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전태일 50주기 전국노동자대회’ 열어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ILO 핵심협약 비준” 총파업·총력투쟁 결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전태일 3법 쟁취’는 오늘의 가장 절박한 열사정신 계승 투쟁입니다.”

지난 13일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았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14일 전국 각지에서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 계승 2020 전국노동자 대회’를 열고 ‘전태일 3법 쟁취,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여의도엔 50주기를 상징하는 ‘50인의 전태일’이 대회장을 채웠다. 이들은 자신의 노동, 2020년 현재의 노동 현실이 담긴 팻말을 들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를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예년처럼 전국집중 대규모 대회를 여는 대신 여의도를 본무대로 하고, 서울 14개 거점에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대회를 개최했다. 본무대는 물론, 전국 동시다발 대회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진행됐다.

조합원들은 “반노동 개혁 역주행으로 치닫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ILO 핵심협약 비준 쟁취”의 결의를 높였다.

또, 여의도 본무대 앞에 온라인 방송 무대를 차리고, 본무대와 각지 대회 현장을 연결하는 온라인 방송도 준비했다.

▲ 코로나 방역수칙을 준수해 진행된 이날 대회엔 99인의 참가자와 작업모(안전모) 등이 등장해 현장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신했다.

본대회 30분 전 시작된 온라인 방송에선, 노조할 권리,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태일 3법 쟁취’가 절실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론노조 방송작가 노동자가 나와 “90%가 넘는 작가들이 프리랜서다. 정규직이 거의 없고, 프리랜서이지만 방송국의 지시를 받아 일하고, 시청률이 저조하면 그 책임을 지며 해고되기도 한다”면서, 노동자임이 분명함에도 근로기준법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더니 그때서야 방송국은 계약서를 쓰자고 말했다”며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의 의미, 노조할 권리 보장의 목소리를 높였다.

10년 전 복수노조 악법으로 노동3권을 빼앗긴 노동자도 화면에 등장했다.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 노동자는 “노조는 공기같은 존재”라고 말을 이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교섭권을 빼앗기고 노조의 쟁의행위도 금지돼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에서 쫓겨난 느낌”이라며 “노동조합의 권리, 단체협약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전태일 3법 중 하나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대표 발의하고 그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온라인 방송에 출연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의 죽음 이후 특별조사위원회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아 지금도 노동자들의 산재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전태일 50주기에 정치쇼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긴다면 당리당략에 끌려다니지 말고 국회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질타했다.

▲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2시가 지나 전국노동자대회 수도권 본대회가 개회됐다.

대회사에 나선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먼저 “올해는 코로나 등 겹친 어려움 속에서도 단결과 투쟁으로 많은 것을 해낸 해였다. 우리 자신만이 아닌 모든 노동자 민중을 위해 투쟁하며, 그 어렵다던 국회 10만 입법 청원을 돌파해 이젠 모든 이들이 ‘전태일 3법’을 외치고 있다”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악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민주노조의 뿌리를 뒤흔들고 우리 노동자들을 무장해제하겠다는 것으로, 말 잘 듣는 민주노총을 만들어 가진 자들의 탐욕을 마음껏 채우려는 의도”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노동악법 저지’ 투쟁에 일떠 설 것을 호소했다. “노동악법 통과를 막는 것이 승리다. 노동악법 저지 투쟁이 곧 전태일 3법 쟁취투쟁이며, 노동자 민중이 전진하는 과정”이라며 “50년 전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했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우리에게 ‘노동개악 저지하고 전태일 3법 쟁취하자’는 함성임을 명심하자.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열사의 마지막 당부를 민주노총이 앞장서 ‘노동악법 저지하고 전태일3법 쟁취하자’는 결의로 높여가자”고 힘줘 말했다.

▲ 대회사하는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대회사하는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이날 수도권 본무대의 백미는 50인의 노동자가 ‘전태일의 이름으로’, ‘전태일의 마음으로’ 전태일이 되어 벌인 50인 피켓 퍼포먼스다.

마이크를 통해 한명 한명의 노동자 이름이 호명되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피켓들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저항하고 있는 50인 노동자의 외침이 백만의 함성이 되어 전태일 3법 투쟁으로 나아가자는 결의가 담긴 퍼포먼스다.

