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연동형과 준연동형 비례제
민주당 내분도 다당제 필요한 이유
비례성 높을 수록 다양한 계층 대변
44.7% 준연동형비례제 유지, 개선해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논의가 화두에 올랐다. 진보 4당(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은 거대 양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소선거구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내용으로 한 선거제도 개혁을 합의했고 21일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선거법 개악 저지, 진보4당 공동 기자회견’ ⓒ 진보당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선거법 개악 저지, 진보4당 공동 기자회견’ ⓒ 진보당

권역별 병립형과 준연동형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는 전국을 3~6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의석수를 할당해 선거를 치르는 제도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체 국회의원 300석 가운데 47석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한다면 47석을 권역별로 나누게 돼 거대 양당으로 표가 몰릴 여지가 높아 군소 정당의 경우 의석수를 차지하기 어려워진다.

진보 4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9년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42% 긍정, 29% 부정 결과로 민심을 등에 업고 통과된 법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인데 반해,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50%만 연동한 것이라 당시 반쪽짜리라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전국 단위에서 일정 수준 지지율만 보인다면 군소 정당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거대 정당의 위성 정당이 출연(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등)해 그 의미마저 퇴색됐다. 정의당은 ‘위성 정당 방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선거법 개악 저지, 진보 4당 대표 연석회의 ⓒ 김준 기자
선거법 개악 저지, 진보 4당 대표 연석회의 ⓒ 김준 기자

21대 총선 이후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 중 44.7%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위성 정당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지난 2월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구성해 지난 총선 당시 지적된 위성 정당의 문제점 개선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개특위 대신 2+2 협의체를 따로 구성해 거대 양당끼리만의 논의를 이어갔다. 협의체에서 배제된 군소 정당과 시민사회는 거대 양당의 밀실 협의 아니냐 반발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분도 다당제 필요한 이유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해, 국민을 대신하여 국사 의사나 정책을 결정하게 하는 통치 구조의 구성원리다. 하지만 한국 선거제는 차선책을 선택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로인해 정치양극화는 심화되고, 정당 안에서 내분이 일어났다.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국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선거제도는 이런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혁신위원인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무력한 이유를 “밀려드는 당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탄핵, 촛불 민심을 등에 업어 전무후무한 180석이라는 의석을 차지했고, 4백 80만 명의 당원을 거느리게 됐지만 정작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준비가 안 됐다는 거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개딸’, ‘수박’ 논란 등이 일며 계파 갈등이 심화됐다. 이는 민주당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선거제도 후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탄희, 김종민, 홍영표 등 민주당 소속 의원 55명은 내년 총선 선거제도와 관련해 당 지도부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탄희 의원은 “연동형 비례제 지켜내고, 다양한 정치 세력이 함께 힘 합치면 증오 정치, 정치 양극화 세력 고립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무기력한 단독 180석이 아니라, 연합 200석 노리는 선거경쟁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례성 높을 수록 다양한 계층 대변

30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높은 국가는 대부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여성 정치적 대표성 제고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는 “실제 각국의 여성 의원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여성 의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8개 회원국 중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높은 나라다. OECD 국가 30대 미만 국회의원은 20명 중 1명꼴이지만, 한국은 0명에 불과하다. 

정치 양극화로 국민의 갈등이 심화 되고,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선거제를 손볼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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