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결심해야 한다

정말, 불과 일주일 사이에 우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세대 아니, 우리 윗세대인 전쟁 세대와 그 윗세대인 식민지 세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고로 독재 권력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은 적이 없음을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통해 배웠다. 각성하는 의미에서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필자 서문]

국민의 진노, 이에 대한 박근혜의 반응

박근혜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꿈같을 게다. 또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사실 이런 초유의 사태를 처음으로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문제에 대한 해석을 지속적으로 해 주던 비공식 라인이 모두 잘린 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언제인가 김무성이 기자에게 박근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김무성이 기자들에게 “박근혜가 가장 잘 쓰는 말이 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원칙, 신뢰 아니냐”라고 하자 김무성은 “하극상이다.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할 때 선수(選數)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내더라”라고 했다.

아무리 국민이 커다란 진노를 하더라도 평생 공주님과 꼭두각시 노릇만 하던 박근혜는 ‘하극상 아니냐’라고 화를 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는 거국내각을 사실상 거부한다는 프레시안 기사가 떴다(2016. 10. 31, 박근혜, 거국내각 사실상 거부…황교안 후임 물색) 박근혜는 권력을 내줄 생각이 없다. 정말 국민의 진노를 ‘하극상’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이 도둑같이 오리라...

그렇다, 그 날은 도둑같이 임할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이 여기에는 딱 적용된다. 지겹도록 반복했던, 그러나 지금 그 어떤 기준보다 더 적합할 수 없는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국민주권선언을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두려운 일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의 조력을 받지 못한 ‘철부지 정권’의 폭주가 시작될 수도 있다.

참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 이 영의 아버지인 왕은 ‘홍경래의 난’을 한 번 겪은 탓에 항상 민중들의 봉기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필자가 조선시대에 살아보지 않아 지배계급의 피지배계급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으나, 과거 독재정권의 행태를 보아 그 정권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가에 따라 민중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는 비례한다. 작은 양보조차 ‘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강경한 태세를 취한다는 것은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이다.

이 정권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허약한 상태에 빠졌다. 그러기에 ‘철부지 정권’의 폭주가 무섭지 않은 것이다. 폭주할래야 폭주할 수 없다. 새누리의 친박으로 구성된 ‘최고위’조차 정권과 단절을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두려움은 저들이 가지는 것이지 ‘다시만난세계’를 발랄하게 부르며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는 젊은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 필자는 미디어오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친박계에서도 악화되는 상황을 방어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면 슬슬 탈박, 멀박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며 “지금은 오히려 비박 쪽에 힘이 실려 있지만 비박도 계파가 나눠지고 친박이 러브콜을 보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가 희박해 지면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은 힘들지 않겠냐”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 날이 도둑같이 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투쟁

드라마틱한 지난 한 주가 지나갔지만, 이에 앞으로 한 두 주는 더 기가 막히고 더 영화보다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역사적 일들이 예정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그 시작은 이미 ‘최순실’이라는 무당 아닌 무당이 서울구치소로 수감되었다는 것부터 시작이다. 검찰로서는 지금 상황에서 구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몰려있다. 동글이 박성수씨가 시녀검찰 자폭하라며 X똥을 검찰에 퍼붓지 않더라도 이미 그들은 국민들에게 시녀검찰로 낙인찍혔으며 운신의 폭도 좁다.

물론, 이 검찰들의 장난질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BBK 무죄를 외치고 영전을 했던 최재경이 다시 권력의 품에 안겨 작당을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국민적 분노 앞에 그들은 뭘 꾸며도 먹히지 않는다. 얼마 전 경찰이 또 간첩사건을 꾸미려고 했다. 뉴스조차 되지 않았다. 나훈아씨가 이혼을 했단다. 그냥 연예뉴스 한쪽에 처박혀버렸다. 이제 빤한 수가 안 먹히는 거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하면 된다.

