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및 대담

지난 5월 26일 한설-이해영 대담으로 “미국의 대리전(Proxy war), 그들이 말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실” 강연회를 진행했다. 대담 내용을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이 정리했다. 한설 전 소장 발제, 이해영 교수 발제, 그리고 대담으로 나누어 3편을 연재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의 피해가 상당함에도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과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은 왜 저항 없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고 있는가?

이해영

미국이 과거 유럽 정책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의 자원과 독일 자본의 결합이다. 이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미국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폭파시켜 버렸다. 분명한 미국의 테러다. 독일은 자국의 핵심 인프라를 사보타지에 의해 잃었음에도 우크라이나 소행이라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거나 미국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과 서유럽의 엘리트 정치계급은 체질적으로 동화된 이익공동체가 되어 있다. 서양의 봉신(vassal)들이 왕인 미국을 섬기는 국제관계의 재봉건화가 되었다. 서양의 정치세력과 대중의 이익이 분리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대중의 저항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리브럴 파시즘’이 생겨났다. 앞으로 서유럽의 민주주의는 더 후퇴할 것이다.

한 설

푸틴은 서유럽의 이러한 모습을 ‘자주성을 상실한 식민지’라고 했다. 독일에서는 사회민주당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정당들이 오히려 더 미국의 이익에 복종하는 태도를 하고 있다. 90년대에 공산당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유럽의 사회민주주위가 타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해영

나는 그것을 진보 네오콘이라 부른다.

미국이 패권국의 지위를 잃고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한국과 같은 약자인 나라는 언제나 피해만 받지 않겠나?

한 설

중국이 패권을 이어받는 상황은 되지 않을 것이다. ‘패권’은 자본주의 세계지배 질서를 말할 때 유용한 개념이다. 미국의 패권 질서가 무너지면 다른 형태의 세계국제질서가 형성되리라 생각한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변증법적 결합의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패권이 연이어지는, 즉 네덜란드의 패권이 영국으로 이어지고 다시 미국으로 이어지는 그런 식은 안될 것이다. 다양성이 가능한 시대가 될 것이다. 아무리 중국의 경제력이 강해진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와 인도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이 존재하는 세계가 되리라 본다.

이해영

신세계 질서에도 힘의 법칙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의 방향과 내용은 달라질 것이다. 힘이 강한 나라와 약한 나라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미국의 패권과는 다른 형태의 힘의 논리가 작동할 것이다. 글로벌사우스는 나름대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것이다. 글로벌사우스는 미국이 지배하는 지금의 세계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공감이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물론 미국의 끊임없는 공작에 의해 약한 정권은 언제든지 넘어질 가능성도 존재하며 한국처럼 자발적으로 굴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도 여전히 일방적인 반중, 반러, 반북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 생각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국민은 어떤 관점과 자세가 필요할까?

이해영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에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완성하려 할 것이다. 지소미아 다음은 한일 간 군수지원 ACSA협정이다. 한일간에 탄약부터 마스크까지 군수물자를 상호운용이 가능하게끔 표준화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이긴 다음, 한일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려 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병력지휘체계를 통합하는 것만 남게 된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를 다 굴욕적으로 해결이 아니라 딜릿(delete)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독도와 교과서 문제다.

한 설

국민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데 윤석열 정부는 정치외교적으로 격동하는 세계정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미국만 따라가며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정도가 되면 국민과 윤석열 정권의 괴리가 더욱 커지리라 생각한다. 지지율 30%라는 굉장히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붕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방향으로 터질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조기에 종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설

러시아가 굉장히 현명하게 전쟁을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자기 능력 내에서 전선을 축소하고 전면을 좁히고 기간을 늘렸다. 이렇게 하면 한번에 투입되는 자원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이다. 넓은 전면이었다면 러시아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나 미국은 러시아가 넓은 전면에서 전투를 확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니 결국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소한 2025년까지 전쟁을 끌고 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추측은 러시아가 올겨울까지 전쟁을 끌고 가서 미국의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주어 정권교체를 유도하려고 하지 않을까 한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어 트럼프가 당선되면 트럼프와 빨리 정치적 해결을 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지상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지상전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는 폴란드가 유일하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데 가능한 일인가?

이해영

외교 문제가 미국 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민생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미국 내에 네오콘도 있지만 리얼리스트도 있다. 이들은 주적인 중국과 싸우기 위해 러시아를 미국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전으로 실패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소수인 이들의 발언권이 더 커질 수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려면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 충족되어야 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표로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 1997년 이전으로 나토 병력을 물리는 것으로 두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군사적으로 봤을 때 한반도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한 설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북한은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프트파워가 하드파워보다 더 강하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국력에서 가장 핵심은 하드파워다. 남한이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더 잘사니까 북한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 몇 군데 미사일로 쏘면 한국경제는 무너진다. 경제는 국력이 아니다. 진짜 국력은 군사력이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한의 재래식 무기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그리고 북한의 소령급 장교를 위한 군사교육 기간이 2-3년이고 우리는 6개월이다. 2-3년과 6개월은 차이가 크다. 러시아와 미국도 마찬가지다. 질적인 면에서 미군은 러시아군의 군사 지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북한과 공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전쟁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생각을 해야지 마치 경제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의 외교 분야에서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있는가?

이해영

외교 분야의 관료들은 개인적인 능력은 뛰어나나 미국 앞에만 서면 아무 말도 못 한다. 미국을 맹렬히 추종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자신이 어느 나라 외교관인지 모른다. 미국이 원하고 시키는 일만 해왔던 것이 너무 오래되다 보니 한국외교의 전략, 핵심이익이 무엇인지 모른다. 또 미국이 체크하고 거르니 미국 말을 잘 듣는 것이 체화되어 있다. 한국의 정당은 큰 차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힘과 생각이 비슷한데 윤석열 정권이 한다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몇 달 전부터 한국의 155mm포탄이 이미 우크라이나로 넘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한국의 어느 언론 하나 언급하지 않는다. 미국의 유출된 국방문서에는 날짜, 장소, 수량까지 다 나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전체 실상을 제대로 파악도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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