“우리 기사들은 여전히 점심도 먹지 못하고 연장 근무도 인정받지 못하며, 회사의 과한 업무지시에 시달립니다.” _파리바게뜨 제빵사 서정숙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공장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가짜 사장이 아닌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찾고 싶습니다.” _현대위아비정규직 평택지회 구현수

“특수고용 노동자 차별 없는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 _가전통신서비스노동자 정숙영

“감염관리 사각지대! 근로기준법도 휴지조각!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 _병원 간접고용노동자 정소라

“학교 복도의 유령이 아닌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_방과후강사 노동자 김경희

“공무원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_공무원 노동자 최현섭

“코로나19 빌미로 먹튀한 진짜사장 이상직 처벌과 605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9개월째 투쟁” _이스타항공조종사 권경수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의 결의는 이들 50인의 입을 통해 “우리가 전태일이다. 전태일의 이름으로, 전태일의 마음으로, 전태일 3법 쟁취하자”는 외침으로 표출됐다.

민주노총 16개 산별연맹 위원장들도 조합원들의 결의에 화답하며 ‘노동법 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에 앞장서겠다는 결심을 영상인사로 전했다.

▲ 민주노총은 온라인 방송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 동시다발 결의대회를 중계하기도 했다.
▲ 민주노총은 온라인 방송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 동시다발 결의대회를 중계하기도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당사, 전경련, 경총 회관 등 서울 각 거점은 물론 대전, 세종충남, 충북, 전북, 광주, 전남, 대구, 경북, 울산, 부산, 경남, 강원,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된 대회는 민주노총 온라인 방송을 통해 각 지에 전달됐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따로 또 같이 전태일의 이름으로, 전태일의 마음으로 전태일 3법 쟁취와 노동법 개악 저지의 결의를 모았다.

서울 곳곳에서 투쟁을 벌인 민주노총 가맹 산별노조는 결의대회 후 “‘우리가 전태일이다’ 서울 행진”을 벌였다.

▲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대학노조, 민주여성노조,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정보경제연맹은 마포역에서 서울대회를 열고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대학노조, 민주여성노조,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정보경제연맹은 마포역에서 서울대회를 열고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 공공운수노조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아시아나케이오, 이스타항공 공항노동자 고용안정 쟁취와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 공공운수노조는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아시아나케이오, 이스타항공 공항노동자 고용안정 쟁취와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 금속노조는 서울 남부고용노동청에서 KBS 본관까지 행진을 벌였다. 대방역 인근 대오는 전경련 회관까지 행진했다.
▲ 금속노조는 서울 남부고용노동청에서 KBS 본관까지 행진을 벌였다. 대방역 인근 대오는 전경련 회관까지 행진했다.
▲ 건설산업연맹은 전경련 회관 앞에서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 계승 2020 수도권 공동행동’을 열었다.
▲ 건설산업연맹은 전경련 회관 앞에서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 계승 2020 수도권 공동행동’을 열었다.
▲ 사무금융연맹은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촉구하고, 현대캐피탈지부 현대카드-커머셜지부 단협 쟁취를 결의하며 경총 앞에서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 사무금융연맹은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촉구하고, 현대캐피탈지부 현대카드-커머셜지부 단협 쟁취를 결의하며 경총 앞에서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영등포역에서 ‘공무원, 교원노동자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열고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영등포역에서 ‘공무원, 교원노동자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열고 여의도까지 행진했다.
▲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은 노조할 권리, 죽지않고 일할 권리, 노동기본권 보장, 고용안정 보장 등의 요구를 내걸고 서울고용노동청 앞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를 비롯해, 샤넬코리아 본사, 신설설농탕 이태원점, MBK 본사, 한진택배 본사, 코웨이 본사,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결의대회, 기자회견 등을 열었다.
▲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은 노조할 권리, 죽지않고 일할 권리, 노동기본권 보장, 고용안정 보장 등의 요구를 내걸고 서울고용노동청 앞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를 비롯해, 샤넬코리아 본사, 신설설농탕 이태원점, MBK 본사, 한진택배 본사, 코웨이 본사,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결의대회, 기자회견 등을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이 내건 주요 요구엔 ▲노동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 외에도 ▲재난시기 모든 해고 금지 ▲비정규직 철폐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공공의료 즉각 확대가 담겼다.

한편, 민주노총은 대회를 앞두고 전태일 50주기 전국노동자대회 보급곡인 ‘기계가 아니다’ 노래에 맞춰 플래시몹 영상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등 온라인 실천을 벌이기도 했다.

▲ 민주노총 온라인 방송에서 전파를 탄 전국노동자대회 보급곡 ‘기계가 아니다’.
▲ 민주노총 온라인 방송에서 전파를 탄 전국노동자대회 보급곡 ‘기계가 아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2020 전국민중대회 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행진했다.

이날 혹시 모를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에 대응한다면서 경찰이 방패 무장을 하고 대회장을 둘러싸는 등 과잉대응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 이날 혹시 모를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에 대응한다면서 경찰이 방패 무장을 하고 대회장을 둘러싸는 등 과잉대응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 사진 :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설노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 사무금융연맹, 서비스연맹, 선현희 기자,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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