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질서와 한반도의 선택
-아메리칸 파이, ‘글로벌 호구’로 가는 급행열차
-신세계질서와 지정학의 귀환
-메가 지정학적 연결성

지난 5월 26일 한설-이해영 대담으로 “미국의 대리전(Proxy war), 그들이 말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실” 강연회를 진행했다. 대담 내용을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이 정리했다. 한설 전 소장 발제, 이해영 교수 발제, 그리고 대담으로 나누어 3편을 연재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224일간에 걸친 혈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격렬했던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가 압승을 했다. 이 전투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 변곡점이 지났으며 6월에는 유럽에서 전후 최대 규모의 공군연합훈련이 시작된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F-16을 제공하기로 한 것에 대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F-16까지는 예상을 하지만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핵을 제공할 경우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우크라이나가 한반도 분단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선제적으로 밝혔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4분 내지 5분 된다. 루마니아도 자신의 옛 영토를 챙길 것이 있고 헝가리도, 폴란드도 챙길 것이 있다. 러시아가 동남 8주를 가져가고 가운데 비무장지대를 두면 우크라이나는 가운데 지역에 이름만 남겨놓은 비극적인 상황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만일 서방이 100km 날아가는 미사일을 주면 비무장지대가 100km가 되는 것이고 300km 날아가는 미사일을 주면 비무장지대는 300km가 될 것이다. 어쨌든 러시아는 이 구상은 못 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자살이다. 이미 바흐무트에서 수만 명이 죽었다. 오죽하면 바흐무트 전투를 ‘미트 그라인더(the meat grinder)’로 부르겠는가.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은 빨리 공격하라고 우크라이나를 몰아세우고 있다.

아메리칸 파이, ‘글로벌 호구’로 가는 급행열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기타 하나 동전 한 닢’을 받고 와서 대단한 외교성과인 양 엄청나게 치장했다. 미국의 한 여론기관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했다. 사실상 미국의 봉신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우파의 미국 선호도는 대략 50%, 좌파의 미국 선호도는 31%이다. 그런데 한국은 우파의 미국 선호도는 83%, 좌파의 미국 선호도는 75%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만큼 미국에 호감을 느끼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도 유례가 없다. 물론 나라마다 정치지형이 다른데 좌우의 기준을 똑같이 적용했을 테니 한국의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참담함을 안겨준다.

윤석열 정부가 “심리적 G8에 들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G13이고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골드만 삭스에 의하면 한국은 2050년에는 세계 15위권에 없다. 이집트, 나이지리아, 멕시코가 15위권에 있고 러시아는 10위로 점쳐지고 있다. 2075년이 되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이집트, 브라질이 10위 안에 들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질서와 지정학의 귀환

단극체제나 다극체제에 대해서는 정립된 이론은 없다. 1991년 냉전에서 소련이 패배하고 난 이후 2차대전 이후 샌프란시스코회담 같은 전후처리 과정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토 동진 과정은 힘의 논리에서 보자면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그 전리품을 챙기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소련한테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제관계에서 말로 하는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극체제’는 2007년부터 푸틴이 계속해서 언급을 해왔고 2010년쯤부터 중국도 여기에 가세했다. ‘지정학’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다. 세력균형, 권력정치, 현실정치, 지전략(Geostrategy), 지경학(Geoeconomy), 대전략(Grand Strategy), 그리고 전쟁을 포함한다. 지정학은 국제관계에서 실질적, 물질적 힘의 크기에 주로 반응하며 힘의 충돌 즉 전쟁의 가능성을 항상 선취하는 학문으로 보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외교는 대위기상황이다. 얼마 전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서 미 전문가 69명을 대상으로 지금이 다극화 시대인지, 단극 시대인지를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44명(64%)이 다극화라고 답했고 17명( 25%)이 단극이라 답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 누구도 ‘다극체제’를 언급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메가 지정학적 연결성

나토가 동진하더니 드디어 일본에 분소를 차렸다. 지금 지정학적 대변동의 진앙은 유라시아다. 유라시아판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인도는 아랍-지중해 회랑을 통해 인도 뭄바이에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이스라엘의 하이파 그리고 그리스의 피레우스를 연결하고자 한다. 또한 인도의 첸나이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해상회랑을 구상 중이다. 첸나이-블라디해상교통로는 부산 앞바다를 지나간다. 그런데 지난 5월 23일 열린 상하이협력기구에서 러시아가 인도 첸나이-블라디보스톡 해상회랑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해 북극해를 지나 무르만스크까지 러시아를 감싸는 무역로를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결되어 첸나이-블라디보스톡-북극해, 뭄바이-지중해-러시아까지 연결되어 유라시아판 전체에 물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블라디보스톡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도 동방경제포럼을 개최하는 것이다. 이곳은 군항으로서의 지위도 격상되고 있다. 그래서 블라디보스톡에 전략 물자들을 계속 갖다 놓는다.

