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의 세계가 오고 있다(5)

2차 대전 이후의 국제정세를 분석하는 기획기사 마지막회

1. 2차 대전후의 세계질서
2. 반제자주역량의 반격과 결집
3.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1)
4.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2)
5. 북미대결과 동북아의 지정학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
1) 무기현대화를 위한 군사비 증강
2)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국우선주의의 충돌
3) 중미무역전쟁과 글로벌 불균형의 거대한 조정
4) 동맹의 균열과 세계적 범위에서 미국 패권의 약화
5) 코로나19위기와 미국내 분열의 가속화
에 이어

 

5. 북미대결과 동북아의 지정학

1) 한반도 : 자주화와 세계화의 최전선

한반도는 냉전 시기에는 사실상 3차대전이 진행된 열전지역이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기에는 전쟁과 공황, 예속과 빈곤, 재난의 세계화 모순의 집결처였다. 한반도는 세계화와 자주화 세력이 핵대결과 항쟁으로 맞붙은 최접전지역이다.
 
북이 핵무력을 완성하고 전략적 핵무장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정세에서 중대한 변화를 야기했다. 특히 지난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을 통하여 신형 전략무기들을 대거 선보임으로써 북 단독으로 미 본토와 괌, 주일미군, 주한미군기지를 포함하여 미국의 대북전쟁도발을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억제력이 있음을 입증하였다. 그리고 그 갱신목표들은 끊임없이 갱신되고 있다.
이로써 정전협정 이후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미전쟁은 최후의 전략적 대결국면으로 다가서고 있다.
남측에서 발생한 촛불항쟁과 연이은 각 선거에서 친미수구세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은 남측민중역량이 반미자주화역량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 발전속도에 따라 우리 민족과 미국과의 최후 승부의 시기는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2) 북중러와 한미일의 신냉전

북의 핵무장과 북중러의 전략적 단결과 남한 민중의 투쟁은 동북아에서 오랫동안 작동해 왔던 53년 정전체제와 51년 샌프란시스코체제, 65년 한일체제에 파열구를 내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에 이루어진 북미핵담판은 북 핵보유의 합법화, 즉 부분적 비핵화와 제재해제를 통해 정전체제, 샌프란시스코체제, 한일체제라는 3대 냉전질서를 허물어뜨리는 중대한 계기였으며,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로 이동하는 전환점을 마련하는 발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한미일동맹세력의 반동과 저항으로 이러한 구상은 일정하게 지연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협상과 담판이 아니라 힘을 통해서만 구질서의 붕괴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이것을 북은 “정면돌파전”이라고 불렀고, 남한 민중은 자주화투쟁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3)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더욱더 딜레마적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핵심요인은 친미자주노선에 있다.

▲ 전시작전권을 돌려받기도 어렵게 되었지만, 전작권을 돌려받아도 유엔사령부의 지휘체계 아래에 있는 한미연합사(또는 미래연합사)는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 통제 아래 있게 되어 전작권은 무력화된다.
▲ 전시작전권을 돌려받기도 어렵게 되었지만, 전작권을 돌려받아도 유엔사령부의 지휘체계 아래에 있는 한미연합사(또는 미래연합사)는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 통제 아래 있게 되어 전작권은 무력화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관계에서 한미동맹 하에서 친미자주노선을 기조로 전작권 환수를 당면목표로 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를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강화하고, 더 많은 것들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는 한미연합훈련강화, 막대한 전략자산 구입, 사드추가배치, 한미동맹의 침략적 재구성과 맞물리면서 남북공동선언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남북간 군사적 대결상태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모순을 낳고 있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은 선북비핵화 후남북관계, 분리주의적 평화공존노선이라는 기조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미국은 전작권을 돌려줄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유엔사 강화등을 통해 작전권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나아가 방위비 분담금 등의 요구를 통해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고 비용분담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한미동맹을 미국의 패권정책 실현의 도구로 재편하겠다는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대선 이후에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확대함으로써 미사일방어체계를 확장하자는 오랜 계획을 완성단계에서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면돌파전을 선언하고 남북공동선언이행을 촉구하는 북의 전략과 충돌하면서 남측이 분쟁지역화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한일관계에서도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함으로써 일본에게 65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고 나아가 일본군국주의를 허용하고 한반도의 재침략 음모, 미국의 대중전략을 위한 미국의 기지국가 역할을 강화시켜주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수용하여 사드배치 확대, 중거리 미사일배치 수용 등과 맞물리면 동북아 신냉전의 분쟁공간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가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주관적 의지로 친미자주기조 아래 자주국방노선을 추진하나 상호 모순된 기조와 환상적 태도로 인하여 결과적으로는 재래식 국지적 분쟁을 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종국에는 제2의 6.25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이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역시 딜레마적 요소에 갇혀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일대일로 참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일대일로에 참가하는 것을 기본으로 인도-태평양전략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다가 신남방정책 수행과정에서 결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올라타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한국이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한다는 것은 결국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맞부딪치는 대만과의 양안관계 갈등, 남중국해 갈등에서 미국의 전략에 정치군사적으로 동참하라는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다. 경제적 실익은 없고 군사정치적 부담만 키우는 딜레마적 상황이 또다시 전개되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14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기서 2020년 RCEP 최종타결을 결의했다. [사진 :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14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기서 2020년 RCEP 최종타결을 결의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11월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알셉)이 타결됨으로써 세계경제는 유로권, 아메리카권, 아시아권으로 크게 묶이게 되었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및 한·중·일·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여, 역내 무역규모(5조4천억달러), 역내 총생산(GDP·26조3천억달러), 역내 인구(22억6천만명) 면에서 각각 전세계의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다. RCEP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26조2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를 한껏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중국 주도의 RCEP 가입으로 미국의 견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오고 있고, TPP가 재논의되면 여기에 참여하게 되는 경제적 딜레마 상황이 다시 펼쳐지게 되어있다.

