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붕괴위기 방치하는 윤 정부
2년째 노정합의 이행 않는 보건복지부

13일 오후, 광화문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의료계 노동자 2만여 명이 서울 중심부를 가득 채웠다. 이들은 간호사 대 환자 수 1:5 제도화, 의사 인력확충,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쟁의조정 기간 중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사용자 측이 요구안에 화답한다면 파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사용자 측의 시간끌기와 보건복지부의 대화 차단으로 이날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유지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 1만 5천명을 제외하고 60여 개 직종의 4만 5천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 대오에 합류했다. 보건의료노조 역사상 최대 규모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하여 국민 ‘간병파산’ 막아야

보건의료노조가 제시한 7대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수 1:5 제도화’ 및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코로나19 영웅에게 정당한 임금지급과 9.2 노정합의 이행,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

이중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의 경우, 병원 내 간병 서비스병동을 확대하여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한 달에 400만원에서 500만원 꼴인 간병비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간병을 포기하거나 ‘간병파산’을 겪는 등, 비싼 간병비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모든 의료기관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한다면, 대규모의 간병 서비스 체계가 확립되어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으로 의료서비스 질 높여야

한편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은 의료현장 인력대란을 해결하라는 요구다. 대표적으로 간호사의 경우 한 명당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4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어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신규간호사 53 퍼센트 가량이 1년 안에 의료현장을 떠난다.

또한 방사선사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홀로 담당하며, 물리치료사는 치료 업무뿐 아니라 환자이송과 행정업무까지 담당하여 비슷한 수준의 격무에 노출된다. 이에 병원은 비정규직 채용이라는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다 보니 전문성은 축적되지 못하고, 인력수급난의 악순환이 반복되어왔다. 이는 병원 서비스의 질 저하와 환자 위험부담 증가의 요인이었다. 따라서 직종별 인력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직결되는 문제다. 2021년 보건복지부는 9.2 노정합의를 통해 담당 환자수 기준 마련과 인력확충을 약속했으나 이는 이행되지 않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원은 공공성 강화 첫걸음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역시 핵심 요구사항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일반환자 진료를 포기하고 코로나 환자치료에 전념했다. 이들 병원은 최근 코로나 위기가 안정화 되며 일상의료체계로 전환했으나 의료진과 일반환자 이탈로 병상가동률이 40% 수준이라 극심한 경영난에 놓여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뛰었던 의료계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을 걱정하는 상황. 그러나 윤 정부는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을 중단했다.

이날 대회사에 나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의료인력 대란과 공공의료 붕괴를 막을 해법을 요구하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며 정부의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또한 “비싼 간병비 해결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하라는 게 정치파업이냐”며 ‘국민 생명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 정치파업에 동참말라’고 말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협박에 반박했다.

▲13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3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생생한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공지현 한양대의료원 지부장은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며 25년 간 견뎌왔다”며 “더 이상 동료들이 떠나지 않게, 환자가 피해를 당하지 않게,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 지부장은 “간호사 꿈이 퇴사가 아니어야 한다”며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적정인력 기준 도입 약속이 이행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를 마친 의료노동자들은 오후 3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틀 차인 14일에는 서울, 세종시, 부산, 광주에서 거점별 총파업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엔 전국 동시다발 건설노조 파업대회와 '윤석열 퇴진 촛불 문화제' 또한 예고되어 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