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의 세계가 오고 있다(4)

기획분석기사 

아래와 같은 주제로 2차 대전 이후의 국제정세를 분석하는 기획기사가 연재중입니다.

 

1. 2차 대전후의 세계질서
2. 반제자주역량의 반격과 결집
3.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1)
4.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2)
5. 북미대결과 동북아의 지정학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1)
1) 무기현대화를 위한 군사비 증강
2)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국우선주의의 충돌
3) 중미무역전쟁과 글로벌 불균형의 거대한 조정
에 이어

4.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2)

4) 동맹의 균열과 세계적 범위에서 미국 패권의 약화

▲ 프랑스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8월 19일(현지시간) 봄레미모사의 브레강송 요새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 뉴시스]
▲ 프랑스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8월 19일(현지시간) 봄레미모사의 브레강송 요새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 뉴시스]

▷ 미국-유럽연합의 균열

트럼프 집권 ‘미국 우선주의’ 4년은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위상과 미국내 정치적 통일성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냉전 시기 굳건했던 대서양 동맹에서 서서히 균열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을 매개로 하나로 이어지고 있던 대서양 동맹은 브렉시트를 통해 유럽연합과 영미동맹으로 분리되었다. 이로써 EU의 독자세력화와 제국주의연합진영의 균열은 더욱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군사정치적으로는 나토내부에서 대러시아 정책, 대이란정책과 군사비분담을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외교안보분야 최고책임자인 조셉보렐(Josep Borell) 집행 부위원장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끝나가고 있으며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촉구했다.1) 이러한 현상은 중국이 미국과 EU를 분리시켜 EU를 경제동맹세력으로 끌어들임으로서 미국을 역포위하려는 구상을 실현하는데서 더 유리한 조건을 형성해 왔다.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그룹(Standard Chartered PLC)은 연구결과에서 유럽연합은 아시아와 직접교역을 확대하기 원한다면 현재처럼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인 접근을 지속해야 하는지 재검토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프랑스의 마크롱(Macron) 대통령의 경우 ‘프랑스와 러시아 간의 관계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며, ‘다극적인 구조를 통하여,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안보와 신뢰의 토대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국과 EU간의 무역갈등 역시 심화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EU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에 대한 디지털세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2020년 들어 미국 정부가 유럽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보조금을 문제 삼아 유럽산 수입품에 부과한 보복관세의 일부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EU 역시 미국산 보잉 항공기에 대해 WTO 제소를 거쳐 미국이 부과한 연간 75억달러(약 9조원)와 비슷한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 2019년 10월 14일(현지시간) 12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 2019년 10월 14일(현지시간) 12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 미국과 사우디, 터어키와의 균열

중동지역에서 미국입지의 약화가 현저하게 눈에 뜨인다. 지난 25년간 미국이 국력을 쏟아부으며 전쟁을 치른 지역이기 때문에 더더욱 역설적이다.

무엇보다 사우디는 작년말부터 적성국에 대한 지금까지의 강경 입장에서 벗어나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5년 가까이 끌어온 예멘 내전을 끝내기 위해 후티 반군들과 직접 대화를 강화하고, 이웃 카타르에 대한 외교·교역 봉쇄를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중동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주적 이란과의 간접 대화에 착수하는 등 외교적인 급변침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9월 14일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자국의 최대 석유 시설 2곳이 타격을 입은 직후이다. 미국은 지난 9월 사우디 최대석유 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을 공격한 배후가 이란이라는 데에는 동의했으나, 사우디의 기대와는 달리 이란을 응징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2) 

다른 한편 미국이 셰일가스를 개발하면서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오히려 수출국으로 전환하면서 사우디와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가스(석유와 가스) 증산으로 유가하락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반감과 내부 위기가 누적되면서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새로운 중동내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사우디를 원조로 하는 수니파 근본주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것이 중동지역 테러리즘의 온상이 되고있는 조건에서 역으로 중동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올해 1월 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은 모두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사진 : 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올해 1월 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은 모두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사진 : 뉴시스]

