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파면할 수많은 이유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상정된 가운데 이례적으로 국토부장관 담당인 화물연대 파업의 대책본부장을 이상민 장관이 맡아 나섰다. 사퇴할 뜻이 없다는 점과 파업 대오에 공권력 투입을 압박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오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박진 외교부 장관 때처럼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거부하면,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여당 내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내 이런 기류와 관련해 “민주당 같은 소리 하네”라며 일축해 버렸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 장관이 거론된다. 그런데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이 한 장관보다 더 의존하는 참모로 알려져 있다. 단지 충암고·서울법대 후배인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큼 이 장관이 윤 대통령의 복심을 잘 읽는다는 뜻이다.

한편 촛불행동을 비롯한 윤석열 퇴진 측은 이상민 파면을 윤석열 퇴진의 징검다리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국민 60% 이상이 이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장관 파면에 화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상민 장관을 파면해야 하는 이유

이상민 장관은 임명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이 장관은 후보자 시절 ▲사외이사 계열사에 아들 입사 논란 ▲고2 딸, 자신이 근무하던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해 ‘아빠 찬스’ 스펙 쌓기 ▲자녀에게 11억 아파트 사주려고 증여에 3억 원 보증까지 ▲탈세를 목적으로 모친 집 근저당권 설정 ▲내부자 정보 이용, 사위가 운영하는 제약회사 주식 부당거래로 차익 챙겨 ▲친일 재산 환수 소송, 친일파 변호 ▲판사 재직 시절 상습 체납으로 차량 11차례 압류 ▲배우자가 숙박업소에서 번역비로 2억5천만원을 수령한 사실 등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지만, 어떤 해명이나 조치 없이 장관에 임명되었다.

하지만 더 큰 논란은 장관이 되고 난 후에 터졌다.

파업현장에 경찰특공대 투입?

지난 7월 이 장관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목숨을 건 옥쇄 파업현장에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것.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장관은 “파업현장에 경찰특공대 투입이 가능한가?”라고 묻곤 “검토해 볼 것”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는 파업 협상 타결 3일 전에 열렸다.

행안부 장관이 차별받는 하청노동자의 파업현장을 물리력으로 진압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지만, 테러 진압과 총기 폭발물 사용 범죄에만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경찰특공대를 단식 중인 노동자 진압에 투입하려 했으니, 당시 경질 여론이 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경찰국 신설 우려 표명한 경찰서장이 쿠데타 세력?

윤석열 정부를 흔히 검경독재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런 비판이 틀리지 않음을 이 장관이 직접 입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방침에 우려를 표명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하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

이 장관은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면서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했고 12·12 쿠데타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 참석자들이 경찰 총수의 해산 명령을 위반했다면서 “단순한 징계 사안이 아니라 형사범죄 사건”이라고 했다.

정부 방침에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는 이유로 쿠데타 운운한 것은 사회 불안을 내세워 반대 세력을 억눌렀던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한다.

밀정 의혹 경찰국장 지명

이 장관은 ‘밀정 의혹’을 받은 김순호 경찰국장을 끝까지 비호해 결국 임명했다.

김 국장은 군부독재 시절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국장의 밀고로 인노회는 이적단체로 몰렸지만, 이후 대법원은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인노회 피해자 이성우 씨는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 국장을 당시 밀고자로 지목했다.

이 장관은 김 국장의 밀정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인사조치할 특별한 사유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라며 밀정 출신을 경찰국장에 임명했다.

김 국장에 대한 프락치(밀정) 의혹은 진실규명위원회가 현재 조사를 개시한 상태다.

이태원 참사, 막말·거짓말·공갈

참사 전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당시에는 정부조직법 제34조를 근거로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고 정책 브리핑까지 했던 이 장관은 경찰의 참사 책임이 드러나자 “(행안부 장관은)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다”라고 말을 바꾸곤 “도의적이나 정치적인 책임은 있을 수 있으나, 법적 책임은 당연히 없다”라는 후안무치한 망발을 쏟아냈다.

이 장관은 또 정부합동 브리핑 도중 “이태원에 예년과 비슷한 정도의 인파가 몰렸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라는 어이없는 발언으로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미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오후 6시 반부터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려 병목현상인 상태로 3시간을 넘게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고?”

“경찰 인원배치를 행안부 매뉴얼보다 63명이나 줄였고, 사고 당시 보행통제조차 없었으며, 제복을 입지 않은 사복경찰이 더 많아 혼잡경비가 불가능했는데, 경찰 병력 배치에 문제가 없었다고?”

이 장관은 또 장관직 사퇴 압력이 거세지자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에 “사퇴 요구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죽음에 ‘안전’을 담당하는 부처 장관이 책임지라는 경고이지 완장 찬 장관이 폼이나 잡으라는 제안이 아니다”라는 질책을 받았다.

이 장관의 거짓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사 유족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제안에 대해서 이 장관은 행안부에 유족의 연락처나 명단이 없다며 “왜 장관의 말을 믿지 않느냐”라고 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참사 이틀 뒤, 서울시로부터 희생자 명단과 유가족 연락처 등을 전달받았음이 확인됐다.

화물연대 파업, 이태원 참사에 비유

파업현장에 경찰특공대 투입을 검토한 바 있는 이 장관이 국토부 장관을 젖히고 화물연대 파업의 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노동자에 계엄령과도 같은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을 하달한 이 장관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두고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이라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화물연대 파업은 이제 민주노총 전체의 문제로 확장됐고, 노동자 투쟁의 칼끝은 대책본부장인 이상민 장관을 정조준한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보다 더 총애한다는 이상민 장관이 경질되고 나면 다음 차례는 윤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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