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주의 소담직필 (2)

법이 규율하고 있는데 처벌 조항이 없다면, 또는 처벌 조항이 있어도 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해 처벌을 미룬다면 과연 그 법은 유효한가? 그 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잘못하거나 업무 해태로 법의 집행을 무시한 행정기관의 책임은 없는가?

▲ 신수동 주민센터[사진 : 필자제공]
▲ 신수동 주민센터[사진 : 필자제공]

실제 사례를 들어 보자. 마포구 관내 신수동주민센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2020년 1월 7일 세대주 J 씨는 애초 통보받은 학교가 아니라 학구 내 신석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한다. 일단 서류상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이때 받은 입학통지서를 들고 다음 날인 1월 8일에 신석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참가한다. 여기서 돌봄교실 입금 안내를 받고 세대주 J 씨는 신청 서류를 구비하기 위해 남편의 회사에 허위로 2020년 1월 15일 서류상 취업을 한다. 그리고 2020년 1월 22일에 해당 회사로부터 재직증명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자격취득원을 발급받아 다음 날인 23일 신청일 마감에 맞춰 돌봄입급 신청서 접수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동년 3월 14일 전세계약과 동시에 당일 이사를 하였다.

법제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허점이 있었다. 허위 위장 취업에 따른 건강보험자격취득원의 취득은 차치하고, 일단 주민등록법 상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물론 주민등록법에서 전입신고는 '등록의 신고주의 원칙'(주민등록법 제8조)에 따라 신고 의무자가 관련 요건을 갖추어 작성된 문서를 당사자의 신고에 따라 접수하면 된다. 이것은 주민등록 전입신고의 입법 목적이 30일 이상 거주 목적만을 심사하며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 생활의 근거지로서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이면 주민등록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등록법의 다른 법규를 살펴보면 조금 다른 내용들이 눈에 띈다. 제13조(정정신고) “신고의무자는 그 신고내용에 변동이 있으면 변동이 있는 날부터 14일 이내에 그 정정신고를 하여야 한다”, 제16조(거주지의 이동) “신고의무자가 신거주지에 전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신거주지의 전입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율한 것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럴 경우 동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벌칙과 과태료를 규율하고 있었다. 제37조(벌칙) 3의2에서는 “주민등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제40조(과태료) 4항에서는 “신고 또는 신청을 기간 내에 하지 아니한 자에게는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과 관련해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 주민과에서는 다음과 같은 회신을 주었다. “실제 이사일과 전입신고일이 상이하다 하더라도, 전입신고 수리에 따른 실제 거주 여부 등 사실관계 확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이 판단하는 사안이므로 본 기관에서 개별 사안에 대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실제 거주하지 않으나 전입신고를 수행한 경우 주민등록법 제37조 제3호의2에 따른 거짓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 해당될 수 있으나, 개별 전입신고 사안이 거짓 신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할 자치단체에서 판단하는 사안”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 마포구 내 아파트[사진 : 필자제공]
▲ 마포구 내 아파트[사진 : 필자제공]

관할인 동주민센터에서는 “주민등록 전입신고의 입법 목적이 30일 이상 거주 목적만을 심사하며 주민이 거주하는 곳이 생활의 근거지로서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이면 주민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입신고의 위법성은 주민등록법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전입신고를 거부할 강제력을 수반하는 법률적 처벌 규정은 없다”며 “ 해당 사안에 대해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한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지 거주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적법성을 강조하는 회신을 보내왔다. 

심지어 세대주인 J 씨가 전입신고 당시 제10조(신고사항)에 적시된 신고 내역인 성명, 성별, 생년월일, 세대주와의 관계 등에서 10에 명시된 전입 연월일을 게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은 일단 신수동주민센터의 “업무 해태”이다. 즉 전입 일자를 기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동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처벌과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신고자의 “등록의 신고주의”(제8조) 원칙만을 강조하며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마포구청 전경[사진 : 필자제공]
▲ 마포구청 전경[사진 : 필자제공]

비록 동 주민센터에서는 연월일 기재가 필수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동법이 명기하고 있는 규율, 즉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는 것을 정면에서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 아니라면 그래서 동 주민센터의 주장이 합법적이라면 굳이 동법에서 “하여야 한다”고 의무를 부여할 이유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제11조 신고의무자의 14일 이내 신고는 위의 사례에서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신청 당시 당연히 신고자는 전세계약서가 없었으며, 또한 접수 당시 전세계약서를 확인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면 마땅히 동 주민센터에서는 기한 내에 사실 조사를 나갔어야 한다. 그러나 관행처럼 굳어 버린 행정이 그것을 간과한 것으로 스스로 불법을 조장한 경우이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러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가 어려워서 신고의 등록주의를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리라.

제13조에 따라 신고의무자는 신고사항에 변동이 있으면 14일 이내에 정정을 해야했다. 그러나 3월 14일 입주를 한 상태에서 신고의무자인 J 씨는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동 주민센터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실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제13조와 제16조1항 위반에 따른 어떠한 조치도 하기가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며, 결국 제37조 3에서 규율한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사람”으로 J 씨에게 처벌을 내리지 못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위 사례는 사실 현장에서는 아이를 좋은 학군으로 편입시키려는 또는 희망하는 학교로 입학시키기 위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관행이다. 물론 교육청과 행정기관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기관은 교육청과 책임 떠넘기기를 하거나 인력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교육기관은 책임과 의무에서 보다 자유롭다. 입학 통지는 주민등록에 기초해 입학 자격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결국 관할 행정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해당 사안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고 대처해야 하는 행정기관의 책임이 우선이다. 여전히 이러한 관행이 유지되는 것은 바로 법제의 미비와 설령 법이 규율하고 있어도 법을 준수하지 않는 낮은 준법의식의 학부모의 책임도 있지만, 법제가 규정한 행정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여야 하는 행정기관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이다. 즉 공무원의 직무유기일 수 있는 것이다.

위의 지적과 문제 제기에 대해 주민등록과 관련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그 책임을 구청에 넘겨도 되는 것인가. 지켜지지 않거나 규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을 법이라면 개정 보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위임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다 철저하게 법을 지키고 집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산하 기관의 업무 해태와 더 나아가 직무유기의 죄를 의심받는다면 이와 관련해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응답하라,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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