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의한 평화? 상황 악화시킬 뿐
접경지역 긴장 완화 위해 대북전단 삼가야
“남북대결 고조되면 농지에서도 쫒겨나기 일쑤...평화는 생존권 문제”
안전 보전과 수습 아닌 대응사격 위한 늦장 대피령...“국민생명 볼모로 한 도박 멈춰야”
한국군 합의 위반 사례 엄청나...한국 역시 문제의 일부

▲25일 오전 11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열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기자 간담회'에서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재희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25일 오전 11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열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기자 간담회'에서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재희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남북 접경지역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합참은 북의 포사격 훈련을 빌미로 지상 해상 완충구역 내에서의 사격과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월부터 군사분계선 5km 이내에서 포사격훈련과 야외 기동훈련 등을 재개할 예정이다.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미국의 대북 군사 적대와 더불어 윤 대통령의 무분별한 호전적 언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대북 선제 타격’ 운운한 데 이어 극우 대북강경론자를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해 통일부를 사실상 ‘전쟁부’로 만들었다. 여기 더해 한미일 전쟁동맹까지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격화하는 군사적 긴장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힘에 의한 평화? 상황 악화시킬 뿐

25일, 광화문 변호사회관에 모인 접경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은 한목소리로 윤석열 정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이하 ‘평화연석회의’)’는 “북의 포사격 훈련 이전에 한미연합 전투사격훈련이 있었고, 한국 육·해군의 대대적인 사격과 기동훈련도 있었다”며 현재 상황이 북의 군사훈련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에 평화연석회의는 “전쟁불사를 외치는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며 “윤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조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식”이라고 규탄했다.

접경지역 긴장 완화 위해 대북전단 삼가야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재희 시민단체 활동가는 접경지역 긴장을 조성하는 요인 중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극우 색체의 종교단체들과 탈북자 단체들이 대대적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4월의 ‘북한자유주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기에 우려는 더 크다.

그는 “대북 전단 살포는 저강도 전쟁 수행 수단인만큼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이에 대해 반북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인권운동이라 주장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인권 활동”이라 성토했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는 단순히 남북관계 악화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북의 대공사격과 원점 지역 타격 등을 유발하여 남북 간 실제 교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대결 고조되면 농지에서도 쫒겨나기 일쑤...평화는 생존권 문제”

강원도 철원군에서 농사를 짓는 김용빈 씨의 증언도 뒤따랐다.

김용빈 씨는 “철원 지역 농민들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군사지역을 넘나들며 농사를 짓는데, 남북대결이 고조될 때마다 긴급히 철수를 요구받아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 때가 부지기수”라 전했다.

그는 “접경지역에 산다는 것은 일상적으로 국가에 희생하며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초소를 넘나들며 검문을 받는가 하면 군사지역 설정에 따른 온갖 규제 속에서 살다보니 다른 곳보다 발전이 뒤처지기 십상”이라 말을 이었다.

평화로운 시기에도 살기가 어려운데, 긴장이 높아지면 생존권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삶이 내몰린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를 향해 “요즘 군 이동 병력을 보면 전과 달리 무슨 일이 벌어지나 싶어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며 “9.19 군사 합의를 존중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다시 개정하여 평화의 길을 개척해달라”고 촉구했다.

안전 보전과 수습 아닌 대응사격 위한 늦장 대피령...“국민생명 볼모로 한 도박 멈춰야”

한편 북한대학원대학교의 김동엽 교수는 지난 5일 국방부의 폭음 관측이 끝난 후 1시간 뒤에 내려진 주민대피령에 대해 규탄했다.

국방부의 주장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백령도 북방 장산곶과 등산곶 일대에서 북측이 200여 발의 사격을 실시했는데, 정작 군은 12시가 넘어서야 연평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는 것.

문제는 이것이 이날 3시에 예정된 한국군의 대응 사격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피령이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북한 포사격이 끝난 지 1시간 뒤에나 내려진 대피령은 결국 우리 군이 쏠 테니 주민들은 알아서 피하라는 뜻이었다”며 “국민의 생명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상대를 위협하는 힘겨루기로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라 지적했다.

한국군 합의 위반 사례 엄청나...한국 역시 문제의 일부

정부발 가짜뉴스와 내로남불도 도마에 올랐다.

윤 정부는 북보다 먼저 9.19 군사합의를 효력 정지시켰음에도 시종일관 그 책임을 북에 돌려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북은 합의를 3,600번 어겼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통령실이 <2022 국방백서>를 토대로 발표한 “17회 위반”에 견주면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한국의 합의 위반 사례가 2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김 교수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 교수는 “9.19 군사합의 이후 한국군이 합의된 ‘완충구역’ 내에서 항행경보를 발령하고 백령도 연평도 일대에서 벌인 사격만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라며 “우리 군에 의한 무수한 합의 위반 사례는 한국 역시 9.19 군사합의 폐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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