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과 국회의원들의 수상한 방일

▲박지원 국정원장(왼쪽)과 한일의원연맹 김진표 회장(오른쪽)을 비롯한 의원들이 연일어 방일했다. [사진 : 뉴시스]
▲박지원 국정원장(왼쪽)과 한일의원연맹 김진표 회장(오른쪽)을 비롯한 의원들이 연일어 방일했다. [사진 : 뉴시스]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난 데 이어 13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또 스가 총리를 만났다.

이들이 스가 총리와 나눈 담화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는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의 시급한 해결을 바람 ▲스가 총리는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 ▲2021년 도쿄올림픽이 관계회복의 기회 ▲한일 모두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 강조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 회복을 서두르는 이유

과거사 문제에 있어 아베 전 총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스가 정부와의 관계 회복을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방일 중 김진표 의원이 한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김 의원은 “조 바이든 당선인이 전통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굉장히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일본이 한일관계 개선 압박을 강하게 받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과연 일본만 이런 압박을 받을까?

국정원장과 여당 의원들이 스가 총리를 만나러 줄달음치는 것을 보면 압박은 일본보다 우리가 더 많이 받는 듯 보인다.

미국이 한미일 동맹을 압박하는 이유

한미일 동맹이 본격화 한 시기는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다.

당시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명분으로 한미일 동맹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동맹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조선)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조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초한 대중국 적대 전선을 위한 한미일 동맹이란 점에서 성격을 달리했을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하다 보니 일본의 역할을 좀 더 강조한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조선)과 직접 대립한 한국에 한미일 동맹 특히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포함한 갈등 해소를 주문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박근혜 정부가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합의(2015년)와 한일 군사정보협정(2016년)을 서둘러 체결한 이유가 모두 한미일 동맹을 미국이 압박했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여당의 연이은 방일은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문재인 정부가 미리 한일 갈등을 선제적으로 봉합함으로써 한일 간의 갈등이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지 않게 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북한(조선)이 핵무력 완성을 이미 선언했고,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으로 남북 간 전쟁 위협이 사라진 데다, 미국의 대중국 적대 정책은 설사 바이든이 당선돼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 정확하게는 일본의 ‘식민지 침략 전쟁’ 범죄까지 덮어버린 채 한일 관계를 회복할 것까지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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