과거 7, 80년대의 젊은이들은 짱돌과 화염병, 쇠파이프를 들고 힘든 투쟁을 벌였다. 구속되기 일쑤이고 때때로 잡혀가 고문을 받고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 2016년에는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경찰이 우리보다 수적으로 더 많이 청와대를 보호해도(실제로 그런 시기가 아주 많았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진행하면 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투쟁은 의외로 간단하다. 오로지 헌법 1조가 기준이면 된다.

나는 앞으로의 한 두 주가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견하며 행동요령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모든 구호는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로 맞춰져야 한다.

이미 언론들은 최순실에 초점을 맞추고 박근혜와 분리하고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행태가 보인다. 최순실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의 퇴진이다. 아울러 여기에 빌붙어서 권력을 향유해왔던 새누리당(비박도 포함된다)의 해체에 맞춰져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한다. 논지를 흐리면 안 된다는 거다. 거국내각이니 책임총리니 하는 정치권의 언어유희에 속지 말자. 저들은 조금만 틈을 주면 주인을 무는 개다. 총구를 정확히 하자.

2) 야권은 눈치 보지 말고 대중들의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과거 대중들의 투쟁을 방관하고 성과물의 단물만 빨아먹으려는 시도가 성공한 적 있었는가?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은 잘 하고 있는 거다. 87년 6월 항쟁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한 민중의 분노를 야권이 이해하고 뒤를 따랐기 때문이다. 권력이 무너져도 셰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을 할 수 있는 제도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해찬 의원이 “1987년 6월 항쟁과 유사한 국가 비상사태”라고 진단하고 "의원들도 침낭을 가져와 24시간 대기하는 마음으로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한 꼭지 더 덧붙이자면 함께 하자는 거다. 어차피 권력 바뀐다. 당신들 여기 참여 안 하면 기회 없다!

3) 투쟁은 21세기에 맞는 대중성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진보·보수·청년·노인 할 것 없이 국민 전체가 들고 분노하고 일어나는 이 상황에서 투쟁은 대중적이어야 한다. 87년에는 대중을 지도하는 국본(국민운동본부)이 있었다. 지금은? 그럴 필요 없다! 왜? 21세기니까!

지금은 누가 누굴 지도하고 포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깃발은 필요하되 방향만 제시해야지 대중을 지도한답시고 조급증 드러낼 필요 없다는 것이다. 구호 하나 외쳐도 쉽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노래를 하나 불러도 대중들이 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7, 80년대 꼰대질 하지 말라는 거다.

물론, 투쟁은 자발적이고 창발적이어야 한다. 온오프라인을 뛰어넘어 퍼포먼스를 벌이자. 오방낭을 만들어 던지는 퍼포먼스는 어떤가, 물론 오방낭 안에는 우리의 한결같은 염원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가 들어 있겠지. 다시 만난 세계의 플래시몹은 어떤가? 소녀시대는 우리 투쟁의 전사가 될 수도 있겠다. 너희에게 순실이 있다면 우리에겐 소녀시대가 있다! 뭐, 이런 거지.

필자는 이번에 통기타를 메고, 민중가요 노래집이나 들고 집회에 참석하련다.

4) 이제는 광화문을 버리자! 서울시를 접수하자!

기존 투쟁가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겠으나, 광화문 투쟁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아! 광화문에서 투쟁할 사람은 투쟁을 하되, 나머지 지역을 버리지 말자는 거다. 다행히 한 재기 발랄한 의경 출신 서울대생이 ‘시위진군지도’라고 멋진 아이디어를 냈다.

시위(demonstration, 示威)의 정의가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책당국이나 관련조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시도하는 공개적이고 집합적인 의사표현 행위’이라고 한다면 더 많은 서울 시민에게 함께 뜻을 모으자는 것이니, 광화문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서울시내 전역을 접수하자! 서울시 전체를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라는 시위의 축제판으로 만들자!

