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으로 묻습니다. DMZ와 관련하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 발언, "DMZ가 한반도 평화번영의 가능성을 선체험하는 '상생'의 실험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생각이 필요합니다. ‘짧은’ 생각이 아닌, ‘긴’ 생각이 필요합니다. ‘언뜻’ 생각이 아닌,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래놓고 왜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해야 되는지에 대해 다음 아래 사항과 연동해 한번 고민해봅시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2021년 DMZ 관련 예산편성에 대해 ‘남북 합의 이행을 선제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남측 지역의 DMZ부터 평화지대화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DMZ 평화의 길' 본격 개방에 대비해 관련 노선·시설 정비 30억원과 'DMZ 평화통일 문화공간 조성’사업 예산 48억 원을 편성한다고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관이 의원 시절부터 '통일걷기' 행사를 진행해오며 국민들의 평화의식 함양 기회 및 남측의 독자적인 평화통일 대중사업 발굴 필요성을 강조해온 그 연장선상에서 '평화의 길 통일걷기' 사업예산도 7억 5천만원 신규 반영했다. 

이렇게 이 장관은 평소의 소신대로 DMZ에 많은 공을 들였다. 또한 ‘언뜻’, 혹은 ‘짧은’ 생각으로만 보자면 위 사업 모두는 아주 그럴듯해 보이고, DMZ가 평화통일 대중사업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확인받는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짧은' 생각을 잠시 뒤로 하고, 좀 더 ‘깊은’, 혹은 ‘긴’ 생각으로 사고해볼 때는 이 장관이 생각하고 있는 DMZ 평화지대화사업은 이 사업의 특성상 반드시 그 성립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동반되지 않는, 즉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상태에서의 추진은 오히려 반작용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음을 예고한다.

그 핵심에 ‘분단’ 아픔만 드러내는 생체기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반드시 이 사업은 아래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추고 난 다음 시행해야 하는 그런 사업이다. 

▶첫째, DMZ의 평화지대화 추진은 남북의 합의와 동시적 추진이 필요하다.

▶둘째, '분단의 상품화'가 아닌, 분단극복의지와 연결된 통일추진정책이어야 한다.

▶셋째, UN의 사생아 집단 유엔사해체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복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위 세 가지 요건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 DMZ 평화지대화는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몇 해 전 서울의 어느 한 구(중구)에서 실시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중단된 ‘쪽방체험’과 비슷한 오류와 맞닿아 있다. 

‘가난의 상품화’화가 그것인데,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이를 상품화한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일정한 자본주의형태를 띠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가난을 상품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반발이자 몰매였다. 

똑같은 논리로 분단도 단순상품이 될 수는 없다.

분단이 어떻게 상품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인영 장관은 견학, 통일걷기 등 그런 사업을 꼭 추진하고 싶다면 반드시 ‘분단이 상품화’되는 오류와 아픔이 절대 작동되지 않도록 아주 세밀하고도 정밀한 접근을 해내어야 한다.

물론 위 주장에 다음과 같은 반박도 하고 싶을 것이다. 위 사업들의 취지가 '분단아픔'체험을 통해 '분단극복'인식으로 연결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어진 사업인데, 어찌 그 마음을 몰라 주노?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분단극복'이라는 후속프로그램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달리 말해 분단극복이 어떻게 그 DMZ 통일걷기와 연결될 것인지를 명확히 해내지 않는다면 소기의 목적 달성은 고사하고, 불필요하게 또 다른 쟁점만 만들어내는 소모적 논쟁이 될 수 있기에 미리 그렇게 충고하는 것이다. 

해서 그럴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심각한 ‘예의적’ 문제와, (사전 동의와 합의가 없었음으로) 북에서도 분명 반발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를 길게 봤을 때 남북관계가 순치되는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또 다른 악재이니 이 사업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결론이다.

많이 양보해 생색내기가 필요한 남쪽의 필요사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무조건 다 통일이행사업으로 둔갑될 수는 없다. 또한 상대방인 북의 의도와 마음도 충분히 헤아려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사업들이 정말 '깊고도 깊은' 생각이 왜 필요하고, 왜 '분단 상품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지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러면 이 장관과 이 기획을 주도한 분들(통일여행관련자, 평화통일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많은 분들 모두 포함) 모두는 '깊이' 생각하고, 또 '깊이' 생각해야 될 이유가 분명 발견될 것이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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