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해소’ 요구했는데 ‘차별 격차’ 심화시키려는 시도교육청
‘복리후생 차별’ 대법에서도 위법 판결 했지만… 교육청은 ‘예산’ 핑계만
학비 연대회의,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 결의

겨울 한파 속, 학교 비정규직(학비) 노동자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야 할 판이다. 초등돌봄 노동자, 학교 급식실 노동자 등 전 직종 노동자들이 총파업이다. 파업의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

▲ 15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 후 각 시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
▲ 15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 후 각 시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진 : 전국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

‘급식 대란’이라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학교 급식실, 행정실, 돌봄 노동자 등 학비 노동자들의 파업은 국민적 지지와 관심 속에 진행돼왔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매해 거듭되는 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 연대회의)를 꾸려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다. 올해로 집단교섭 4년째다. 올해도 6월에 시작된 집단교섭은 9월 말까지 교섭절차 합의조차 이루지 못해 난항을 겪었고 10월8일에서야 교섭절차를 합의하고 2020년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했다. 본교섭 2회, 실무교섭 8회가 끝났다.

“또다시 2020년 임금교섭을 파국과 파업사태로 몰아가는 책임은 전적으로 시도교육청과 교육감들에게 있습니다.”

학비 연대회의는 올해 코로나 장기 확산 상황까지 감안해 “예년보다 낮은 임금인상 타결도 가능하다”는 양보의 자세로 임하며 사용자 측인 시도교육청에 빠른 교섭타결을 기대하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늦장 교섭도 모자라 교섭 시작 두 달이 넘도록 노동자들에게 더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노조를 항복시키려는 교섭안만 고집하며, ‘파업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교섭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학비 연대회의의 주장이다.

수년간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요구해온 학비 노동자들은 올해도 차별을 줄이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차별을 확대하려는 시도교육청과 싸우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코로나 시국을 비정규직 차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 지난해 7월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해 7월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률’만큼도 안되는 임금인상률… 차별 격차 더 커져

그동안 집단교섭을 통해 조금씩 차별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지만 올해도 ‘차별 해소’는 현실과 먼 얘기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라는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 정부 공무직위원회도 “공공기관 비정규직인 공무직의 기본급을 1.5%를 인상해 ‘하후상박’의 원칙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사측은 공무원 인상률 0.9%(월1만5천원) 인상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규직인 공무원들은 0.9% 기본급 인상액 외에도 기본급에 연동된 명절휴가비 등과 호봉인상분을 더해 연평균 인상 총액이 100만 원을 웃돈다. 반면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에게 제시한 인상액은 기본급 0.9% 인상이 거의 전부다.” 비정규직은 근속임금 자동인상분까지 더해도 연 60여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양보안을 냈고, 양보할 순 있지만, 차별 확대에 굴복할 순 없다”는 학비 연대회의는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을 앞두고 다시 한번 최종안을 내놨다. 1.5%(월2만7천원) 인상안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근속임금 격차’다.
정규직은 매년 호봉이 자동 승급된다. 학교 비정규직도 호봉은 아니지만 매년 근속임금이 인상되는데 그 수준은 정규직 호봉인상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규직은 호봉제에, 정근수당과 정근수당가산금이 있고(연 8~12만 원) 근속임금의 상한이 없지만, 비정규직은 1년에 3만5천 원의 근속수당만 있으며 근속임금 20년 상한제를 적용받아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요구한 건 비정규직의 근속수당을 최소 1천 원이라도 인상하자는 것, 상한제를 폐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동결’만을 주장하며 차별의 격차를 더욱 늘리려 하고 있다.

▲ 자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 자료 :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법원 판결도, 정부 가이드라인도 무시하는 ‘복리후생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은 복리후생 부분으로까지 이어진다.

복리후생 차별은 법원에서도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아왔다. 업무의 성질, 업무량, 업무의 난이도와 무관하게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 차별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정액급식비’와 ‘교통보조비’도 업무와 관계없이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므로 이들 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조리직렬 기능군무원에게 가족수당과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를 지급하면서 민간조리원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불리한 처우에 해당함).

