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정규직 노동자 민주노총 위원장 출마선언… 양경수 후보에게 듣다(1)

민주노총 10기 임원선거에 4개 후보조가 경합하고 있다. 현장 대의원부터 노조(지부·지회·분회) 위원장, 산별노조 위원장 등 저마다 현장 활동과 집행 경험을 앞세워 민주노총 10기의 청사진을 들고 조합원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이들 후보들 이력 중 눈에 띄는 후보가 있다. ‘제조·공공부문, 정규직, 대공장’ 출신의 위원장이 대부분이었던 민주노총에서 ‘최초 비정규직 출신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힌 양경수 후보다. 그는 4개 후보조에서 가장 젊은 후보이기도 하다.

‘백만의 힘, 거침없다 민주노총’을 핵심구호로 조합원을 만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양경수 후보를 서대문역 인근 선본 사무실에서 만났다.[편집자]

- 인터뷰 : 김장호 편집국장
- 정리 : 조혜정 기자

4개 후보조의 홍보 영상이 일제히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4일.
조합원을 만나고 인터뷰 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헐레벌떡 달려온 양경수 후보는 이날 나온 홍보 영상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촬영하는 날 바람이 너무 불어서 혼났다”고, “최대한 거침없으면서도 당당하게 걸어야 한다고 해서 많이 긴장한 상태로 촬영했다”고 했다. 자신도 젊은 후보이지만 젊은 노동자들, 예비 조합원들과의 촬영에 기운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선거운동 초반이라 그런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젊음의 기운을 그대로 뿜어냈다.

“100만의 조합원이 있는 민주노총이 이 힘을 어디에 어떻게 쏟을 것인가에 따라 노동자의 삶도, 한국사회의 모습도 많이 바뀔텐데 민주노총이 여전히 100만의 힘을 온전히 쏟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큰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목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내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는 마중물이 되어 보자’는 결심”으로 출마했다는 양경수 후보.

현장에 나가 “‘저도 비정규직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처음으로 비정규직이 나섰습니다’라고 인사하면 조합원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설레한다”면서 “내가 출마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는 그는 “이것이 민주노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운이자 힘”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핵심공약을 묻는 질문엔 ‘강력한 투쟁 준비’, ‘민주노총의 미래 준비, 국민 옆에 있는 민주노총’으로 집약했다. ▲전태일 3법 쟁취와 2022년 대선판을 뒤흔들기 위해 2021년 11월 제대로 준비된 총파업을 열고 ▲‘학교부터 민주노총, 동네마다 민주노총, 내 손 안에 민주노총’ 사업을 벌이는 것. 정규교육과정에 노동인권 교육 배치, 지역사회에서 민주노총 영향력 확대, 500만 명이 구독하는 민주노총 유튜브 채널 개설로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올해 말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내년 ‘전태일 3법 쟁취’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차기 집행부의 방도로 제시한 것 역시 ‘2021년 11월 제대로 준비된 총파업’이다. 1년간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동고동락하면서 조합원들과 신뢰를 쌓으며 준비를 다그치고, 총파업 성사로 대선판을 민주노총이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선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대안 제시, 그리고 지난 김명환 집행부 시기 사회적 대화에 대한 평가와 이후 참여 문제가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양경수 후보는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되겠지만 비대면사업의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할 것인가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이런 기술발전과 변화가 노동자들을 어렵게 만들고 일자리를 축소하는 것이 아닌, 노동시간을 줄이고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 더 안정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민주노총의 선도적인 역할을 역설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평가와 입장에 대해선 “단순하고 명쾌하다”면서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이 사회적 영향력을 일정 정도 확보하고 공평한 운동장에 설 때만이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며, “민주노총이 대화의 의제를 정확히 하고, 사회적으로 의제를 전파할 수 있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펼치면서 국민적 여론과 지지를 확산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자연스럽게 사용자와 정부도 교섭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으로 쟁취하지 못하는 것을 교섭으로 쟁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투쟁을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내년 보궐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정치 복원’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도 관심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각 진보정당에서 주축의 역할을 하고 있는 조건에서 진보정치 통합, 또는 ‘노동자당’, ‘민주노총당’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양경수 후보.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총파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던 것처럼 민주노총이 대선판을 주도하고 흔들 수 있어야 진보정당이 ‘민주노총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민주노총은 각 진보정당이 ‘노동중심성’을 명확히 하도록 견인하고, 엇나가는 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활동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이 ‘어느 정당이 정말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인지’ 옥석을 가려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차기 지도부 임기 3년 동안 해야 할 몫”이며, “이를 토대로 2024년 차기 총선에선 단일한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복원하는 내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이처럼 양경수 후보의 ‘내년 11월 제대로 준비된 총파업’ 의미와 목적은 ‘전태일 3법’ 쟁취, 코로나19 대안, 대선 준비, 민주노총의 미래 준비로 통하고 있었다.

