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대통령 제3차 담화를 보고

밑장까지 다 깠다.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깜짝 놀랐지만, 저들의 ‘프레임 짜기’는 탁월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개헌’으로 이어진 것이다. ‘개헌’이 원래 최순실 덮기용으로 출발해서 이제 완전히 가리기용으로 변화, 발전했다. 그러면 각 정치세력은 어떡해야 할까?

▲ 박근혜대통령의 3차 담화는 일관된 책임회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미지 : YTN 담화방송 켑처 후 편집]

야권

야권은 경쟁을 하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경쟁할 기회가 생긴다. 지금은 힘을 합칠 때다. 빈 말이 아니다. 지금은 중간에 ‘영수회담’이니 뭐니 해서 헛발질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권력을 잃을 위기에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뻔하다. 집토끼부터 챙기고, 산토끼는 나중에 쫓는다. 대신 상대방 수중에 있는 토끼를 내쫓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간질 시키는 것이다. 이이제이 (以夷制夷)다. 그걸 노릴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작당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제발, 그놈의 ‘빠’ 문화 좀 청산하자. 도대체 근래 야권에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게 됐다. 적의 적이 내 동지라는 이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좀 벗어나주면 안될까? ~빠에 빠져 있을수록 저들의 이간질에 쉽게 노출된다.

87년 김대중과 김영삼의 경쟁이 과열되자 상대방 후보의 대중 연설 장소에 정체모를 괴한(?)들이 나타나곤 했다. 그들은 후보에게 돌을 던지고, 영호남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유언비어’를 유포했으며 선거유세가 끝나면 바람처럼 사라졌다. 안기부의 공작으로 추측이 된다. 우리 이런 유치한 공작에 말려들지 말자는 거다.

비박

이번에는 당신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기회가 없다. 냉철하게 생각해라. 나는 사실 유승민의원이 가장 우려스러웠다. 새누리가 유승민을 대선후보로 뽑으면 ‘진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달라진 것은 유승민이 ‘사드배치’에 찬성하고 나서부터다. 김무성은 포기하고 내각제 개헌에 매달릴 모양인데, 이게 당신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 비록 얻어터지고 깨지고 망가졌지만, 이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박종철·이한열과 수많은 열사들의 핏값으로 얻은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출마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조무래기들, 박근혜에게 매달려 단물만 빨아먹고 뛰쳐나온 그대들에게 누가 눈길 하나 주겠는가? 그러니 당신들이 진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면 자중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친박

당신들의 고민이 아마도 그 누구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랴? 그게 다 업보거늘. 개중에 혹자는 ‘반기문’에게 기대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원집중제로 외치(대통령)는 반기문에게 맡기고 내치(총리)는 친박끼리 돌려먹을 갸륵한(?) 생각을 하고 있을 터인데, 아서라. 나는 지금 위키리크스(Wikileaks) 뒤지고 있다. 저 멀리로부터 들려오는 반기문의 ‘무능’과 한 두 번은 들어본 힐러리의 개념 없는 ‘메일’에 Mr. Moon(반기문을 이렇게 부른다더라)이 연루가 되어 중동의 그 어떤 나라에서 흘린 범죄는 없나, 찾아보는 중이다.

급하면 줄리안 어샌지는 어렵겠지만, 이들의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Mr. Moon을 까발릴 작정이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내세울 ‘천기누설’인데, 미리 까겠다. 정치의리상 ‘보궐선거’를 제공한 원인제공자에게는 공천을 주면 안 된다. 박근혜가 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니 당신들은 공천하면 안 된다. 이걸 효과적으로 확산시키는 「보궐선거 원인제공 무공천 운동」을 벌일 작정이다. 현재 친박은 내세울 변변한 후보조차 없다. 알아서 찌그러지시길 간절히 기원한다.

제 3지대

제일 다루기 애매한 것이 이 3지대에 속한다는 사람들이다. ‘여기 붙어도 흥! 저기 붙어도 흥!인 사람들’, 야권에서 욕먹고 여권에서도 욕먹는 사람들, 그런데 언론에서는 늘 그 실체를 인정하는지 떨어지지 않고 나타난다. 정의화, 이재오로 대표되고 있으며 요즘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제 3지대 인물이라고 나오는 모양이다. 개인적 평가는 차치하자. 팩트만 명확하게 하자. 3지대는 한국사회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새누리를 물리치고 나서 생각할 주제다.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어쩌면 3지대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3지대는 비박의 피난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세 불리기에 이용당할 염려가 더 크다. 따라서 나는 지금, 제 3지대론을 거부한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정권을 교체하고, 야당이 뉴라이트와 같은 똘끼 충만한 이들을 다 제거하고, 그 다음 고려할 것이 3지대다. 지금? 아니다. 이 정도로 스킵!

이제 시민

사회과학적 용어로 ‘인민(人民)’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확(的確)한 단어일 텐데, 이걸 북(北)에서 먼저 썼기에 우리에게는 그냥 ‘시민’이 되시겠다.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이자, 권력 창출의 주체이고, 이를 위한 의무와 권리를 가진 자유인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행동하며 그들이 모인 ‘집단지성’은 때로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는 ‘시민’은 이제 겨우 용틀임을 하면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이든 여권이든, 권력에 대해 매서운 눈초리로 감시하면서 주장을 하자!

