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땐 미수습자 가족들도 같이 합동차례 지내길..."

“오늘이 설날이네요. 아이들에게 세배를 받아야 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차례를 지냅니다.”

세월호 유가족 ‘찬호 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올해 구정도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아픈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먼저 보낸 자녀의 '빈 자리'에 아파하고 분노하며 거리로 나온 세월호 유족이 광장에서 맞는 세 번째 설날이다. 

2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선 세월호참사 유가족들과 시민이 모여 '2017년 가족-시민 설 합동차례와 떡국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을 기억하며 오후 4시16분에 시작한 이날 합동차례엔 시작 전부터 시민들이 광화문 세월호광장을 가득 메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말 촛불집회를 세월호 합동차례로 갈음한 이날 '잊지 않을게'라는 약속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지난해 말 '송박영신' 촛불집회엔 '새해엔 꽃길만 걷기를'이란 문구가 등장해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을 위로했다. 그러나 2017년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선체인양과 미수습자 수습, 국민조사위원회, 국회 특별법 제정, 제2기 특조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합동차례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순실 사태가 아니라 세월호참사가 대한민국 새로운 출발의 시작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엔 대한민국이 새 출발했으면 좋겠다. 국민 생명이 무시되지 않는 나라, 국가 제1의 의무로 국민 생명과 안전 지키는 나라, 진실이 은폐되지 않는 나라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며 천 일이 넘도록 굳건히 세월호를 포기하지 않는 유가족을 격려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세월호참사는 낡은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건너는 다리”라며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는 한국 사회가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기를 쓰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수구 세력이 갈라져 있는 지금이야말로 (제2기) 특조위 법 통과시키기에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정권교체 해달라’ 요구할 자격을 얻으려면 야당들은 2월 임시국회 때 최우선으로 세월호 특별법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일곱 번째 명절이 될 다음 추석엔 세월호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의 가족들과 함께 합동차례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제2기 특조위 만들어져 진상규명을 진행하는 가운데 추석 합동차례 지내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안산합동분향소에서도 일찍이 차례를 지냈다. ‘예은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곤 “올해는 설 기림상이 푸짐에서 마음이 좋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마음은 있었지만 차마 못 했는데 세월호참사 후 여섯 번째 명절 만에 처음 가족들이 떡국을 끓여 함께 먹었다”고 말했다. 사진 속 기림상엔 떡국이나 전과 함께 평소 아이들이 좋아했던 피자, 치킨, 콜라 등이 차려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먹이고픈 부모의 마음이 묻어났다.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공동주최한 합동차례엔 ‘평등세상을 향한 집밥’에서 시민들과 나누고자 500그릇의 떡국을 준비했다. 시이석 대표는 “작년 구정 때도 저희 '집밥'이 할 수 있는 건 유족들과 같이 떡국을 나누는 것이어서 올해도 다시 왔다"며 "작년하고 올해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진실규명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시민들이) 함께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토 : '2017년 가족-시민 설 합동차례와 떡국나눔']

분향과 헌화를 하기 위해 광화문분향소 앞에 줄을 선 시민들.
'평등세상을 향한 집밥'에서 시민과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떡국을 준비했다.
합동차례에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세월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이미지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 차려진 설날 기림상. [이미지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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