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 주장의 오류와 한계 ①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평화군축 주장이 갖고 있는 오류를 지적하는 글을 본지에 보내와 두 편에 나누어 게재한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당면한 정세에서 한반도 군축으로 민생과 복지, 평화를 해결하자는 것은 반제자주화에 앞장서야 할 민중운동의 역할을 왜곡하고,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한 민족대단결 운동을 가로막는 잘못된 주장”이며 “반미자주없이는 민생도, 평화도, 통일도 없다”고 강조한다.<편집자주>
① 민족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② 평화군축 주장이 담고 있는 몇 가지 오류에 대해

역사적인 사회운동은 올바른 좌표와 이정표가 있을 때 우여곡절을 최소화하고 편향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핵보유의 불균등성으로 인해 한반도에 일방적인 핵전쟁위협이 강요되던 시기에는 반핵이 곧 반전평화였으며, 반미반제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70년 넘게 지속되어 온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위협은 북의 핵무력완성을 초래하였다. 북미간의 핵보유 불균등성은 미국 스스로가 깨버린 것이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전쟁억지력으로서 북의 핵무력은 초강대국 미국과의 세기적 담판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북미핵담판시대에 이르러 반핵과 평화군축은 민족자주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민족 대 미국의 대결의 역사적 근원과 과정을 옳게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반핵이 곧 반전평화인 것처럼 교조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성을 갖게 된다. 역사와 현실 정세를 간과한 채 ‘반핵=평화, 군축=반전평화’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한반도의 근본문제가 마치 핵문제인 것처럼 호도되고, 미국의 민족적대 분열정책은 부차적인 문제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종전선언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전환시키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 또한 미국의 한반도 지배와 간섭이 초법적이고 일방적으로 자행되는 조건에서는 사실상 공리공담에 지나지 않는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고,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 양상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반미반제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이다. 한반도 군사적 충돌의 근본 원인을 간과한 채 정세가 격화된다고 해서 반전평화 또는 평화군축을 해법으로 앞세우게 되면 결과적으로 정세대응에 혼란을 주고 필연적으로 대중운동의 통일성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대결구도와 통일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대중화의 출발점이다. 대중화란 대중 자신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 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표현을 순화하거나 수위를 낮춘다고 해서 대중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반미없이 평화없고, 반미없이 반전없으며, 반미없이 민생도 없고, 반미없이는 통일도 없다. 우리가 들고 갈 시대의 좌표이자 실천의 기준은 오직 반미자주임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한다.

▲ 지난해 11월 27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2021 반미자주대회'가 열렸다. ‘2021 반미자주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반미연합대회’로서 전국민중행동과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를 비롯 각계와 함께 민중주도의 반미공동투쟁에 첫 시동을 거는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사진-범민련 남측본부]
▲ 지난해 11월 27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2021 반미자주대회'가 열렸다. ‘2021 반미자주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반미연합대회’로서 전국민중행동과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를 비롯 각계와 함께 민중주도의 반미공동투쟁에 첫 시동을 거는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사진-범민련 남측본부]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는 서로 구분되면서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민족이 외세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분단되기 전부터 민족문제는 존재해 왔다. 민족문제란 외세의 지배와 간섭에서 벗어나 민족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도모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가깝게는 한반도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청, 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열강들간의 다툼이 극심해지던 19세기말부터 한반도의 자주권문제는 안으로는 봉건사대통치를 혁파하고 갑오농민항쟁 등에서 나타난 민중들의 반봉건 민주개혁요구를 실현해 나가는 문제였고, 밖으로는 외세의 약탈지배주의로부터 국권을 수호하는 과제로 나타났다.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는 정치적 자주권과 이를 수호할 자주적 역량을 갖는 것이야말로 민중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웅변해주고 있다.

통일문제는 외세를 몰아내고 전국적으로 민족자주권을 쟁취하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통일문제는 6.15공동선언에 따라 남북의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넘어 공동의 이익을 중심으로 자주적으로 평화번영통일국가를 수립하면 해결되는 것이었다.

이남의 기득권지배세력들은 정치경제군사 등의 주권을 미국에 내주고 오로지 미국만이 최고의 가치요 절대 선이라는 맹목적 사대주의를 자신의 생명줄이자 정체성으로 여기며, 세뇌와 강권을 통해 자신들만의 지배체제를 유지해 왔다. 참담한 예속적 굴레를 극복할 정치적 역량이 튼튼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중들은 치열한 투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참다운 민주개혁을 이룰 수 없었으며, 통일문제해결을 위한 유일무이한 이정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따라서 민족문제는 통일이 실현되더라도 제국주의와 사대주의가 남아 있는 한 민족의 자주적 발전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족의 자주권을 더 강화하고 올바른 민족시책을 통하여 자주적인 사회기풍을 굳건히 세우는 과제를 항상 갖게 된다.

