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항상 전쟁 위기였다. 위기가 고조되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이러다 말겠지 하는 안이한 인식도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는 위기는 단지 과거의 반복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23년 한미 양국은 사실상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군사작전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공격 연습을 실시하며, 전쟁을 함께 치를 아군을 확보하는 것을 전쟁 준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해 3요소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공격 연습 : 빈번한 군사연습과 수시로 전개되는 전략자산

지난 해 본 기자가 확인한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은 365일 중에 200일이 넘게 진행되었다. 사실상 3일에 이틀 꼴로 군사연습이 진행되었다. 3월 한달은 훈련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언론에 보도되고, 한반도 내에서 전개된 연습만 계산한 것이니, 군사연습의 총 횟수와는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한미연습은 42차례 진행되었고, 한미일 군사연습은 10차례 진행되었다. 다음은 2023년 진행된 한미, 한미일 연습의 이름이다. 이름과 숫자가 일치하지 않은 것은 동일한 명칭의 연습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0월 17일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하는 한미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되었다.
▲ 지난해 10월 17일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하는 한미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즉 핵무기 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한반도에 수시로 전개되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이 12월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2023년 전략자산이 12차례 전개되었다고 ‘자랑’했지만,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20차례이다. 전개 일자와 전개된 전략자산은 아래와 같다.

 

▲ 미국이 ‘세계 최강의 전투 잠수함’이라고 자랑하는 켄터키 잠수함. 지난해 8월 한반도에 들어왔다. 핵무기 20발을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이다.
▲ 미국이 ‘세계 최강의 전투 잠수함’이라고 자랑하는 켄터키 잠수함. 지난해 8월 한반도에 들어왔다. 핵무기 20발을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이다.

한미 군사 연습은 ‘통상적인 훈련(training)’이 아니라 ‘실전과 똑같은 연습(exercise)’이다. 200회가 넘게 연습이 진행되고, 핵공격 수단이 20차례 들어온 것을 ‘통상적 방어훈련’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공격 연습이 명백하다.

작전계획 최신화 : 핵협의그룹(NCG)에서 핵작전 계획 마련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고, 핵협의그룹을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12월 2차 핵협의그룹 회의가 진행되는데, 한미는 핵협의그룹의 과업(임무)를 ▶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 ▶ 핵 및 전략기획 ▶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 등으로 설정했다.

‘핵 협의절차’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출동시킬 것인가를 다룬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한국과 역내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작전계획(즉 공격 계획)을 다룬다. 즉 미국의 핵작전 수행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핵협의그룹이라는 말이다.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은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어떻게 어떻게 통합·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미국의 핵작전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핵협의그룹은 핵작전 계획을 마련하는 한미 논의 창구인 것이다. 2차 핵협의그룹 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2024년부터 핵작전 시나리오가 포함된 군사연습을 하기로 했다. 

아군의 확보 : 한미일 군사동맹과 유엔사 재활성화

한미일 군사동맹이 9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한미일 정상은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고도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023년 9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은 완성되었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군사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뿐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한 내용은 사실상 군사동맹이다. 군사적 적대국을 중국, 러시아, 북으로 설정하고, 그들에 대한 구체적인 군사협력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한 내용을 보면 위협의 실체로 북중러를 명시했다. 군사협력의 지리적 범위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명시되었다. “도발과 위협에 대해 삼국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한다”라고 하여 동맹 협의 의무도 명시했다.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탄도 미사일 방어 협력’, ‘한미일 군사훈련 연례적 실시’ 등 군사협력의 구체적 내용도 합의하였다. 위협의 실체, 군사협력의 지리적 범위, 동맹 협의 의무, 군사협력의 구체적 내용 등이 담기면, 그것은 바로 동맹조약이다. 이로써 한미 양국은 일본을 아군에 편입하는 문제를 완성했다.

한미일 동맹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것일까.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14일 유엔사 국방장관 회담이 진행되었다. 이날 회담에서 유엔사 회원국들은 유엔사 차원의 훈련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유엔사를 전투사령부로 전환할 것을 시사했다. 윤석열 역시 지난해 8월 10일 유엔사 직위자 초청 간담회를 열고 ”유엔사는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규정했다.

 

▲ 지난해 8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유엔사 고위 관계자들을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 지난해 8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유엔사 고위 관계자들을 용산 집무실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일본을 유엔사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미합참은 이미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정의를 “유엔사에 기여를 할 국가”로 확대함으로써 일본이 유엔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최근 한미 국방 당국자들 사이에서 일본이 유엔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한미일 삼각 동맹을 주축으로 하여 유엔사 체제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다.

아군을 단지 확보하는 차원이 아닌 아군의 전쟁 지휘 체계마저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2024년부터 더욱 치밀해질 전쟁 3요소

올해부터 한미는 미국의 핵작전 시나리오가 포함된 군사 연습을 진행한다. 한미일 군사 연습과 유엔사 군사 연습이 본격화, 정례화된다. 핵 공격 연습이 더욱 치밀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올해부터 핵협의그룹(NCG)은 분기별로 진행하면서 핵작전 계획을 구체화하고,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하기 위한 협의를 본격화할 것이다. 또한 올해부터 핵협의그룹이 한미일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5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은 NCG에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유엔사를 모태로 하는 아시아판 나토 구축 역시 2024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 하원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 설치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가칭 ‘인도태평양조약기구(IPTO) 법안’이 그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치밀하게 대북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조성되는 한반도 위기는 단지 긴장 고조 수준을 넘어 전쟁 위기 상황이다. 이 전쟁 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어느 누가, 어느 곳에서 사소한 방아쇠라도 당긴다면 그 즉시 확전,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이다. 한반도 비상사태가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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