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6일 오후, 외교·통일·안보 분야 질의가 열렸다. 핵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한미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반국가세력이 종전선언을 노래부르고 다닌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에 동조한 한덕수 총리의 발언이 논란을 낳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하면 반국가세력이냐”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 총리는 “그런 주장을 하면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철 지난 이념 공세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윤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3차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3차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김 의원은 “종전선언을 처음으로 언급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반국가세력이냐”고 물었다.

김 의원이 이렇게 질문한 까닭은, 2006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체결하겠다”며 “나와 노무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종전선언에 함께 사인하자는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어서다.

여기에 대해 한 총리는 “부시 대통령께서는 원래 (종전선언을) 하고 싶지 않으셨다. 하도 한국 정부에서 얘기하니 ‘한번 해보시지요’ 했던 것”이라며 사실관계에 어긋난 주장으로 일관했다.

이는 결국 궁색한 말 돌리기로 이어졌다. 김 의원이 작년 1월 프랑스 상원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 총리는 “잘 모르겠다”며 “중요한 건 우리의 자세고, 우리의 준비고, 우리의 의지”라며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았던 것.

한반도 종전선언을 얘기한 프랑스 상원의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 찍을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의 자세’라는 알 수 없는 추상적인 얘기로 후퇴한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3차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3차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 의원은 “국가의 3요소인 국민·주권·영토를 저해하는 게 반국가 세력이라면 윤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이 아니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4월 미국 국방부의 기밀문서가 유출되며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정부를 도청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미국은 친구이기 때문에 도청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꼬집은 것이다.

외국의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비롯한 한국정부 기관을 마음대로 도청해도 되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양국 간 얘기를 하고 있고, 필요한 조사도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한미일 정상회담 또한 도마에 올랐다. 최근 기시다 내각의 독도영유권 주장 노골화에 이어, 한미일 정상회담은 3국이 ‘동해’의 ‘일본해’ 표기를 공식 인정하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

이에 김 의원은 “일본에 이의제기조차도 못하는 정권이야말로 영토를 포기한 반국가적 행위자가 아니냐”고 질타했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징용 손해배상권마저 빼앗는 정부의 행태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반국가적 행위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자기 집사람을 매일 대중 앞에서 내 집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집사람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해괴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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