첫째, 야권의 리더들은 하루바삐 서로 만나 ‘대통령 하야 권고 성명서’를 발표하라!고 요구하자.

박근혜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이걸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한단다. 혼자 안 죽겠다는 것이고, 말로는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 하라는 것이지만, 야당 틈새에다 수류탄을 던진 것이다. ‘법 절차’는 바로 ‘개헌’을 의미하는 것이고, 현행법상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하야’와 ‘탄핵’이 있는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헌이다. 이 애매모호한 틈새를 던져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개헌정국’으로 둔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는 법!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이상, 국민의 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야권’이 우선 먼저 ‘대통령 하야 권고 성명서’를 발표하라, 고 우리 시민들이 요구하자! 이 ‘대통령 하야 권고 성명서’는 친박과 비박들, 그리고 권력자 대통령 박근혜씨에게 공포를 안겨주며, 우리 시민들에게 기운을 북돋울 이정표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탄핵소추, 그대로 진행하라고 요구하자!

대통령 박근혜씨의 제 3차 담화는 어디까지나 ‘탄핵연대’를 흔들어서 ‘개헌정국’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프레임 짜기의 일환이다. 스스로 안 물러나겠다는 선포이자, 진짜 국민들을 개·돼지로 아는 처사다. 혹자는 비박의 숫자 없이 불안하다, 라고들 한다. 그러나 비박조차 그리고 현재의 멀박, 월박을 만드는 것은 시민의 힘 덕분이다. 탄핵소추가 진행된다고 하면 우리는 촛불을 들고 여의도로 몰려가자! 박근혜 퇴진행동은 시민들에게 행동요령을 알려주자. 어디 사시는 분들은 청와대로, 어디사시는 분들은 국회로, 어디 사시는 분들은 새누리 중앙당사로 등등... 지금까지 우리 시민의 힘으로 박근혜는 여기까지 몰렸다. 전무후무한 21세기 시민혁명의 힘이 우리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박은 탄핵소추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서울대 조국 교수에 의하면 의회 재적 1/2 찬성이면 박근혜 공식 사퇴일을 정하여 의결할 수 있다고 한다.)

셋째, 국정조사!

이번 국정조사는 그 어떤 국정조사보다 더 중요하다. 대통령 박근혜씨를 완전하게 몰아내는 근원이 될 것이다. 정세가 고양되고 저들이 몰리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상황이 되면 관련 ‘공무원’들은 고분고분해질 수밖에 없다. 내놓으라는 자료도 꼬박꼬박 내놓게 된다. 재벌들을 질타하면서 양심선언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당신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양 하는 공범이라는 것도 알려주자. 아무런 부담도 없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자.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는가?

넷째, 특별검사, 그 어떤 때보다도 더 응원하자!

박근혜 잡는 저승사자가 누가 되든지, 검찰이 미리 조사한 것 플러스 특별검사의 히트작을 만들도록 응원하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우리의 응원은 대통령 하야를 부를 것이다. 10초만 듣고 있어도 뒤집어 질 것이라는 음성, 다 발표하도록 하고, 김영란 법 때문에 어렵거든 페북으로, 트위터로, 카카오톡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자. 각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퀴즈에도, 개인적으로 쓰는 페북에도 해시태그(#특별검사짱)를 달면서 응원하자. 여전히 버티는 대통령 박근혜씨를 감옥에 보낼 때까지 말이다.

다섯째, 헌재로 달려가자!

안국동을 촛불의 바다로 만들자. 누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보수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 헌법재판관들의 보수성은 그를 임명할 당시의 힘의 역관계를 의미한다. 세상이 달라졌다. 촛불을 든, 진짜 주권자들이 지금은 제일 세다. 당연한 말이지만 주권자가 눈을 부라리고 바라보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라고 천상의 존재는 아니라는 말이다. 광화문 일대 식당의 매출기적을 보여주었듯, 매일 헌재로 달려가서 안국동과 인사동을 새로운 ‘창조경제’의 근원지로 만들자! 이것은 우리가 주권자로서 합법적인 시민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기적을 만들자! 21세기 시민혁명을 만들자!

다시 한 번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은 전 세계 유례없는 시민혁명이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우리시대가, 우리 민중이 수십 년 동안 독재와 맞서 싸우면서 키운 반독재 투쟁의 맷집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감옥가고, 수배당하고, 고문당하고, 짓밟히면서도 여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저들은 이러한 우리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풀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버텨왔다. 처절하게 버텼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성취했다. 또 동시에 우리는 할 일을 했다. 전 세계인들이 경외의 눈초리로 쳐다볼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일궈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신생국으로서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다. 이제 화룡점정! 마침표를 찍을 때가 도래한 것이다. 박정희 신화를 드디어 깨고 우리는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녀린 촛불이 횃불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저력을 믿자!   

 

최요한 시사평론가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정치)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고군분투(孤軍奮鬪),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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