학비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 중 하나가 명절휴가비, 식대, 복지포인트 등 ‘복리후생 차별 해소’다. 정규직은 연 190~390만 원의 명절휴가비를 받고 매년 기본급 인상에 따라 그 금액이 인상되는 것에 반해, 비정규직이 받을 수 있는 명절휴가비는 평생 연 100만 원에 불과하다. “명절휴가비를 공무원과 같은 금액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지급기준’이라도 차별 없이 맞추라고 요구하는 것이며, 당장 지급기준도 맞추기 어렵다면 단계적 방안이라도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은 이 역시 “오직 동결”만 주장하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은 “복리후생적 금품을 차별 없이 지급하는 것은 정부도 확인한 ‘원칙’이며 ‘약속’”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엔 “복리후생적 금품(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식비, 출장비, 통근버스·식당·체력단련장 이용 등)은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급하고, 휴게공간 확충 및 비품 제공 등 지속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서울·인천·세종·충북·광주·전남·경남·제주 등 8개 시도교육감은 지난 교육감선거당시 노동조합과 정책협약을 맺으며 “복리후생성 임금의 차별만큼은 해소해 공무원과 동일하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런 당사자인 경남교육청 박종훈 교육감은 올해 집단교섭에서 사측 교섭대표를 맡고 있다.

▲ 지난 10월15일 여의도 국회 앞.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코로나 집단교섭 촉구’하며 삭발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 지난 10월15일 여의도 국회 앞. ‘학교비정규직 법제화, 코로나 집단교섭 촉구’하며 삭발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예산삭감’ 핑계대지 마라”

시도교육청이 차별 해소 의지 없는 ‘동결’만을 강요하는 교섭안을 내미는 근거는 ‘내년 예산 3.7%가량 삭감’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교육청이 이런 근거를 들먹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삭감 폭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시도교육청들은 늘 예산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에 대비해 쓰지 않는 잉여금을 운영해왔다. 특히 올핸 코로나로 인해 집행되지 않는 예산이 적지 않다.” 사측의 ‘예산 핑계’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 예산 타령 역시 사측의 관행적이고 반복적인 행태였다. 또,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예산이 늘어왔을 때에도 사측은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교섭 태도로 일관해 왔다”는 점으로 볼 때 올해도 ‘예산 삼각’을 이유로 대는 사측에게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은 2016~2020년 각 교육청별 예산 및 결산을 비교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각 교육청이 최근 재정안정화기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조치로 특정 기금 등을 통해 여유재원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정안정화기금 증가는 각 년도 세입 변화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재정평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면 지나친 규모의 재정안정화기금 적립은 국가 전체 재정의 칸막이를 만들고 단년도 회계연도 원칙을 벗어나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매년 관리재정 수지가 적자인 중앙정부는 국가부채를 발행하면서 교육청에 재원을 이전하는 반면, 이전재원을 받은 교육청은 순세계잉여금 또는 재정안정화기금 형태로 현금을 쌓아놓는데, 이것은 국가 전체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예산이 삭감됐다’는 핑계로 차별해소 아닌 차별 확대를 낳는 교섭안에 대해 학비 노동자들은 “전체 교육예산 중 공무원과 교사들 급여는 법에 정해져 있어 조정이 어렵고, 사업예산도 부서별 예산이기에 조정이 쉽지 않으니, 결국 법적 규정이 없는 학교비정규직 임금을 줄여 예산삭감을 만회해 보겠다는 얄팍한 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 크리스마스 이브 파업 준비하는 학비 노동자들. [사진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 크리스마스 이브 파업 준비하는 학비 노동자들. [사진 :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학비 연대회의는 교섭이 절차합의조차 이루지 못하고 교착에 빠졌던 지난 9월, 약 3주간 2020년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전국 약 9만 2천여 명의 국공립 조합원이 참여해 ‘투표율 75.65%, 찬성률 83.54%’로 이미 쟁의행위를 가결한 상태다.

학비 연대회의는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을 선언한 15일, ‘차별 해소’를 위한 최종 수정안을 던졌다.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종 수정안의 내용을 교육감에게 직접 밝히고 “코로나를 기회로 인건비 절감에만 몰두하고, 결정 권한도 없는 교섭위원들만 앞세우지 말고 교육감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총파업은 돌봄노동자 파업과 함께 진행된다. 교사 돌봄업무 경감과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 등 학교돌봄 운영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학비 노동자들은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방법으로 파업을 준비하며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을 결의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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