필자는 서울대가 가까우니 강남으로 진출할 요량이다. 정말 이 지도 작성자의 말대로, ‘2만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다 해산했다’는 신문 보도가 ‘강남과 여의도 등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보도로 변할 수 있지 않겠냐, 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5) 온라인에 머물지 말자. 담벼락을 향하더라도 오프에서 뱉자.

지금 우리는 박정희 신화라는, 거대한 모순이 깨져나가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하고 있다. 보수의 본산이자 박근혜 정권 지지율의 최후 보루라고 불리는 TK와 60대의 지지율이 각각 19%와 28%로 추락했다는 것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재원이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 도와달라"라고 말한 것이 오히려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주변에서 정말 심상찮은 이야기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찍었다는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난생처음 참여했었다는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그 누구도 박근혜를 욕한다고 해서 빨갱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욕먹는다. 지금이 기회다. 전국의 키보드워리어여~ 부모님께 말씀드려보자! 보수적인 아내나 여자 친구, 남자 친구들에게 슬쩍 말을 건네 보자. 힘을 북돋는 의미에서 故김대중 대통령의 격려를 실어본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시민 불복종 운동’을 각오하자

정말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진석이 10월의 마지막 날, 야당 앞에 앉자마자 한 바탕 쏟아 내고 화를 내며 나갔단다. "국정을, 나라를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하야 정국, 탄핵 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일제히 답을 달았다. “응!”

이번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시민불복종 운동」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전주의 어느 시내버스는 경적을 울리고 차량 앞에는 ‘박근혜 퇴진’을 붙였다고 해서 화제였다. 최순실네가 만든 가방이나 옷, 불매운동 벌이고, 항의 전화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투쟁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필자는 노랑 팔찌, 계속 차고 다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저들이 우리를 호구로 보고 개돼지로 본다 하더라도, 우리 노동자와 민중들은 역사를,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역사를 써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민을 학살하고 인권을 탄압하던 이승만을 쫓아 버렸다.

18년 철권통치를 자행하던 박근혜의 아빠 박정희씨는 우리의 투쟁으로, 결국 내부 분열로 비명횡사 한 것이다.

더한 독재자 전두환과 노태우를 법정에 세웠다. 그때 깡그리 부역자들을 초토화시켰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아, 지금까지 그 잔당들이 날뛰고 있는 거다. 그거 청소하자는 거다.

더 위대한 것은 우리는 그렇게도 많은 인권탄압과 학살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독재자들과 싸웠고 동시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그때 당시의 표어대로 정말 ‘싸우면서 건설’ 한 것이다.

독일의 탄광에서, 중동의 사막에서, 또는 ‘하꼬방’ 같은 열악한 처지에서도 묵묵히 열심히 일을 해서 기적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이걸 ‘박정희’와 연계시키는, 웃기지도 않는 치들이 있지만, 경제공부 조금만 더 해보면 그 위대한 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 경제는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만큼 치고 나왔다는 것을 많은 학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자, 싸우자, 그러면 이기게 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대한민국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끝난다고 하는데, 이번에 박근혜가 끌어 내려오면 이것을 비극으로 생각해야 할지, 희극으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이 역사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한민국은

1) 무당과 광고업자와 호빠마담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이 철저히 단죄 받는 정의로운 나라

2) 박근혜가 그렇게 심약하고 무식하며, 연설문 한 장 쓸 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으로 받들어 호가호위했던, 집권여당이라는 새누리당이 철저하게 해체되는 사필귀정의 나라

3) 더 이상 민중이 개, 돼지 취급받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공의로운 나라

4) 돈이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재벌들이 해체되고 실력도 되고 능력도 되는 중소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휘날리는 신나는 나라

5)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모두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지라도,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건설해서 전 세계적으로 ‘평화 모델케이스’로 우뚝 서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

6)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평화가 들불처럼 번지는 대한민국

우리 아이들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역사의 현장에 어디에 있었냐고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아빠이고 싶다. 그래서 통기타 메고, 강남역 어느 한쪽에서 신나게 치고 있을 꿈을 꿔보고 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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