첸나이-블라디보스톡 회랑은 부산 앞바다를 지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모른다. 우리는 꿈도 못 꾸고 모르는 사이에 세계는 유라시아판 중심으로 지정학적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그럼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2월 말에 공개된 펜타곤 기밀문서를 살펴보면 중국 극초음속 정찰드론에 관한 내용이 있다. 중국의 극초음속 정찰드론은 두 개의 정찰항로를 그리는데 하나는 대만과 대만해협이고 다른 하나가 서해5도 상공-평택-군산-변산반도이다. 이 극초음속 정찰드론의 타켓은 평택미군기지와 중국과 가장 가까운 공군기지인 군산기지일 것이다. 이 문서가 의미하는 것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나면 한반도 서해안도 바로 전쟁터가 된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대변동의 정치적 핵심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이다. 이 3국의 전략적 협력체제는 미국의 ‘외교적 자살’을 의미한다. 미국 트럼프 외교는 이란 핵 합의를 폐기함으로써 이란이 완전히 등을 돌리게 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러시아와 중국은 전략적 협력의 수준을 높였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의 협력을 미국 외교의 악몽이라 표현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이 지정학적 대전환의 진앙이 되는 것은 되돌리기 어렵다.

하필이면 2023년은 브릭스(BRICS)의 GDP가 G7을 추월하는 골든 크로스가 일어나는 해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25년이 되면 세계 GDP의 20%를 차지하게 된다. 미국은 세계 GDP의 14%도 안 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려 한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굉장히 어려워지겠지만 안보상으로도 매우 위험해지는 일이다. 대만해협문제에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기밀문서의 내용을 보았을 때 우리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외교실패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과거 명청교체기 양차 호란을 떠올려보면 잘 알 수 있다. 줄 잘못 섰다가 청의 종주권체제에 복속되었고 20세기 초에 종지부를 찍었다.

2023년 브릭스는 향후 신청국가를 포함하면 ‘브릭스 30’이 되었다. 브릭스는 군사동맹도 아니고 경제동맹도 아니지만, 각국이 자기 이익에 따라 가입을 하고 있고 앞으로 브릭스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함께 달러 패권이 붕괴되고 있다. 월가도 더 이상 달러 헤게모니를 고집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어마어마한 경상 수지 적자 국가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에 100억 달러의 흑자를 내면 한국은 그 100억 달러로 미 재무성의 채권을 구입하고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은 그 돈으로 전 세계의 군사기지를 운영한다. 이러한 달러 리사이클링이 붕괴되면 미군사 패권의 인프라도 위험해 진다.

앞으로 중국, 러시아, 이란이 가지게 될 군사적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익숙하지만 미국의 ‘최강’ 군사력은 실제로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전력이다. 샌들 신고 다니며 싸우는 탈레반과의 전쟁에서도 져서 아프간에서 쫓겨났다. 미국은 이제 직접적인 군사력 투입이 아닌 대리전쟁을 하고 있다.

지정학적 변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본다. 미국이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러시아를 과잉확장시켜 밸런스를 흔들어 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론 푸틴 정권교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에 이미 대러 제재 리스트를 만들어 놓았다. 미국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쪼개려 했다. 마치 미국이 신장을 끊임없이 공략해서 중국을 분할시키고 약화시키려 하는 것과 같다. 이른바 ‘색깔 혁명’이다.

군사‧외교‧경제 전선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미국은 이미 경제 전선에서 패했다. 2023년 러시아경제는 재차 견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머쟎아 한국경제를 확실히 따돌릴 것이다. 미국과 서방은 명백하게 경제 전선에서 패했으며 이 패배는 아마도 추스르기 힘들 것이다.

지난 3월 중러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가스관인 ‘시베리아의 힘 2’를 추진하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몽골을 통과하여 북경으로 노르트스트림1, 2 파이프라인 양만큼의 어마어마한 가스가 운송될 예정이다. 원래는 ‘시베리아의 힘 1’을 우리도 서울로 끌고 오려 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되었다. 에너지 지정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완벽하게 패배했다. 이제 가스관이 서울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에너지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항상 불안한 말라카 해협이 아닌 안정적인 육상 가스 수송관을 확보하게 되었다. 러시아에는 막대한 판매이익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이는 엄청난 지정학적 변동이다. 한국은 자신이 동아시아 에너지 지정학경쟁에서 패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우리가 한때 저 가스관을 북한을 통한 육로건 해로건 서울과 부산으로 연결하려 이으려고 했던 것도 다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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