아래는, 민주노총 3년 구상에 대한 양경수 후보의 답변 전문이다.

▲ 기아차 불법파견 투쟁 중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조합원이 농성을 끝내고 호송되고 있다. 양경수 당시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장이 그들과 앞에서 함께 했다. [사진 : 선본 제공]
▲ 기아차 불법파견 투쟁 중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조합원이 농성을 끝내고 호송되고 있다. 양경수 당시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장이 그들과 앞에서 함께 했다. [사진 : 선본 제공]

이번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동기는 무엇인가.
“민주노총은 기로에 서 있다. 100만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이 힘을 어디에 어떻게 쏟을 것인가에 따라서 한국사회는 많이 바뀔 것이다. 단순히 노동자의 삶, 민주노총의 변화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 민중들의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민주노총은 여전히 100만의 힘을 온전히 끌어내고 한곳에 집중시켜서 쏟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시기에 민주노총은 더 크고 강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지만 부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나 자신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고, 코로나시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을 하면서 많이 목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내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는 마중물이 되어 보자’는 결심으로 출마했다.”

100만 민주노총 시대가 열렸다. 이 위상에 대한 양적·질적 평가, 사회적 위치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인단이 95만 명이 넘는다. 울산광역시장 선거보다 유권자가 많고, 대통령선거를 제외하면 전국단위 선거 중 가장 큰 선거이기도 하다. 100만 조합원들이 양적 성장을 했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민주노총을 통해서 자기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100만이라는 숫자는 양적으로 많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맞다. 한국사회 노동조합 조직률이 11%다. 민주노총만 놓고 보면 5% 미만이다. 여전히 소수다. 지금도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양적·질적으로 더 성장시켜 사회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면 우리 사회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재 민주노총은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이 부족한지, 지금 민주노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민주노총의 가장 큰 장점은 1995년 창립 이래로 지금까지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삶을 위해 헌신해왔던 간부와 조합원들이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큰 힘이다. IMF도 거쳤고 금융위기도 거쳤고,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이 우리 사회 전반에서 노동자들을 옥죄어 왔지만 민주노총은 늘 그들의 앞장에서 그들의 편에서 투쟁하고 싸워왔다. 그것이 민주노총의 가장 큰 자랑이자 강점이다.

반면, 시대는 변했다. 출범한지 25년이 지났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로나 시대 등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민주노총은 과거 관행과 방식이 남아 있다. 문서로 회의하고, 문서의 양도 방대하다. 그렇게 회의하는 조직이 민주노총 말고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300쪽이나 되는 민주노총 중집자료, 이런 비효율성을 거둬내고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을 만들어가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최근엔 격렬한 투쟁이 많지 않다 보니 투쟁이 관성적으로 되기도 하고, 매뉴얼화 된 측면도 있다.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현안에는 치열하게 싸우고, 또 국민들에게 유연하게 다가가야 할 문제는 훨씬 더 풍부하고 유연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방식도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경기본부에서 대학생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면서 20살, 21살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민주노총에 대해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민주노총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머리띠 묶고 팔뚝질하고, 버스 끌어당기는 모습만이 영상으로 남아있다. 보수언론에선 ‘기승전 교통정체’, ‘기승전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의 요구를 우리가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길거리 현수막, 홍보물 나눠주는 정도인데 요즘에 기업체들도 그런 방법의 광고는 하지 않는다. 홍보방식도 풍부하고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민주노총이 청구서 내민다’고 말한다. 기분 나쁘지만 민주노총이 촛불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자부심도 가져야 하지만 민주노총이 해왔던 역할을 많이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영상을 바로잡아주고 민주노총을 국민들이 지지하고 엄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야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더 다양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

“2021년 11월 제대로 된 총파업”…
“학교부터 민주노총, 동네마다 민주노총, 내 손안에 민주노총”

이번 선거에서 양경수 후보 조가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공약 몇 가지만 설명해 달라.
“공약을 많이 내걸지는 않았다. 분명하게 해야 할 것 중심으로 정리했다.
우선, 내년 11월에 ‘제대로 준비된 총파업’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3월에 대선이 있다. 내년 9월이 예비후보 등록이다. 그때 이미 대진표가 짜여질 것이고, 하반기부터는 대선판으로 넘어간다. 이 시기 민주노총이 노동자 의제를 전면화해야 한다. 시기집중 총파업,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견인해야겠지만 덧붙여서 시점을 정해놓고 노동자, 민중들의 의제를 갖고 정식 총파업을 해보자는 거다. 1월 대대에서 의제와 날짜를 확정하고 1년간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뛰면서 조합원들과 신뢰를 쌓고 제대로 준비해 11월 총파업으로 대선판을 민주노총이 주도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것이 중심적인 공약이다.

