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는 새로운 정치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전국 20여 기초단체에서 전개된 주민대회를 선별해서 소개한다.[편집자]

‘우리 세금 어디 쓸지 우리가 결정하자’는 주민대회가 창원시의 답변을 이끌어냄으로써 행정의 지도 대상이었던 주민이 행정에 명령하는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했다.

▲창원의창구 관내 62개 단체 681명의 조직위원이 18,274명의 주민투표를 만들어냈다.
▲창원의창구 관내 62개 단체 681명의 조직위원이 18,274명의 주민투표를 만들어냈다.

직접정치, 감 잡았다

#1

“이거 한다꼬 되나?”라는 이들도 있었지만, 우선 고충민원이라도 받아보기로 했다.

의외의 결과, 주관식에 무려 600여 명이 응답.

#2

일단 “(주민대회가) 영 터무니 없는 일은 아니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때아닌 복병, 코로나19 방역 강화. 하지만, 아파트에 투표방식 전단지만 붙였을 뿐인데, 무려 200명이 투표 문자를 보내왔다.

사실 이름, 거주지, 전화번호가 모두 공개되는데 그것도 모르는 번호에 문자 보내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3

주민대회 소식지는 안 받아 가는 사람이 없다. 우리 주장만 빼곡히 적힌 유인물을 뿌리던 때와 ‘자기 이야기가 적힌’ 주민대회소식지를 받는 주민의 모습은 차원이 달랐다.

소식지를 받아보고 “통장은 뭐하는 놈이고, 우리 동네 민원은 와 안올라갔노?”라고 통장을 욕한 사례도 있었다. 민원을 통장이 올리는 줄 알고.

#4

주민투표로 모아진 10대 요구안에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여론이 모이자, 창원시장이 요구안 하나하나에 모두 답변하기에 이른다.

자기 문제를 자기 힘으로 해결하는 주민들 모습에서 ‘직접정치가 이런 거구나’하는 감을 잡았다고 할까.

주민대회와 당부심

다들 주민대회를 좋아하니, 주민대회를 헌신적으로 준비한 진보당 당원들이 자(당)부심이 생긴 것은 당연지사.

김동석 진보당 창원의창구위원장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입당운동에 불을 지폈다.

47명의 당원이 입당운동을 펼쳐, 3백 명이던 이 지역 당원 수가 3개월만에 무려 550명, 184% 증가.

사실 거대 양당과 달리 진보정당 입당은 매우 어려운 일로 인식되어왔다. 창원의창에서 이런 고정관념은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다.

입당운동은 식은 죽먹기

“자기 당에 대한 자부심만 있으면 입당운동은 식은 죽먹기”라는 그들에게 입당운동의 비법을 물어봤다.

#1

우선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처럼 입당원서를 내민다.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그래도 일정한 관계가 형성돼야 입당을 제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기자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관계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입당을 제안할 수 있을까?”라고 묻더니 “그런 기준은 없다. 처음 만나도 입당하는 사람이 있고, 10년을 만나도 입당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라고 자문자답 한다.

#2

입당을 제안했는데, 싫다고하면 또 만나기 부담스러워지지 않나?

“입당 제안을 받고 안하는 사람은 있어도 이런 걸 왜 제안하냐고 욕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대한민국 유권자 1/3은 당원이고, 살면서 여러번 입당 제안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당비는 내지 않고 이름만 올린 국민의힘 당원이 1천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닌 듯.

#3

47당원 중에 30명을 입당시킨 당원도 있고, 겨우 한두 명에 그친 당원도 있던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가?

“입당이 쉽다고 생각할수록 많이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야 입당 운동을 할 수 있고, 누군가를 입당시키려고 하면 당 정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쉽다고 생각한 당원은 입당을 권할 때 뭐라고 하나?

“소중한 사람에게만 제안하는 건데, 너 입당할래?”라고 말한다.

또 어떤 당원은 “중앙당에서 10명 입당시키라는데 너 나 좀 도와주라”라고도 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입당시킬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입당시킬 이유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김동석 위원장은 다음 단계 목표는 “당원들이 입당운동을 밥 먹듯이,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민대회에서 대학생대회로

김동석 위원장은 주민대회의 최대 성과는 진보당 청년당원 ‘당근특공대’의 활동이라고 답했다.

20대 대학생과 청년 8명으로 구성된 ‘당근특공대’는 주민대회를 알리고, 주민투표를 조직한 견인차였다.

방학인 7월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캠페인을 전개한 ‘당근특공대’ 때문에 주민대회조직위원회 소속 노조 간부와 단체 활동가들은 여름 휴가를 반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9월 개학과 동시에 '마이크ON'으로 이름을 바꿔 창원대학교에서 고충민원을 받기 시작했다. 도서관 개장시간 연장, 비대면-대면 수업 반복에 따른 주거 불안정 등을 학교행정에 제기했고, “총학생회보다 백번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크ON’ 운동을 발전시켜 2022년엔 주민대회처럼 창원대 대학생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주민대회와 지방선거

“주민대회 열기가 워낙 뜨겁다 보니 창원시장이 요구안에 답변은 했지만, 주민이 행정과 정치의 주인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 김동석 위원장은 ‘정보를 무기로 서식하는 관료사회’의 폐해에 대해 꼬집었다.

도계동 빌라단지 주차민원을 해결할 때의 일이다. 도로를 확장하면서 주차공간이 사라졌고, 인근 주민들은 허구한 날 주차 딱지를 떼였다. 주차공간 마련을 위한 투쟁은 그 지역에 부과된 과태료가 2천만 원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폭발했다. 그 돈이면 주차선을 긋고도 남는 돈인데, 자꾸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걸 보면 창원시가 과태료로 돈벌이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동석 위원장은 “주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려면 권력을 유지하는 주요한 수단인 ‘정보’를 뺏아와야 한다.”면서, “지방의원 한 명이라도 주민 편에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 숙제는 해결된다”며 차기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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