경제적 딜레마는 미국이 한국에 반중경제블럭인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에 참여를 강요함으로써 더욱 심화되는 형국이다. 지난 6월부터 미국은 한국정부에 중국을 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경제블록’으로 세계 경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경제연합체를 만들자는 EPN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로선 ‘반중국 전선’의 성격이 명확한 이 기구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TPP가 되었든, EPN이 되었든 미국으로부터 한국은 반중경제블럭에 참여하라는 강요에서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신북방정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중러 동맹이 공고해지고 한반도에서 신냉전구도가 고착화되는 조건에서 한국이 북을 패스하고 중국, 러시아와 독자적인 협력의 길을 마련하는 방법은 없다.

결국 한국은 코로나 이후 세계체제의 위기 속에서 경제협력의 전략적 공간과 방향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기간에 중요 성공요인 중의 하나였던 지정학적 이익을 모두 상실하고 심각한 경제침체에 처하게 될 것이며, 더욱더 대미대일종속의 길로 빠져들게 됨으로써 민중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383년 전, 조선 인조는 청나라에 아홉번 머리를 조아린다. 1637년  조선왕은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의식)을 치르고 청나라 속국으로 전락한다.
▲ 383년 전, 조선 인조는 청나라에 아홉번 머리를 조아린다. 1637년 조선왕은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의식)을 치르고 청나라 속국으로 전락한다.
▲ 을사늑약 문서
▲ 을사늑약 문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강대국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역사적 경험을 놓고 볼 때, 명청교체기에는 숭명사대매국노들이 광해군의 균형외교전략을 인조반정으로 파탄시킴으로써 삼전도의 비극으로 끝났고, 구한말에는 강대국의존형 균세정책를 거듭하다가 일제식민지로 굴러떨어졌다. 오히려 북은 중소분쟁의 시기에 자주노선으로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이런 점에서 북에게도 참고할 것은 참고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한국정부가 나아갈 길은 ‘자주’밖에 없다. 

한편 남쪽만의 눈, 즉 한미동맹이라는 틀안에서는 중미대결사이의 딜레마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남과북을 하나로 묶는 통일국가적 사고속에서만 중미대결사이에서 자주의 길, 제3의 길을 개척하는 전망이 열린다. 

이런 점에서 ‘자주’와 ‘통일’이라는 전략적 전망을 결단력있게 밀고 나갈 정치세력만이 민중과 민족에게 희망의 세기를 열어줄 수 있다.
기성 정치세력이 이것을 가로막거나 우왕좌왕하다가 황금같은 시간을 허비한다면 결국 민이 나설 수 밖에 없다.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고 탈미자주전략으로 문재인 정부를 강제하고 견인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대안정치세력으로 성장해야 한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