다음으로 터어키와의 관계 악화이다.
반시리아친미동맹의 핵이었던 터어키가 에르도안 집권기에 이르러 친미쿠데타를 진압한 것을 계기로 반미친러 정책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미국과 터어키가 갈등관계로 돌아선 것은 그동안 IS 테러집단을 반시리아반이란전에 활용하던 부시행정부 정책의 역풍으로 IS자체가 위험한 수준까지 영향력을 확대해가자, 오바마 시기 후반에 터어키내 1/3을 차지하는 쿠르드족의 자치를 지원하며 반IS전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에르도안 행정부가 반발하자 친미쿠데타까지 배후조종하다가 결국 실패함으로써 터어키는 반미친러정책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2019년에는 쿠데타와 연루되었다고 지목한 브런슨 목사 석방문제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미국은 터키산 철강 25%에서 50%, 알루미늄 10%에서 20% 보복관세를 매기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터어키의 대미수출이 불가능해지고,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며 외환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면서 국가경제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터어키정부는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아이폰’을 비롯한 미국 전자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총격 사건까지 발생했다. 

또한 터키가 러시아산 방공 미사일 체계인 ‘S-400’을 들여놓은 것 역시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어키가 러시아산 S-400 미사일을 도입하자, 미국산 최신예 전투기 ‘F-35’ 등에 보안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며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발생한 갈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에 대한 F-35 판매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대규모 제재를 예고했지만 터키는 S-400 미사일 2차분까지 인수를 완료한 상황이다.

▷ 미국과 필리핀의 균열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이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 친중탈미자주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필리핀은 올해 2월 중미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미군이 자국 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연합훈련에 참가할 수 있게 하는 방문군 협정(VFA)을 종료한다고 미국에 공식 통보했다. 1998년 미국과 체결된 VFA의 효력은 공식 통보 후 180일까지 유지된다.

한편 필리핀의 대중관계에서 딜레마도 존재한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작년 1월 필리핀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서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 필리핀명 파가사) 주변 해역에 최소 275척의 중국 선박이 정박하거나 항해하며 필리핀을 압박하자 갈등이 증폭되었다. 필리핀 당국은 이 선단을 중국의 '해상 민병대'로 규정하고, "중국이 파가사섬을 건드리면 군에 자살 임무를 지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모처럼 불붙은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며, 두테르테는 필리핀의 유일한 동맹국은 미국이라는 식의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7월 28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돌연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주면, 남중국해를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천명했다. 코로나19위기를 명분으로 사실상 친중정책으로 더욱 한 발 다가선 것이다.

바이든의 경우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가 동맹가치를 훼손하여 동맹간 단결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하면서 다자간 협력, 동맹가치 중시를 내세워 이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역시 앞으로는 협력을 이야기 하면서 뒤로는 중국포위를 위한 비용분담과 역할 분담을 요구할 것이므로 본질에 있어서 비용부담전략을 구사하고 양자택일적 요구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패권중심의 세계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 발생현황(출처 : 코로나 보드)
▲ 코로나19 발생현황(출처 : 코로나 보드)
▲ 코로나19 발생현황(출처 : 코로나 보드)
▲ 코로나19 발생현황(출처 : 코로나 보드)