우리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요구하는 본질적 문제는 무엇인가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은 제 1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통일문제는 민족내부의 문제이므로 자주적으로 풀어 나가는 동시에 외세의 간섭과 개입을 배격하고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통일과 반통일의 계선은 우리민족대 미국 및 반통일세력과의 대결구도로 나타났다. 따라서 남북공동선언은 자주와 애국, 예속과 매국을 가르는 시금석이 되었다.

6.15남북공동선언은 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하였으며,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선언에서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한데 이어 2018년 9.19평양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요약하면 역대 남북공동합의의 핵심은 서로의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자주의 원칙아래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선비핵화’, ‘비핵화와 남북대화 속도조절’,‘전략적 인내’ 등을 내세운 미국의 지속적인 대북 적대정책과 통일방해로 인해 모든 합의이행들이 좌절되고 말았다. 지난 과정은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근본적인 관계개선으로 전환하려면 적대정책과 핵 및 미사일 개발·시험 등에 대한 미국식 이중기준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은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일방적 핵전쟁위협의 비대칭적 상황을 종식하고 미국의 패권과 민족분열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북미대결의 새로운 국면, 즉 북미핵담판시대를 열어 내었다.

반미없이 평화없고, 반미없이 통일없다

진보진영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평화군축문제는 북미대결의 본질적인 목표가 아니다. 평화군축문제는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구도의 측면에서 볼 때도 본질적 과제가 아니다. 북미대결과 우리민족대 미국의 대결에서 역사적이며 본질적인 문제는 민족적대와 이북정권의 붕괴를 목표를 하는 미국의 일극 패권지배전략을 우리민족의 힘으로 배격하는 문제다. 이것은 조국통일의 전제이며 관건적인 과제다.

북미대결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군축문제는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이 초래한 자업자득의 결과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확장억제전략강화는 미국의 본토안전과 자국민 보호라는 측면과 함께 미국의 반중(反中)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전쟁의 전초기지요 발진기지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본질이다.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도 근본관계 개선(=한반도 지배를 위한 대북적대정책의 폐기)없이 군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화군축 주장의 현실성과 정당성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철저히 반미를 관통하지 않는 한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군축을 이남지역의 대중운동의 실천과제로 내세운다는 것은 최종단계에 이른 북미대결의 정세인식에 대한 오류일 뿐만 아니라 정세와 동떨어진 실천을 낳고 만다.

우리가 당면해서 직시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반미자주 통일투쟁이어야 함에도 평화군축을 들고 나가는 것은 한반도문제의 역사성과 그 근원을 간과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는 반미로 시작해서 반미로 종결되어야 하며, 군축은 대북적대정책의 폐기와 평화협정 이후에 상호신뢰와 핵위협의 근간이 해소되었다고 판단한 후에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이 대화와 위협을 오락가락하며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대북적대정책을 지속하자, 북은 2009년 1월 7일 외무성 대변인 기자회견문을 통해“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없이는 살아갈 수 있어도 핵 억제력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조선반도의 현실이다... 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철두철미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조미관계정상화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안전을 더욱 믿음직하게 지키기 위한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에 내게 되었다.

2010년 1월 1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는 “자주권을 계속 침해당하면서 자주권을 침해하는 나라들과 마주 앉아 바로 그 자주권 수호를 위해 보유한 억제력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미국측 사정을 고려해 6자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선행시키는 노력을 6년 이상 기울였지만 평화협정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평화체제를 론의하기 앞서 비핵화를 진척시키는 방식은 실패로 끝난 것이며, 신뢰없이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기초가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것을 실천경험이 보여주었다”고 하면서 2005년 2월 핵무기보유를 선언하고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의 길로 접어 들게된 것이다.

한반도비핵화의 전망에 대한 원칙적 입장은 2013년 1월 24일 북의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선명하게 나타났다.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보다 위험한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이상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대국들의 비핵화실현에 총력을 집중하여야 한다.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을 비롯한 온갖 불순세력들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며 그것을 안받침하고 있는 미국의 방대한 핵무력이다. 따라서 미국의 비핵화를 포함한 세계의 비핵화를 완전무결하게 선행해나갈 때 조선반도의 비핵화도 있고 우리의 평화와 안전도 담보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이 찾은 최종결론이다. 앞으로 조선반도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은 있어도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상정되는 대화는 더는 없게 될것이다.”

미국 비핵화와 세계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비핵화’가 아닌‘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공동노력한다는 합의가 있었음에도 ‘북의 모든 핵폐기’를 일방적으로 요구한 네오콘들에 의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은 결렬되고 만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0월 스웨덴 실무 접촉에서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15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고 밝히게 된다.

7차 당대회(2016. 5)와 8차 당대회(2021.1)에서 연이어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힘으로써 그간 기만과 빈말로 반복되었던 대미협상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다시한번 강조하건대 한반도정세에서 기본과제는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다. 통일은 외세의 부당한 지배와 간섭을 배격하는 우리민족의 역량이 압도적일 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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