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한국 경제와 민생 위기 (1)
1.지정학적 위기와 한미동맹 리스크
2.수출주도성장 쇠퇴
3.내수경제의 침체와 잠재성장율 하락
4.체제전환투쟁의 필요성

0. 재를 시작하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은 2024년 한국경제 양상을 상징한다. 마침내 부동산PF위기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2024년 한국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기로”, “저성장”, “민생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의 ‘최대수혜국’에서 세계공급망 재편기에 발생하는 리스크의 ‘최대노출국’으로 전락했다.

2024년 한국경제는 세계적 고금리, 중·고물가 영향에 지배받으며 성장률은 2023년 1.4%에 이어 1.8% 정도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 고금리, 가계부채, 부동산PF 위기 등으로 민생은 최대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1. 지정학적 위기와 한미동맹 리스크

2024년 한국경제는 ‘기로’에 서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뽑은 2024년 한국경제 키워드는 ‘기로’, ‘Go or Stop’, ‘살얼음판’, ‘불확실성’ 등이다. 한국경제가 2024년 갈림길에 서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가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가, 일본보다 더 심각한 장기저성장의 늪에 빠지는가가 2024년에결정된다는 취지이다.

미국은 세계화를 접고, 탈세계화를 추진하며 자국 중심으로 핵심기술과 생산설비를 재배치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하여 미국 내 반도체, 전기차, 전기배터리, 의약품 등 첨단제품을 생산하고 중국에는 최첨단기술을 차단하여 기술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전략은 한국에 친미반중반러정책을 강요하면서 심각한 지정학적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바이든은 인프라투자와 일자리법,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바이오 행정명령 등으로 자국내 생산기지 확보전략을 제도화하였다.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에 올인하고 삼성, 현대기아, SK 등 한국재벌은 최대투자로 응답하여 전체 대미투자 규모가 300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중국 시장을 포기한 삼성반도체의 댓가는 인텔, 마이크론에게 기술과 시장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바이든의 모든 정책은 백지화될 수 있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 위기의 핵심에는 한미동맹 리스크가 있다.

한국 재벌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집중 이전하는 것은 대기업으로서는 그럭저럭 연명할 수 있는 방책이나 국민경제 입장에서는 ‘한국경제의 공동화’로 이어진다. ‘현지생산에 따른 수출 물량의 감소’, ‘기술이전으로 한국의 독과점 지위 약화’, ‘국내 연관산업 쇠퇴(부품·소재 등)’, ‘법인세 등 세수 감소’, ‘고용감소 및 지역경제 쇠퇴’ 등이 발생하여 국내총생산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게 된다. 사실상 한국경제는 실존적 위기 앞에 서 있다.

2024년은 다극화 시대에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쇼어링(동맹블럭화)에 편승한 한국의 대미 올인전략이 성장하는 경제, 협력하는 경제에 올라타는 것인지, 쇠퇴몰락하고 있는 경제, 약탈적인 경제에 올라타는 것인지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줄 것이다.

2024년은 다극화 시대에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쇼어링(동맹블럭화)에 편승한 한국의 대미 올인전략이 성장하는 경제, 협력하는 경제에 올라타는 것인지, 쇠퇴몰락하고 있는 경제, 약탈적인 경제에 올라타는 것인지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환영 만찬에서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자, 곁에 서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리액션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환영 만찬에서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자, 곁에 서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리액션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2. 수출주도 성장 쇠퇴

2023년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7.4% 감소한 6,327억 달러, 수입은 12.1% 감소한 6,427억 달러,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 적자였다. 2022년 -472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적자였으며, 역대 최저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024년 수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6,800억 달러, 수입은 3.3% 증가한 6,660억 달러, 무역수지 140억 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은 작년에 비해 조금 나아진다는 것이지 계속 수출이 호조되고 상승세를 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마저도 각종 변수와 리스크로 하방위협이 있다는 조건하에서의 전망이다.

한국 수출위기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했다. 한국 기준으로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8년 26.8%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3년 19.7%로 감소하였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 비중 역시 2015년 10.9%에서 2023년 6.2%까지 감소하여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다. 이어 홍콩, 아세안과의 무역수지 흑자폭은 감소하고 있고, 대만과는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EU, 인도 등에서는 무역수지 흑자 폭이 증가하였거나 적자 폭이 줄었다. 이는 미국 중심 경제블록, 그리고 중국 대체시장 모색 등의 결과로 볼 수 있으나, 서방이나 신규시장이 과거 중국·아세안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감소는 한편으로는 ‘중국의 산업고도화’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탈중국 정책’ 때문이다. 2022년 반도체 수출의 중국시장 의존도는 54.7%이고 ICT도 43.9%에 달해, 중국시장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국의 경기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2023년 하반기에도 현재의 대중국 수출증가율 수준(1~7월 누적 –25.9%)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1.2%P 하락시키는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대중국 수출감소 요인에 따른 GDP 감소 규모는 24.3조 원 정도이다. 

