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오만한 권위 걷어내야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농업, 농촌, 농민에 관한 새 칼럼 연재를 시작한다. 김 교수의 칼럼은 격주 목요일 연재가 된다. 김 교수의 칼럼은 유전자조작식품(GMO)에 관한 글로 시작한다. GMO와 관련해 다량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고 관련기관에서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김 교수는 전문가들의 오만을 지적하고 있다. 

10년 전쯤, 한 토론회장에서 농업 관련 정부기관 연구자가 했던 말이 있다. 이 말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GMO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각종 토론회 등에서 발언할 기회만 있으면 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먹어 온 모든 농산물 중에 GMO만큼 사전에 안전성 평가를 철저히 거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다른 어떤 농산물보다 안전하다고 믿어도 된다.”

난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소위 과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더 나아가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오만을 본다.

새로운 식품이나 의약품이 나오면 그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법으로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전성 평가에는 동물실험이 포함된다. 물론 의약품은 임상실험도 포함된다. 동물실험을 할 때는 거의 모든 경우에 쥐가 대상이 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쥐는 염색체 구조가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고 알려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색체 구조가 비슷한 것으로는 돼지를 꼽기도 한다. 그러나 돼지 실험은 경제성이 없다. 식품 실험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보다 몇 배나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쥐 실험이 대세인 셈이다.

또한, 생체주기라는 측면에서도 쥐가 유리하다. 흔히 사람의 생체주기는 60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나이 60이 넘으면 환갑잔치를 했다. 그때부터는 덤으로 사는 삶이기 때문에 이를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의약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환갑은커녕 칠순도 그냥 넘긴다. 인간의 수명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생체주기가 60년인 사람의 한 세대는 30년이다. 쥐의 한 세대는 대략 6개월이다. 그러니 쥐 실험 6개월은 사람 실험 30년과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쥐가 실험대상이 된다.

GMO도 당연히 동물실험에서 쥐가 이용된다.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2년까지 다양한 실험이 이뤄져왔고 그 실험결과가 사람이 먹었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주요한 근거로 이용된다. 이는 GMO를 개발하는 연구자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그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연구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쥐 실험 결과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다. 2002년 GMO의 최대/최다 개발기업인 몬산토는 유럽에 수입승인을 요청한 살충성 유전자조작 옥수수의 쥐 실험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몇 년 간의 논란 끝에 2005년 결국 이 실험자료가 공개됐다. 이 자료에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먹은 쥐가 혈액성분에 변이가 일어나고 콩팥이 작아졌다는 실험결과가 있었다. 당시 몬산토는 이 실험결과는 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일반 쥐도 혈액성분에 변이가 일어나거나 콩팥의 크기가 작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실험결과도 그 오차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결과를 조사한 유럽의 과학자들은 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유럽은 수입 승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수입을 승인한 상태였다.

법에 따르면 GMO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경우에는 기존의 승인에 대한 재심사가 가능하다. 당시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 실험결과를 근거로 재심사를 할 것을 요구했으나 식약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식약청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건강이 나빠지면 콩팥이 커지는데 이 실험결과는 콩팥이 작아진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나는 지금도 이 말을 할 때 녹음을 해두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혹, 식약청의 이 답변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 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건강이 나빠지면 콩팥이 커지는가? 아니다. 콩팥에 이상이 생긴다면 그것은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해 붓는 것이다. 이 답변을 한 공무원은 붓는 것과 커지는 것을 구분 못할 정도로 무지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붓는 것을 커지는 것이라는 단어로 교묘하게 속임으로써 콩팥이 작아진 것이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콩팥이 작아져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전혀 없는가? 마찬가지로 크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설사 오차 범위 안에 있다 하더라도 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왜 굳이 무시하는가? 이런 의문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있었고 그 실험들은 GMO가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의 셀라리니 박사팀의 실험결과였다. 그러나 이 결과에 대해 GMO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는 ‘실험설계가 잘못됐다’라는 간단한 답변이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그 설계가 어떻게 잘못됐으며 설계를 제대로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대답을 해준 연구자도 없었다.

그들은 종종 말한다. 사전에 이렇게 철저하게 안전성이 검증된 GMO를 가지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이렇게 난리냐고.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그들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과학의 범위 내에서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결정하면 그 결정을 일반인들은 그냥 따라주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오만이라는 말이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것들은 거의 모두 농업을 위한 씨앗들이다. 실험실에서, 그리고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이 통제되지 않는 자연생태계 속에서 나타나는 결과들을 다 예측하고 그 답을 찾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올 여름 전라북도 완주의 농촌진흥청의 시험재배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전자조작사과를 심은 비닐하우스가 연구자들은 안전하다고 큰 소리를 쳤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으니 자연 생태계로 퍼져나갈 염려도 없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비닐하우스만으로 절대 안전하지 못하다고, 바람 한 번 불면 끝이라고 계속 주장했지만 무시당했다.

그러나 태풍이 분 날, 그 비닐하우스는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태풍이 잦아들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라고 불리는, 박사학위를 자랑삼아 말하는 지식인들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과한 표현인가? 그들보다 배움이 짧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그 누구보다 자연의 섭리를 알고 그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농사를 지으려 애써온 농민들의 우려를 무시한 그들의 오만에 우리의 밥상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가?

농민이 아니라면 아니다. 그 씨앗을 뿌리고 몇 달을 노심초사하며 수확하는 날까지 그 모든 자연생태계의 변화를 견뎌온 농민들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신뢰해야 할 사람들이며 그들의 우려야말로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것, 그것을 인정하기 위해 우리 밥상을 위험에 빠뜨릴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다.

김은진교수 고려대학교 법학 박사.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농촌진흥청 유전자변혁농산물 전문가 심사위원회 심사위원. 국립수산과학원 유전자변형수산물전문가심사위원회 심사위원

한국농수산식품의약법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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