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캠핑촌 합동차례 "2017년엔 민주주의가 공장 담벼락을 넘길"

28일 설날 오전, 명절을 거리에서 맞은 해고 노동자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합동차례를 지냈다. 재벌의 횡포와 정부의 무관심 탓에 삶이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명절에도 여전히 광장에 남았다는 사실은 왠지 광장을 더욱 춥게 만들었다. 

이날 제를 올린 이인근 콜트콜텍 노조 지회장은 “어느덧 싸움을 시작한 지 3,650일째”라고 밝혔다. 만으로 10년. 콜트콜텍은 전자기타와 통기타를 만드는 업체다. 이 지회장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IMF체제 이후로 정리해고 제도가 도입됐고 이미 대한민국 법원은 ‘어떤 정리해고도 정당하다’고 판결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법원은 지난 2014년 1월 '미래에 경영상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해고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위기가 온 것도 아니고 '올지도 모른다'"는 부당한 판결에 불복하며 이 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 비닐 천막을 쳤다. 그곳에선 12개 사업장이 모여 노숙하며, 약자만 먹이 삼는 권력에 맞서 ‘박근혜 퇴진·재벌 구속’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삼척에서 온 동양시멘트 김경래 수석부지부장은 “3년을 싸우고 있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난감하다. 그래도 삼척에 있으면 더욱 고립될까 봐 절박한 심정으로 광화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파견이라고 법원이 인정했으나 회사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판정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정부가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이 잘사는 세상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쌍용차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복직과 무관하게 2009년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금액으로 11억6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국가가 파업노동자에게 선고한 손해배상금액엔 파업 진압을 하다 파손됐다고 주장하는 헬기와 기중기 수리비, 진압하다 다친 경찰의 대일밴드 값도 포함됐다. 그는 “하루 지연이자만 62만 원이고 지난 이자까지 합치면 벌써 15억이 넘어 버렸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탄핵 정국 와중에도 노동개악은 밀실 추진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절박한 심정으로 쌍용차 노동자도 광화문캠핑촌에 입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 합동차례엔 쌍용차, 콜트콜텍, 동양시멘트, 기륭전자 노동자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 예술인들도 함께했다. 고향 가기를 포기하고 농성을 이어가는 이들이 쓴 축문엔 '해고 없는 세상', '같이 살자', '참사 없는 세상' 등에 대한 바람이 담겼다. 이들은 축문을 태운 뒤 지난 9일 소신공양으로 입적한 정원 스님 합동분향소를 찾아 추모하고 새해맞이 떡국 나눔을 했다. 

[포토 : 광화문캠핑촌x노동블랙리스트 설날 합동차례]

동양시멘트 김경래 수석부지부장이 축문을 쓰고 있다.
이날 모인 해고 노동자들과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이 절박하고 간절한 새해 소망을 담아 축문을 썼다.
3,650일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콜트콜텍 이인근 지회장. 
축문을 태우는 중. 
소신공양으로 입적하신 정원 스님 광화문광장 합동분향소.
광화문캠핑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텐트 옆에선 '노동3권 보장, 손배가압류 그만!' 입법 청원서명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꿀잠' 텐트 안에 차려진 설날 아침상.
설날 떡국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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