한국의 수출주도 경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징후도 뚜렷하다.
세계화 시대인 1990~2008년 사이 한국은 수출증가율(평균 11.0%)이 경제성장률(평균 6.4%)의 두 배로,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였다. 하지만 세계금융위기 이후 2009~2018년 사이 한국의 수출 증가율(평균 3.1%)은 경제성장률(평균 2.7%)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코로나 위기와 신냉전 보호무역이 발생한 최근 5년을 보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1.7%로 경제성장률 1.9%보다 낮다. 세계화의 쇠퇴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과도한 수출의존경제를 축소하고 내수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미국 주도 경제블록에 일방적 편입보다는 브릭스를 포함하여 호혜평등의 원칙에서 다자간 무역 관계를 확대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3. 내수경제의 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

수출이 안되면 내수라도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2023년 한국경제는 내수에서도 심각한 정체를 겪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년 결과로 GDP를 구성하는 소비, 투자, 순수출 3가지 지표 중 민간소비를 2.3%, 투자를 –3.1%로 추정했다. 2024년에는 민간소비가 2.4%, 투자는 3.6%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한국경제가 그나마 1.6% 정도의 플러스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민간소비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만한 추세에 불과하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0.1%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작년 3분기 민간소비는 0.16% 성장했으나 정부소비는 –2.1%로  줄었다. 민간소비가 올려 놓은  GDP  성장율을 정부소비가 깍아먹은 것이다. 정부소비가 줄어든 것은 IMF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24년에는 부동산 경기 하락이 재가시화되면서 민간소비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설비투자는 경기침체에 대한 예측과 금융비용 증대 등의 영향, 건설투자는 주택경기 둔화, SOC예산 감소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재생산물투자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소프트웨어 투자에서 양호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나 R&D투자는 부진할 전망이다.

작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잠재성장율과 관련, 2023년에는 1.9%, 올해는 1.7%대로 추가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의 잠재성장률 전망에서 한국이 2%를 밑돈 것은 처음이며, 경제성숙단계가 높고 규모도 한국보다 훨씬 큰 미국보다도 낮고 G7을 밑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0월 31일 국회연설에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회복돼 주요국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는데, 결코자랑할만한 국면이 아니며, 긴장하고 경제비상사태을 선언해야 할 상황이다. ‘깨어보니 선진국에서 깨어보니 후진국’으로 상황이 돌변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본격적인 저성장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졌다. 이제 우리나라는 노동력 감소를 상쇄할만한 자본투자나 생산성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으며,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되었다. 게다가 실질GDP는 수년째 하락하여 잠재GDP에 도 못 미치고 있다.

전문가 설문에 의하면 내년 한국 경제가 주의해야 할 대외 리스크로는 ‘미국 통화긴축 장기화’가 37.8%, ‘글로벌 수출 경쟁 심화’가 36.7%, ‘중국의 저성장’이 33.3%로 우려했다. 국내리스크로는 가계부채 심화가 53.3%, 부동산발 리스크가 32.2%, 생산 및 소비물가 상승이 32.2%, 내수경기침체가 28.9%였다. 많은 경제연구기관에서 2024년 경제성장률을 2% 이상으로 점치고 있으나 실제 성장률은 2% 이하, 1.8%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바로 대내외 하방 리스크가 매우 현실적이고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4. 체제전환투쟁의 필요성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해외자본과 재벌자본의 성장을 가져왔으나 한국 노동자민중에게는 자산-소득-교육-복지불평등을 가져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는 불평등의 심화과정이었다. 달러체제에 편입된 금융종속체제는 국내에서 약탈금융을 확산시켜 부동산과 금융 등 자산불평등을 초래했다. 제국주의 국제분업체계 속에서 중저가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의 역할은 중국에 편승하여 성장일로에 있었으나 국내 일자리 축소와 비정규직 노동의 확대, 소득불평등을 가져왔다. 또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체제는 공교육의 붕괴, 교육불평등, 교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친미일변도의 경제체제는 재벌의 탐욕과 거대관피아의 결탁으로 30%에 달하는 납세율(OECD 35%)에도 불구하고 ‘중복지’도 실현하지 못하는 복지불평등 국가를 만들어 왔다.

최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대중봉쇄전략, 윤석열 정부의 극단적인 한미동맹정책을 통해 구축중에 있는 동맹쇼어링 전략은 과거와 전혀 다른 심각한 새로운 위기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IMF급의 경제위기가 불가피하고, 그 이후는 장기 디플레이션일 수밖에 없다. 재벌자본은 미국으로 갈 것이 아니라 국내로 유턴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핵심문제 중의 하나가 지방소멸이다. 재벌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특히 지방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나간다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국 인건비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다변화를 위해서는 미국 주도 프랜드리 쇼어링에 탈피하여 브릭스 등과 국익위주의 다변화된 수출교역관계를 구축해 가야 한다. 재벌자본의 유턴을 전제로 노사관계와 지방경제 재구성, 외교통상 관계 재구성 전략이 필요하다.

수출비중을 줄이고 내수를 강화해야 한다. 내수강화의 핵심은 국가재정을 통해 공공부문 복지, 즉 재분배를 강화하는 것이다. 공공부문 인력을 확대하고 복지를 확충하며 국가기관, 공기업의 역할을 높이려면 노정관계를 재구성해야 하며, 공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와 공공부문이 앞장서야 민간을 선도하고, 민간부문에서 재분배를 통한 내수확대정책을 선도해 갈 수 있다.

자주적인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는 탈달러를 해야 하나, 당장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비중을 줄여야 하며, 교역에서도 달러결제비율을 줄여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을 줄여나가면서 자본시장의 종속성과 투기성을 극복하고 방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

한국형 유턴, 수출다변화, 내수강화 전략, 금융주권확립을 통해 한국경제를 재구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한국경제의 치명적인 약점인 에너지, 원자재, 소부장 기술자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해결의 출로는 남북경협, 통일경제밖에 없다. 남북경제는 많은 면에서 미국 중심의 프랜드리 쇼어링을 대체할 수 있고, 핵심산업자립화에도 지속가능성을 부여하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탈달러, 공급망 재편, 다극화와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봉착한 수출주도경제를 재구성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에 관한 심각한 정치문제이며,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이다. 여기에는 국내외 제 세력의 심각한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실로 국가적 논쟁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자민중은 이제 한국경제 재구성에 대해 공세적 담론투쟁과 체제전환투쟁을 대담하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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