5) 코로나19위기와 미국내 분열의 가속화

트럼프의 등장과 미국우선주의는 미국패권 몰락의 위기에 대한 우익파퓰리즘적 반동이었다.
트럼프는 러스트밸트와 백인중산층의 몰락을 정치경제적 기초로 하여, 백인우월주의, 기독교 복음주의를 통해 인종주의적 혐오를 확장하며 미국 주류정치에 파열구를 내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하였다.
미국우선주의는 대외정책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팽창전략과 다자주의를 거부하고, 이기적인 자국우선주의, 침략과 약탈정책의 노골화로 나타났다. 미중무역전쟁을 대유럽, 일본, 한국 등 기존 동맹국으로 확대함으로써 무엇보다 동맹간의 균열을 가속화함으로써 미국내 팽창주의 세력과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특히나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주의적 혐오를 확산하여 국내 민주주의적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진보민주세력과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었다.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미국내의 분열과 갈등은 군산금정(군수·산업·금융·정보) 지배세력과 일정한 타협을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대결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미국내 분열과 갈등은 경찰의 흑인 타살사건을 계기로 민중폭동을 야기하고 내전양상으로 확장되며, 대선을 둘러싼 쟁투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면서 미국내 모순이 더욱 격화되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
미국은 국내 확진자 수가 1천1백만에 이르고 2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조금 나아지기는 하였지만 지난 5월 미국의 실업자가 2천만 명을 넘어서고 공식적인 실업률이 14.7%에 이르렀으며, 연방준비위원회 예측에 따르면 25%선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이 나오기까지 하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이미 미국 국민의 29.9%가 빈곤 계층에 속하고 이중 5.3%는 절대적 가난에 빠져있으며, 미국가계의 11.1%에 음식조달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가족들 모두에게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흑인들은 유아의 놀랄만한 사망률을 포함하여 질병감염률에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흑인가구의 평균 자산은 백인가구의 평균에 1/10에 지나지 않는다. 항의가 시작되었던 미니애폴리스시의 통계를 보면, 백인가구의 평균수입은 흑인 가구의 두 배를 넘는다. 전국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일생을 통해 천 명당 한 명이 경찰력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는데, 이는 백인의 수치에 2.5배이다.

이런 조건에서 코로나위기가 장기화되고, 미국 패권이 더욱 약화되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가치가 폭락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면, 제국주의로서의 미국은 붕괴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미국은 내전상태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서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한 자동차를 뒤집어 훼손하고 있다. 4월 25일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두고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사진 : 뉴시스]
▲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서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한 자동차를 뒤집어 훼손하고 있다. 4월 25일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두고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사진 : 뉴시스]

그런데 이번 대선결과를 놓고 트럼프, 공화당의 선전과 우편투표에 대해 트럼프가 불복, 소송전에 돌입함으로써 미국은 과도적인 이중권력상태에 들어가고 내부분열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패권의 약화를 낳은 미국내 모순이 권력교체과정에서 마치 로마제국 말기와 같은 권력쟁탈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분열의 가장 밑바탕에는 미국이 전세계에 대한 침략과 약탈구조를 가진 제국임에도 불구하고 1:99라는 양극화와 중산층 몰락이라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유턴이나 리쇼어3) 정책으로 미국 경제의 경제력과 고용능력을 살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건국초기부터 남북전쟁, 그리고 최근 캘리포니아 독립 요구와 같은 주자치주의노선과 연방주의간의 대립이 이번 주별 싹쓸이 선거제도와 간선 연방대통령 선거제도의 취약점을 통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위기에 대응한 우편선거의 부정의혹, 인종주의 차별에 대한 대중의 분노 투표 등이 겹치면서 수습하기 힘들 미국내 모순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양상이다.
지금 세계는 미 제국이 붕괴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다.

본문주석

1) 그는 ‘현재 우리 눈앞에 전개되고 있듯이 코로나 팬데믹이 힘의 중심을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압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어느 한편에 의해 이용당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우리 자신의 이익과 가치를 추구해 가야 한다’, ‘집단적 원칙에 따라 중국과 거래를 추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이며, 오는 가을에 예정된 유럽연합과 중국 간의 정상회의가 이를 실천할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2) 연합뉴스, 2019,12,27. "미국 못 믿겠다" 사우디, 이란·카타르와 긴장완화 타진
https://www.yna.co.kr/view/AKR20191227047600009

3) 해외투자 미국기업을 미국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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