 미 대선은 실패한 기만극이요 따라서 향후 미 지배체제의 분열과 쇠락을 예시하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가짜 언론(Fake News)이라고 부른 CNN은 미 대외정책 특히 침략 전쟁 관련하여 미 군수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온 대표적 언론이다.

지제크(Slavoje Zizek)는 CNN을 전쟁 전시자본주의(War display capitalism)의 첨병이요 무기 홈쇼핑 채널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CNN은 80년대 컴퓨터, 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전자산업 혁명에 의해 무기체계에 일대 혁신이 일자 이에 기초한 차세대 무기들을 팔아먹기 위하여 제1차 이라크 전에서 미 역사상 최초로 전쟁 현장 특히 육해공 합동작전에 의한 폭격 및 대량살상무기 투하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며 악명을 떨쳤다고 지적한다.

한 마디로 CNN과 그 후원자들의 정치적 목적은 미 신무기의 위력을 과시(전시)하며 무기를 팔아먹는 한편 피 침략 국가 민중들에겐 패배주의, 전쟁 공포사상을 유포하는 것인데 CNN은 그 이후 미 지배세력들이 합의한 “영구전쟁” 독트린을 충실히 따르며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외 전 세계적 범위에서 미 군수산업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반영하였다.

전통적으로 미 민주당을 지지해온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의 트럼프 비판은 미 양당체제의 정치적 지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미 군수산업계의 절대적 영향 하에 있는 CNN의 집요한 트럼프 비판은 최근 브렌넌 전 미 중앙정보국장의 트럼프 공격과 짝을 이루며 금번 미 대선을 둘러싼 미 지배세력 내부의 모순과 갈등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순과 갈등의 주된 원인은 중동과 유럽(나토)에서 벌어져 온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에서 미국이 패배를 거듭해온 데 따른 것이다.

마치 7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색이 짙어 지자 그 대응책을 두고 미 지배세력 내부의 갈등과 모순이 격렬해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하여 최근 CNN 등 미 언론들과 미 중앙정보국 등이 주로 트럼프의 친 러시아 정책을 공격하는 것은 곧 나라가 망하든 말든 그들이 추구해 온 <영구전쟁>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트럼프의 개표 승리 직후 대외 군사 정책관련 초기 인선을 마치자 미 군수산업 기업들의 전반적인 주가는 소폭 상승하였다. 이것은 트럼프가 친 러시아 정책을 표방하며 시리아 등 중동지역에서 소모적인, 보다 정확하게 말하여 패배하는 전쟁 현장에서 작전상 후퇴하고자 하지만 그의 근본 취지는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The stronger America)이란 사실을 반영한다.  

취임식 전후하여 그들의 주가는 혼조세인데 그것은 현재 당면한 시리아 문제를 두고 이슬람 국가(IS)를 은밀히 지지하며 아사드 정권 전복을 기도해 온 <영구전쟁> 세력들과의 정책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미 전쟁 자본 내 한 분파를 대표하는) CNN과 날 선 공방을 벌였던 트럼프가 미 중앙정보국에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설명에 앞서 오늘날 다수 이론가들이 국가 장치(The state apparatus)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소 낡은 구조주의 용어지만 이것은 오늘날 미 중앙정보국, 국방부 같은 전쟁 기구들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전 미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1961년 1월17일 다소 포괄적인 의미에서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란 단어를 사용한 지 반 세기 흐른 오늘 날 미국과 같은 침략적 제국주의-자본주의 국가 기구들은 더욱 관료화, 전문화되며 진화를 거듭하였으며 스스로 (상대적) 자율성을 갖은 전쟁 기계로써 질, 양적으로 변모하였다. 이들은 고전적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 내 국가 부서로써 단순히 피동적인 전쟁 자본의 로비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관련 자본들과 인적, 물적으로 상호 결합된 전쟁의 일 주체로써 거듭난 것이다.    

미 진보지 <리버레이션 Liberation>은 이와 관련하여 아래와 논평하였다.

“이것은 중앙집중화, 영구화 그리고 선출되지 않은 국가권력 기구(이른바 낭비적이고 불필요한 숨겨진 정부 Deep state)가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하고 불안정화시키는 정치인들을 길들이는 명백한 예이다” 

This is a clear example of the state — the centralized, permanent and unelected institutions of state power (to call it the “deep state” is redundant and unnecessary) — trying to whip into line those politicians who disrupt or destabilize their plans. Liberation, 2017, 1

