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주의 소담직필 (1)

평소 살아가면서 접하는 일상의 많은 일들이 어느 순간 법적 또는 행정적 문제가 되곤 합니다. 남북 사회문화교류 현장에서 활동하는 필자에게는 북측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실 이전에 연재했던 <북한, 예술로 읽다>의 새로운 시리즈를 연재하고 싶었으나, 정세와 코로나 탓에 구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도저히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느낀 문제나 북측 예술의 속 이야기나 바르게 알려져야 할 내용들에 대해서 소소하지만 직설적으로 사견을 공론화하고자 용기를 내어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필자 주) 

이 시기는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하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아지는 때이다. 특히 전업주부인 경우 그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학구내 다른 학교에 보낼 수는 없을까? 돌봄입급을 시켜야 하는데 자격 요건에 미달되지는 않을까? 등등.

학구내 다른 학교 입학은 원칙적으로는 어렵다. 다만 예외적으로 학교장의 인정을 받아 입학하는 경우는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주민등록법을 위반하는 위장전입이 발생하곤 한다. 이번에는 시기적으로 돌봄입급 신청을 받아 추첨을 할 때이니 우선적으로 이 주제를 다루어 보려 한다. 물론 2020년은 코로나 환경에서 긴급돌봄으로 대체가 되었지만 정상적인 돌봄입급에 관해서 논하는 것이다. 

▲ 신석초등학교
▲ 신석초등학교

돌봄입급과 관련해서 인터넷에 공개된 송은초등학교의 올해 안내문을 보면 신청 대상을 2021년 1~2학년 사회적 배려 대상자 및 맞벌이 가정 중 입급희망 학생으로 한정하였다. 학기 중은 방과 후부터 4시까지, 방학 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규정하였다. 이래서 해당 시간 외에 맞벌이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길 지인이 없을 경우 대부분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선 순위의 자격은 1) 저소득층 자녀 및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2) 다문화 및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맞벌이 다자녀(셋째 자녀부터), 3) 일반 맞벌이 가정(저학년 우선) 그리고 나머진 추천에 의해 입급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맞벌이가 아닌 시간직 일용자의 경우는 최대한 근무시간을 늘려야 하고, 특히 전업 주부의 경우는 맞벌이 주부로 변신을 하여야 한다. 시간직의 경우는 그래도 고용주와 협의하여 양해를 득하면 관행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전업 주부의 경우는 자칫 범죄자가 될 소지가 큰 것이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서울 초등돌봄교실 운영 길라잡이’ 부록에 입급 증빙서류를 예시해 놓았는데, 맞벌이 가정은 재직증명서 또는 근무시간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며 그 외에 1) 고용보험피보험자격내역서 2)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3) 국민연금가입증명서 4) 각종 근로소득세에 대한 소득세납세증명서 5)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재직기관) 6) 고용임금확인서(최소 3개월 이상 급여이체 내역 확인) 또는 소득금액증명원 등 6개의 서류 중 1개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이는 재직증명서 위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며 재직증명서 외에 어떠한 서류를 받을지는 학교의 재량이므로 학교별로 제출 서류가 다르다.

재직증명서를 거짓으로 만들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로 형사 건이 된다. 힘 있는 남편 덕분에 해당 문서를 정상적으로 받았다 하더라도 <사문서부정행사죄>를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학교에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추가 서류로 받고 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의 소지가 크며, 실제 위장 취업이 발각이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한 <사기죄> 여부에 해당될 수도 있다.

▲ 신석초등학교
▲ 신석초등학교

최근 마포구 신수동 소재 신석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개인 단체를 운영하는 J 세대주는 맞벌이 증빙이 어렵자 남편의 회사에 위장 취업을 하였다. 그리고 그 N 회사에서 발급한 재직증명서와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하였다. 그 과정을 시계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1월7일 전입신고 후 입학자격 취득, 1월8일 예비소집 참가해 돌봄입급 신청서류 확인, 1월 15일 N 회사에 서류상 취업, 1월 22일 해당 서류 발급, 1월23일 돌봄입급 신청서 접수 완료. 비록 S학생은 우선 순위에 밀려 돌봄입급에 자격을 취득하지는 못했지만 마침 코로나 긴급돌봄이 시행이 되어 J 세대주는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과정이 복잡해졌다. 법제의 허점을 노린 J 세대주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한 민원인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신석초등학교에 진정서를 보내고 서울시교육청에도 문제를 제기하였다. 학교 측에서는 적법한 절차였지만 문제점을 인정하고 가정 통신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발생치 않겠다는 교장 명의의 답변서를 보내었고, 상급기관인 교육청에서도 아래와 같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아래와 같이 개선을 약속했다.

“다만 사업체 근로자로 일시적으로 등재한 경우 자격확인서로 실 재직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⓵ 근로소득 관련 국세청 자료를 필수로 제출하게 하거나 ⓶ 입급 후 6개월 뒤 서류를 다시 받는 등의 방안을 통하여 이에 대한 개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서울시교육청에서 매년 말에 진행하는 돌봄 길라잡이 개정에 위 내용에 대하여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신석초등학교
▲ 신석초등학교

이 약속이 어떻게 구현 및 시행이 되는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에 해당 신석초등학교에서 베포한 초등돌봄교실 안내서를 보면 다른 학교와는 다른 점이 눈에 띈다. 그 첫 번째는 다른 학교와 달리 재직증명서 제출 시에 회사의 연락처를 명기하라는 것이다. 이는 재직 여부의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보인 것으로 판단이 된다. 둘째는 말미에 제출 서류가 허위일 경우 신청 및 이용이 취소가 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적시가 되어 있었다.

어린이집의 경우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는 ‘맞춤형보육’ 어린이집 종일반 허위 서류 신청자들을 적발하고 이에 대하여 조치를 하고 있다. 현장 확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허위 사실이 적발이 되면 환수 조치 등 강한 법제적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 하나쯤은 혹은 내 아이만은...”이라는 생각으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위장전입과 돌봄입급 신청에 있어서 위법적이고 부적절한 그릇된 행태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정부와 특히 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지 말고 현실에 기초하여 법제의 개선을 통해 학부모들이 범법자로 몰리는 일이 아예 없게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 

실제 신석초등학교에서는 민원인이 문제 제기를 하자 학교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던 신석교육통신을 비공개로 돌리고, 민원인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등하교 길에서 수용하는 학부모만을 대상으로 배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J 세대주에게 연락하여 아이의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경찰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등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었다.

정의의 반대는 ‘악’이 아니라 ‘불의’이다. 국어사전에서 정의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사법기관에 ‘정의’를 담당하는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가 세워져 있는 것이다. 이때 정의란 'justice' 보다는 도덕적 당위성을 의미하는 ‘righteousness’로 번역하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즉 ‘공의’(公義)인 것이다. 이 공의를 지키려면 시민 한명 한명이 사소한 일에도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유스티티아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철주 
문화기획자
민플러스 편집기획위원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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