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글로벌 기업, 세계 분열의 ‘보조 조종사’가 돼선 안 돼 

평소에는 정치적으로 중립일 것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막상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결정적 국면이 되면 자국 이익에 앞장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대표적인데, 그것은 결국 그들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번역자]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2-04-19 23:35 (현지시각)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이 나날이 격렬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언론은 구글맵(지도) 서비스가 18일부터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정, 지휘소, 비밀 표적장 등 러시아의 모든 군사 및 전략시설의 위성 이미지를 최대 해상도로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구글은 이를 즉각 부인하면서, 러시아의 위성사진을 검토하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한 미국 언론은 그것들의 이미지는 과거 구글 지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폭로가 사실이라고 해도, 러-우 사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늘날 군사위성 기술은 매우 발달해서, 상당히 많은 대형 군용시설이 본래 구글의 '추가적 기술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의 소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충돌이나 전쟁의 외연이 오늘날 크게 확장되어 전통적인 군사영역의 힘겨루기를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외교· 무역· 금융· 정보· 여론 등 각 영역에서의 싸움이 그 가운데에서 복잡하게 뒤얽혀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대 다국적기업이 맡은 역할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 언론통계에 따르면, 러-우 충돌 이후 엑손모빌(Exxon Mobil)과 같은 거대 에너지회사 및 보잉 등 거물 항공사는 물론이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트위터 같은 과학기술 영역 거물들이 잇달아 러시아를 떠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였다. 바꿔 말하면, 미국 글로벌 기업 특히 정보와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인터넷 공룡들이 ‘무기화’ 할 위험성이 크게 높아졌다.

“정치는 정치로,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이 말은 과거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적 가치’의 매력적인 베일로 여겨졌다. 그것은 아마도 이상적인 상태에 불과하며, 현실은 훨씬 더 유약하다. 이번 글로벌 기업의 선택을 통해 우리는 시시비비가 분명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 정부와 고도로 일치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흔쾌히 워싱턴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 간에는 ‘정치적 결박’ 관계가 형성돼 있으며 물론 그 요인은 여러 가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미국 글로벌 기업의 임원들이 지정학적 정치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선을 넘는’ 언행이 빈번하게 나왔다. 아마도 비즈니스와 기술 분야에서의 성공 때문에, 이데올로기 영역에서 그들의 자신감이 강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사업상 이익에 대한 고려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러-우 충돌 이후 구글은 러시아에 대한 일련의 규제 활동을 채택했다. 구글 번역 프로그램은 한때 “친애하는 러시아인”을 “죽어가는 러시아인”으로 바꾸라고 권고하였다. 이런 것들이 러-우 국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상당부분 ‘줄서기’를 통해서 서방세계에서 인정받으려는 정치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날로 경쟁과 대결을 강조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비록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대국 간 갈등에서 ‘줄서기’를 피하려고 어렵사리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들은 이미 워싱턴에 의해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상적 도구로 지목되었다. 아마존 창업자인 베이조스는 일찍이 “만약 빅테크 기업이 미 국방부를 모른 채 하면, 미국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조금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규칙은 늘 ‘비민주적 국가’의 국내 정치 불안에 불을 지피며, 심지어는 ‘색깔혁명’과 대단히 복잡한 관계에 얽혀 있는 점은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러-우 충돌로 미국과 서방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적 또는 수동적으로 휘말린 정도나 규모는 전대미문이다. 미국의 대병력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직접 파견되지는 않았지만, 워싱턴은 주꾸미처럼 다른 차원에서 촉수를 흔들면서 전방위적으로 전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군사무기 수출 및 정보 공유, 기나긴 경제제재 전선, 언론의 정보전과 심리전 공세까지 글로벌 기업은 그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이번 지정학적 대결에 있어, 서방 글로벌 기업들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워싱턴의 계략에 휘말려 세계를 분열로 몰아넣는 보조 조종실에 결박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워싱턴이 이 같은 자원들을 영원히 무제한적으로 동원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같은 방법은 본질적으로 지구적 경제 일체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과도한 소모를 강행하게 됨으로써 이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경제적 주력에서, 세계를 분열시키는 정치적 ‘하수인’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기업의 장기적 이익이 손상될 뿐만 아니라, 미국 스스로에게도 크나큰 부메랑으로 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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