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패권에 의한 금융팽창과 금융종속(4)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와 대외 투자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나라에는 외국자본이 거대한 규모로 몰려왔다. 특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더 커질 때마다 세계시장에는 달러가 넘쳐났고, 값이 싸진 달러를 바탕으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자산 매입을 크게 늘렸다. 그리하여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하는 금융자산 규모는 2020년 말을 기준으로 1조 5,000억 달러(1,770조 원, 2020년 평균환율 적용) 규모에 이르렀다. 외국인 금융자산 가운데서는 증권투자와 직접투자가 대부분(85% 가량)을 차지한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나타내고 외환보유액도 증가한데다 정부도 환율 하락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법인들에게 대외 투자를 장려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외 금융자산도 크게 늘어났다. 그 규모가 2020년 말을 기준으로 2조 달러(2,320조 원, 2020년 평균환율 기준) 가까이 이르렀다.

▲ 2일, 2021 외국기업의 날 기념식. 유세근 외국기업협회장,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표부 대사를 비롯한 중국·독일·인도 등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대표, 외국인투자유치 유공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 뉴시스]
▲ 2일, 2021 외국기업의 날 기념식. 유세근 외국기업협회장,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표부 대사를 비롯한 중국·독일·인도 등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대표, 외국인투자유치 유공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 뉴시스]

국제수지표의 금융계정은 직접 투자, 증권 투자, 파생금융상품, 기타 투자, 준비자산으로 나뉜다. 여기에서 기타 투자는 대출과 차입, 무역 신용, 현금과 예금 등이다. 준비자산은 말 그대로 예비적인 준비금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국제수지표 금융계정 가운데 순수한 투자 개념에 어울리는 것은 직접투자, 증권투자, 파생금융상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의 규모는 2020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외국인의 국내 자산 보유)가 1조 2,822억 달러, 대외 투자(내국인의 외국 자산 보유)가 1조 2,530억 달러이다. 외환위기 직후 얼마 동안은 외국인 투자 규모가 대외 투자 규모보다 훨씬 컸다. 최근에는 양자 사이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그림 1].

외국인 투자 수익과 대외 투자 수익

그렇다면 외국인이 국내 투자에서 벌어간 돈과 우리나라 투자자가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얼마나 될까? 먼저 한국은행 국제수지표 통계를 바탕으로 2001년부터 2020년 사이 대외 금융자산과 대외 금융부채의 수익률 구조를 살펴보자. 이때 2001년부터 2020년 사이 20년을 편의상 단일 기간으로 간주하기로 하자.

[표1]에서 보면 2020년 말의 우리나라 대외 금융자산은 1조 9,628억 달러이고 대외 금융부채(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자산)는 1조 4,967억 달러이다. 2000년 말, 곧 2001년 초의 대외 금융자산은 1,809억 달러, 대외 금융부채는 2,173억 달러였다. 2001~2020년 사이에 누적액 기준으로 내국인은 외국에 7,561억 달러를, 그리고 외국인은 국내에 3,825억 달러의 운용(투자)을 했다. 내국인의 외국자산 매입이 외국인의 국내자산 매입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2000년 말(2001년 초)의 평가금액을 ‘초기 투자 금액’으로 간주한다면 2001~2020년 사이에 내국인은 외국에 9,369억 달러(2001년 초의 1,809억 달러에 2001~2020년 사이 운용 금액 7,561억 달러를 더한 금액)를, 그리고 외국인은 국내에 5,999억 달러(2001년 초의 2,173억 달러에 2001~2020년 사이 운용 금액 3,825억 달러를 더한 금액)를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표1]의 (d)). 물론 2000년 말의 잔액에는 그 이전에 발생한 평가 손익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초기 투자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2001년에서 2020년 사이 대외 금융자산의 실현이익은 4,278억 달러이고, 대외 금융부채의 실현이익은 3,825억 달러이다([표1]의 (e)). 미실현 이익은 2020년 말의 평가금액에서 투자금액을 뺀 금액으로 계산할 수 있는데, 그 규모가 대외 금융자산은 1조 259억 달러이고 대외 금융부채는 8,969억 달러이다([표1]의 (f)). 실현이익과 미실현 이익을 합한 총 누적 이익은 대외 금융자산이 1조 4,536억 달러(1,715조 원, 2020년 평균환율로 환산), 대외 금융부채가 1조 2,794억 달러(1,510조 원, 2020년 평균환율로 환산)이다.

누적 이익을 누적 투자금액으로 나눈 단순 수익률은 대외 금융자산이 155%이고, 대외 금융부채는 213%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단순 수익률은 투자 시점, 시간 가치, 그리고 복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수익률을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추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위 과정을 [그림 2]로 나타낼 수 있다.

몇 가지 특징

지금까지 본 내용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우리나라 대외 금융자산의 규모가 대외 금융부채의 규모에 못지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외 금융자산의 규모는 대외 금융부채보다 오히려 크고, 직접투자, 증권투자, 파생상품만을 따로 떼 내서 볼 경우는 대외 투자와 외국인 투자가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투자의 증가가 대외 투자의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메카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 증가에 따른 환율 하락 압력이 대외 투자를 장려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대외 투자 규모를 외국인 투자 규모에 연동시킨다.

둘째, 순투자액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의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투자한 돈이 외국인이 국내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표1]에서 보듯이 지난 20년 동안 내국인의 대외 금융자산 운용액은 7,561억 달러인데 비해 외국인의 국내 금융자산 운용액은 3,825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셋째, 외국인 투자자의 수익률이 대외 투자 수익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대외 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절대적인 규모만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린 수익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올린 수익이 더 크다. 이는 당연한데, 우리나라의 대외 투자금액이 외국인 투자 금액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익률 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 쪽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사실, 대외 투자 수익률이 외국인 투자 수익률보다 낮게 나타나는 현상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렇듯 수익률 격차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중요한 이유는, 미국은 주변국에 주로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지만 주변국은 주로 수익률이 낮은 미국 국채나 공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 보유액의 경우는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수익률이 낮은 공공채 투자 비율이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 준비자산의 규모는 2020년 말 기준으로 대략 4,500억 달러 수준으로, 이는 전체 대외투자(직접투자, 증권투자, 파생금융상품) 규모 1조 2,530억 달러의 36%가량 된다[그림 3]. 전체 대외 투자의 3분의 1 이상이 준비자산에 묶여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단기 자본의 유출입을 엄격하게 규제하거나 또는 수출주도 성장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외환보유액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준비 자산의 축적 목적이 단기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응하기 위한 데서, 그리고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환율의 하락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증가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을 포함한 대외 금융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대외 투자의 수익이 외국인 투자 수익보다 절대적인 금액면에서 크다는 사실)은 국내에서 활용할 자원의 더 많은 부분을 대외 투자에 묶어두고 있다는 것 이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대외 투자와 외국인 투자의 상대적인 수익률인데, 위에서 보듯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원문 블로그 https://blog.naver.com/polec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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