영어 본문에 사용된 “Whip into”라는 단어에 “Shape”를 덧붙이면 “미친놈을 정상인으로 만들다”는 뜻인데 이 표현은 현 미 전쟁 지배세력들이 트럼프를 바라보는 입장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다시 말하여 공개적 담론의 장인 대 언론전에서 트럼프는 CNN을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힐난하며 허풍을 떨었지만 사실상 그는 그 몸통과 적절히 타협하며 더욱 흉폭하고 강대한 군사대국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리버레이션 Liberation>은 이어 “ 부르주아, 자본주의 국가기구 계급 내 갈등은 전적으로 새로운 현상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운동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80년대에 시작된 최근의 안정적 시기에 앞서 매우 강한 불안정 시기가 있었다. 1960-70년대에는 서로 다른 지배계급 분파들과 정치적 성향 사이에 일종의 전쟁 같은 것이 고조되었다. 사실 1964년-80년 시기 연속하여 다섯 번에 걸친 미 대선은 미 지배계급 내부의 첨예하고 폭력적인 갈등에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 1960년대는 마치 이 나라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암살(Assassination)에 의한 정부를 갖은 것 같았다” 고 지적한다.

It is of utmost importance for our movement to understand that the intra-class struggle within the bourgeoisie and inside the capitalist state apparatus is not an entirely new phenomenon. It may seem new at present because there has been a prolonged period of relative stability within the U.S. capitalist establishment.
But the recent period of stability — which began in the 1980s — was preceded by intense instability. There was a kind of warfare that was raging on between different ruling-class tendencies and factions in the 1960s and 1970s. In fact, the presidential elections of 1964, 1968, 1972, 1976 and 1980 — five straight — were profoundly impacted by sharp and violent struggles within the capitalist establishment. In the 1960s, it almost appeared as if the country had a government by assassination rather than “of, by and for the people.”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특히 미국의 전세계적 지배력이 쇠퇴하고 있는 오늘날 내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이며 지배계급 내의 갈등은 그러한 불안정성의 징후라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Modern-day capitalism and imperialism is inherently unstable — especially now in the context of declining U.S. global power — and the struggles within the establishment are a symptom of that instability. Liberation 2017 1

미 지배세력들이 현재 겪고 있는 분열과 혼돈은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 일극체제의 우두머리로 등극한 후 그 잔향이 남아있던 6-70년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졸고 <트럼프 시대 미 제국주의의 운명>(민플러스 2016.11.21)에서 인용한 주요 논자들에 따르면 저들은 군사, 경제 전반에 걸친 쇠락 속에서 제국의 쇠락기에 응당 택해야 할 이행전략-매우 중요한 동맹국 전략에서 화해하기 힘든 분열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게 미국 제일주의를 누려온 미 지배세력들 및 그들에게 세뇌되고 포섭되어 온 다수 미 국민 여론에 의해 움직이는 현 미국의 정치지형은 스스로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근본적 변화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이른 바 <기득권 세력>에 저항했다는 트럼프조차도 <더욱 강한 미국 The stronger America>을 외칠 뿐이며 취임사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 전쟁세력들과 타협하는 아니 그 스스로 더욱 강한 미 제국주의를 선동하는 가장 반동적 정치인 아닌가?

2.

북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ICBM 실험발사 의지를 밝히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하여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트럼프는 자신의 주요 내각 지명자들의 입을 통하여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대북 강경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늘어 놓으며 기존 한미동맹 관계의 계승을 다짐했다.  그리고는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추진 되었던 레이저 발사 미사일 방어망 재건 따위를 거론하며 사드(THAAD)를 비롯한 포괄적인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기존 대북 정보기구 및 소위 인권단체들은 기존의 대북 체제전복 전략을 고수 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트럼프 취임 이틀 후 중미 협력을 통하여 한반도-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였다. 중국-대만 문제 등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북 정책에 협력할 것을 천명한 것이다. 

일찍이 트럼프는 북핵 문제 관련하여 중국에 대한 책임을 더욱 물어야 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거론했지만 그것이 대 중국 적대 정책과 어떻게 양립할 것이냐는 상식적 질문에 대하여 침묵했다. 물론 정경 분리 원칙을 채택하여 대 중국 환율 및 통상 압력을 가하며 한편으론 정치, 군사적으로 협력한다는 편리한(?) 대안도 제기되지만 보다 근본적 문제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중미 양국 모두 그 간의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그가 선거 캠페인 기간 늘어 놓았던 공허한 수사들을 모두 뒤로 한 채 기존 전쟁 기득권 세력들과 타협하며 시간 낭비를 할 것인바 한반도 정세는 오직 북의 군사력과 남의 민중 투쟁이라는 두 가지 핵심요소에 의해 변화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간은 우리 민족의 편이라는 점이다. 

왜 그런가? 한국의 친미 지배세력들 또한 큰 형님 미 제국주의처럼 분열, 몰락하는 가운데 민중들의 촛불은 꺼질 줄 모르고 있다. 한편 북은 북대로 병진노선의 성공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목표달성을 향해 가고 있고 미 지배세력들의 패배하는 <영구전쟁> 전략은 나날이 늘어가는 북의 미사일 사거리 앞에서 적전 분열하며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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