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비롯한 시민사회 한목소리, 선거 승리의 큰 몫 차지
노동자정치세력화, 민주노총 내부의 작은 차이 뛰어넘어 단결해야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
반 학부모 모임으로 학교 폭력 예방에 힘쓸 터

오는 24일 민주노총은 10년 만에 정치방침을 결정하는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보수 지역에서 압승한 천창수 울산교육감을 만나 선거 승리의 교훈과 교육 정책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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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옥희 교육정책을 지지하냐 마냐의 선거였다”

영남권에서 보수 후보에 압승한 요인에 대한 질문에 천창수 교육감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선거운동 내내 상대 후보는 영남권 표심을 의식해 ‘진보 Vs 보수’의 대결 구도로 몰아갔지만, ‘노옥희 전 교육감의 교육 정책 계승’이라는 선거 주도권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 선거에서 낙승하는 데 큰 몫을 했다고 평가한 천 교육감은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준비하는 민주노총에 “내부의 작은 차이를 뛰어넘어야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노옥희 교육감의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계승하면서도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이라는 천창수 교육감의 새로운 교육 철학도 제시했다.

다음은 천창수 울산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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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Vs 보수’ 프레임 대신 ‘노옥희냐 아니냐’가 표심 좌우

노동계 비롯한 시민사회 한목소리, 선거 승리의 큰 몫 차지

노동자정치세력화, 민주노총 내부의 작은 차이 뛰어넘어 단결해야

Q. 진보 보수 구도에서 대선과 달리 압도적으로 승리했는데, 승리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천창수 : 대선과는 선거 구도가 달랐다. 울산시민은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계승하려 했고, 그 적임자로 저를 선택했다. ‘진보 Vs 보수’ 프레임 대신 ‘노옥희냐 아니냐’가 표심을 좌우했다. 노옥희 교육감의 남편이라 유리했지만, 19년 현장 경험을 가진 사범대 출신이라는 점도 상대 후보에 비해 강점으로 작용했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잡음 없이 한목소리로 지지해 준 것도 선거 승리에 큰 몫을 했다.

Q. 노동자 밀집 지역인 동·북구에서 더 크게 이긴 것은 노동계의 단결로 해석되는데, 선거 과정에서 실제 노동계의 눈에 띄는 단결이 이루어졌나?

▲ 천창수 : 보궐선거의 특성상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선출 과정도 그랬고, 선본 구성, 선거운동 기조와 방식에서도 큰 갈등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예전에 비해 높은 단결력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교육감이 바뀌면서 혁신 교육이 한꺼번에 사라진 다른 지역 사례를 경험한 터라 노옥희 교육감의 정책을 지키려는 절박함이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단결을 촉진했다.

Q. ‘진보정치 1번지’ 울산의 명예를 다시 회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해결할 숙제들이 많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서 이번 울산교육감 선거가 남긴 교훈이 있다면?

▲ 천창수 : 노동자의 힘을 하나 모으는 것이 기본이다. 그 이후에 시민들과 어떻게 공감대를 더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내부가 복잡하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밖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힘은 아직 약하다. 그래서 정말 정치적인 영향력을 키우고 싶다면 민주노총 내부의 작은 차이는 뛰어넘어 단결할 수 있어야 한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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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

반 학부모 모임으로 학교 폭력 예방에 힘쓸 터

울산시의회, 편견 갖지 말고 정책만 봐달라

Q. 고 노옥희 교육감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것’을 교육 철학으로 제시한 바 있다. 천창수 교육감의 교육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 천창수 :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에 천창수의 색깔을 더 합친다면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제일 큰 문제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살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착하게 살려고 하면서 학생들이 배운 대로 밖에 나가서 사회생활 하기는 쉽지 않다. 가령 학교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많이 한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교사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하는 피동적인 존재지 규칙을 만들 때 참여하거나 행사를 계획할 때부터 주인이 되는 경우는 없다. 배운 것과 달리 실천적으로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 그래서 ‘삶과 배움이 일치하는 교육’은 머릿속에만 있지 않고,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할 수 있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려 한다.

Q. 전임 교육감 교육 정책에서 계승할 것 1가지와 새롭게 혁신적으로 제안하는 교육정책 1가지를 소개해 달라?

▲ 천창수 : 대부분 계승하겠지만 굳이 한 가지를 말하라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정책만은 꼭 이어가고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새롭게 혁신적으로 제안하는 정책은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특히 학교 폭력은 교사를 중심으로 반 단위 학부모 모임을 통해 근절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학부모끼리 자주 만나면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충돌로 인한 갈등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학교 폭력은 진심 어린 사과만 이루어지면 훨씬 쉽게 해결된다. 반 학부모 모임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입시와 연동한 정부의 학폭 근절안은 자칫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재판이 길어지면 2차 가해 등이 우려된다.

Q.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울산시와 의회를 장악하면서 교육 정책 실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 천창수 : 시의원들도 시민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고 시민 여론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자리 아닌가.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난번 노옥희 교육감의 정책 예산을 시의회가 삭감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꽤 있었기 때문에 더는 일괄 삭감하지 못할 것이다. 당선된 후에 시의회를 찾아 정책 설명을 여러 번 했다. 편견 갖지 말고 정책만 봐달라는 당부도 했다.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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