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주가조작 특검’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제 쌍특검 실시 여부는 다시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 과반 출석에 2/3 찬성이 있어야 특검을 실시할 수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2021년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특검 수용을 촉구한 바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의 당시 발언은 파괴력이 상당했다. 그런데 ‘거부가 범인’이라는 이 명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가족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하지만 이 정도의 비난쯤은 각오하지 않았을까. 문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은 국민 65%가 지지하는 ‘김건희 특검’에 찬성할 수 없다. 용산 대통령실 뜻을 거스르면 총선에 공천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대하자니 총선에서 떨어질 게 뻔하다. TK(대구경북) 지역 25석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겠지만, PK(부산‧울산‧경남) 40석은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수도권 121석은 몰살이 예상된다.

‘국민을 따르자니 용산이 대노하고, 용산을 따르자니 국민이 외면하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국민의힘 의원들.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들의 고심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국민의힘 공천이 끝나는 2월 중순에 국회를 열어 특검을 재의결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공천된 의원도, 공천에 탈락한 의원도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 공천된 의원은 본선을 생각해 눈치를 보며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천 탈락자는 앙심을 품고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

지난달 28일 김건희 특검이 180표 찬성으로 가결됐으니, 국민의힘에서 반란표 20명 또는 본회의 30명 불출석이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마도 이 시기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이들도 있다. 나경원 전 의원처럼 원외에서 공천을 기다리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특검법 자체에 문제가 너무 많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두둔해 나섰다. 나 전 의원 입장에서는 공천을 받기 위한 발언이겠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국민의힘 의원들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표정 관리에 들어간 이들은 또 있다. 30여 명에 달하는 용산 대통령실 출신 총선 출마자와 20여 명에 달하는 장차관 출신 출마자들이다. 절반 가량이 영남에 출마하는 이들은 용산의 눈밖에 나 공천에 탈락하는 현역 의원이 많을수록 출마 기회가 늘어난다.

오는 6일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만남을 예고한 김기현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김 전 대표 지역구에는 검찰총장 시절부터 함께한 윤 대통령의 최측근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출마를 벼르고 있다.

야당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재의결이 국회에 넘어온 즉시 ‘김건희‧50억클럽’ 특검거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날 긴급 토론회를 갖고 ‘김건희 특검 거부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특정 일부(본인과 아내)의 이익을 위해 공직을 수행하면 ‘공익 실현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탄핵 사유가 된다는 설명이다.

오는 4.10총선에서 범야권이 200석을 얻으면 거부권 무력화는 물론이고, ‘윤석열 탄핵’도 상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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