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군을 파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한 것”이 유엔의 ‘평화 미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은 6.25전쟁에 유엔군 파견은커녕 유엔군을 창설하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유엔군’은 단지 미국이 유엔을 참칭해 만든 연합군일 뿐이다. 이마저도 지난 1975년 유엔총회에서 가짜 ‘유엔군’으로 판명돼 해체를 명 받았다.

가짜 ‘유엔사’의 탄생

6.25전쟁 발발 직후 소집된 유엔안보리 결의(1950.07.07.)를 근거로 ‘유엔군사령부’ 창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안보리 결의는 유엔 깃발 사용권에 지나지 않았다. 이마저도 군사작전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실제 안보리는 유엔군을 창설할 권한이 없고, 유엔총회에 그 권한이 있다. 하지만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에 파견할 유엔군 창설은 결정된 바 없다. 오히려 유엔을 참칭한 주한 ‘유엔사’의 해체를 의결했다.

미국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주한 ‘유엔사’ 해체가 가결되자,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1976년 1월 1일부로 유엔사 해체를 공언했다.

유엔의 해체 결의에 불복한 미국

주한 ‘유엔사’ 해체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금까지 유엔총회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 유엔 차원의 해체 압박도 계속되었다.

1994년 부트로스 갈리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는 유엔 산하조직으로서 통합군사령부를 설립한 적이 없으며, 단지 미국 주권 하에 배치되어 있다”라고 지적했고, 1998년 당시 코피 아난 사무총장 역시 유엔군 창설에 대해 “나의 전임자들 누구도 유엔 이름을 사용하도록 어떤 국가에 어떤 권한도 위임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2004년과 2006년,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변인 역시 “유엔사령부는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군대이다”라고 확인했다.

특히 로즈마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미국 유엔대표부 부대사)은 안보리 회의(2018.09.27.) 공식 석상에서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주한 ‘유엔사령부’는 유엔 활동이나 조직이 아니고, 유엔의 명령과 통제 아래 있는 것도 아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하부 조직으로 설치된 것도 아니며 유엔 예산을 통해 자금을 받지도 않는다. 따라서 ‘유엔사령부’와 유엔 사무국 사이에는 아무런 보고선이 없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거짓말한 이유

6.25전쟁 당시 유엔은 유엔군을 창설하지도 파견하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거짓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혼자 연설문을 쓰지 않았을 터.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을 외교부 관계자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왜 뻔한 거짓말을 했을까. 그것도 유엔과 관련한 사항을 굳이 유엔 총회에서 말이다.

윤 대통령의 ‘유엔군’ 언급에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체결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에 ‘유엔군’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주한 ‘유엔사’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 주도의 연합군 정도로 위상이 전락하면, 일본 자위대와 한국군을 ‘유엔사’로 편입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더구나 이번 유엔총회에선 대만을 분쟁지역으로 만든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된다.

결국, 대만 위기를 계기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에게 ‘유엔사’를 유지할 명분을 제공한 것이 바로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거짓말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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