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탄핵' 토론회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해양 사고 특성상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데, 이를 박대통령의 의무 위반으로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피청구인(박근혜)에 대한 변론에서 "생명권 보호는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는 잘못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선 ‘세월호 참사와 탄핵’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부재와 부적절한 대응이 왜 탄핵사유인지 구체적으로 토론했다. 

토론회 발제자로는 김선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관, 박영대 국민조사위 상임연구원, 이정일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 '무엇을 했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았냐'는 직무유기가 핵심

2차 변론기일 중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 등의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는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에 최초 보고를 받은 뒤 10시15분에 내렸다는 지시를 가리킨다. 10시경이면 세월호 좌현은 이미 물에 다 잠기고 선체가 급속도로 가라앉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대리인단이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다'에 방점을 찍어 주장한 것과 관련, 토론 참여자들의 생각은 이러하다.

박영대 상임연구원 : 이러한 지시는 대통령이 재난 상황에 내릴 구체적이고 적절한 지시가 아니다. ‘이겨라, 화이팅’에 불과한, 하나마나한 지시다. 

한상희 교수 :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획득해야 했고 ▲안보실, 군을 비롯한 구조지원활동에 대한 최고 콘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현장구조활동을 감시·감독하고 ▲중대본 등에 임장활동을 통한 최고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도 수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정보 획득에 불성실했다는 것은 오후 5시15분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말한 발언을 통해 자명히 드러난 셈이다.

이정일 변호사 : ('구명조끼' 발언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상황과 구조전개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는 서면보고와 유선보고가 사실상 없었다는 것에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한상희 교수 : 박 대통령은 중대본에 가기 전 하루종일 관저에서 머물렀다. 그가 무엇을 했는지 김장수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나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모른다. 안보실장과 비서실장 등이 위급상황에 대통령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역으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상적인 직무에 임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이정미 의원 : (오전) 10시에 처음 알았다 하더라도 10시30분경에는 선체 완전 전복 상황이 보도됐다. 늦어도 그 상황에는 대통령이 위기관리상황실로 갔어야 한다. NSC를 가동했어야 한다. 그런데 군을 통솔할 수 있는 지위에서 대통령은 관저에만 있었다. 중대본 방문 이후의 시간에서도 정부가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핵심태도가 드러난다. 그날 박 대통령은 중대본을 다녀온 이후 3차례 서면보고만 받았을 뿐 그 어떤 회의도 열지 않았다. 
 
박주민 의원 : (박 대통령은) 재난상황 때 피해를 최소화할 의무, 생명권 보호 의무 등 헌법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미용, 성형, 약물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이게 탄핵 사유다.

#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 위반

이날 토론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제7조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책임 ▲제10조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을 가지고 국가가 이를 보장할 의무 ▲제34조 국가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책임 ▲제88조 및 89조 대통령의 각부를 통할하는 행정수반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 등을 모두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탄핵심판은 책임 추궁이 매우 어려운 고위공직자에 대해 파면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헌법상의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그 직무수행을 배제하는 데 있다. 

# "2월 임시국회는 제 2기 특조위 서둘러라"

이석태 특조위원장.

이날 토론회와 4.16세월호참사 국가조사위원회 창립회의에 참석한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제2기 특조위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위원장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언급하며 "지난 12월까지 선체를 들어올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받침대를 다 넣었다고 들었다. 해수부가 인양은 내년 4월에 할 예정이라는데 그 때 배가 올라와도 제대로 조사할 조사권을 가진 특조위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박주민 의원이 지난 12월 중순 국회에 발의한 사회적 참사 관련한 특별법을 상기하며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최장 330일 걸릴 수도 있다. 그렇게 늦어지면 막상 배가 올라오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양과정을 감시하고 철저히 진상규명할 특조위가 2월 임시국회 동안 만들어져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제2기 특조위를 위해 1월, 2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여러가지 협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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