두 번째는 “학교부터 민주노총, 동네마다 민주노총, 내 손안에 민주노총”이다.
노동자들이 독일을 많이 부러워 한다. 노동이사제가 절반이상 시행되고 있는데, 독일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에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노사교섭을 수업시간에 실제 진행해보는 교육에서 잉태된 것이다. 우리도 이것을 할 때가 됐다. 지금도 특성화고에선 노동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정규교육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배치해 학생 때부터 노동자에 대한 인식,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는 게 ‘학교부터 민주노총’ 공약이다.

‘동네마다 민주노총’은 이젠 기초생활단위로 민주노총 조직을 만들어 갈 때가 됐다. 양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무척 많은 사업장들이 존재한다. 경기지역은 31개 시군이 있는데 17개 정도 시에서 지구협의회 회의를 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야 같은 지역 생활권에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로 연계하고 일상적인 소통구조를 가질 수 있고 현안이 생겼을 때 연대하고 함께 싸울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사회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도 올라갈 것이다.

‘내 손안에 민주노총’은, 모든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20~30대가 가장 많은 정보를 얻고 있는 곳이 유튜브다. 그런데 아쉽게 진보적인 유튜브 채널이 많지 않다. 100만 조합원 중에 500만 명이 구독할 수 있는 유튜브를 만들면 공중파 방송 부럽지 않고, 민주노총 영향력도 가질 수 있다. 민주노총 사업을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민주노총을 통해 전파하는 것이다. 스튜디오도 만들고 PD도 뽑고 전문적인 민주노총 방송국을 개설하겠다는 것이 ‘내 손 안에 민주노총’ 내용이다.”

▲ 양경수 선본 홍보물 일부.
▲ 양경수 선본 홍보물 일부.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관련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말해달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줄 땐 11조 들었는데, 기업들에겐 3년에 걸쳐 금융 혜택 등등 25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올해 국방예산만 해도 53조 원이다. 전국민에 300만원 줄 돈을 무기 사는데 쓰고 있다. 우리 세금을 이렇게 쓰니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정부의 지원과 대응책은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입안해야 한다.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도 경기도는 시마다 적용대상이 달라 불만이 많았다. 어떤 시는 학습지 교사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어떤 시는 주지 않았다. 항의하면 ‘지자체가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컨트롤타워도 없고 경기도, 노동부는 모르겠다고 한다. 지원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적재적소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뉴딜 정책은 자유주의경제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과거의 뉴딜정책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복지예산을 늘리는 방식이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노동조합 할 권리가 같이 상승되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시한 노동개악안만 봐도 그렇다. 며칠 전에 광주에 다녀왔다. 금속노조 호원지회는 자동차 프레스를 제작 하는 곳인데 이미 문재인표 노동개악이 적용되고 있었다. 지역본부, 지역 산별노조 간부들이 현장에 들어가지 못해 철문을 사이에 두고 집회를 했다. 산별노조 간부 현장 출입을 회사가 막고, 농성을 위해 천막을 쳐도 회사에서 업무방해로 가처분 신청을 해 천막을 구석에 옮겨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노동개악은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뉴딜을 하겠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단협 유효기간 연장, 산별노조 간부 출입제한, 쟁의행위 금지 등으로 무장해제 시키겠다고 한다. 한국형 뉴딜은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였지 내용은 노동권을 제약하는 아주 빈약한 내용이다. 노동권을 약화시킨다고 해서 ‘한국판 뉴딜’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코로나19로 경제가 심각해지고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사업 확장 등 산업 전반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생각인가.
“코로나19는 언젠가는 종식되겠지만 비대면사업의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비대면 사업이 활발해지고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술발전은 인간의 노동력을 훨씬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한 구조와 방향으로 흘러왔다. 전 세계 생산력을 다 합치면 모두가 일본의 중산층 정도의 삶을 살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부의 분배만 명확히 하면 된다. 기술력의 발전이 노동자들을 어렵게 만들고 일자리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고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 더 안정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요즈음 플랫폼 노동이 많아지고 있다. 도발적인 상상을 해봤다. 플랫폼 노동이 왜 사용자를 찾으려고 아글타글 해야 하는지 고민이 든다. 우리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가 갖고 있는 폐단을 잘 알고 있는데, 플랫폼 노동에서 전통적인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 생산수단, 플랫폼이라는 매개체를 공적 소유로 전환하면 종속되지 않는 노동, 자유로운 노동을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플랫폼 노동이 어딘가에 종속되어야 하고 사용자를 특정하고 그들과 임단협을 체결해야 하고… 이렇게 예전의 틀에 지금의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꿰맞추려고 하니 엇박자가 나기도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도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시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들을 과거의 틀에 맞춰 전통적인 노사관계에 꿰맞출 필요가 있는가. 민주노총이 연구를 많이 해봐야 할 부분이다. 오히려 ‘플랫폼의 주인’이 되기 위한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한다. 중개수수료를 받는 사용자, 수수료를 그들에게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 소유한다고 하면 모두가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 이를 상상 해보고, 시도 해보고, 연구도 많이 해볼 생각이다.”

민주노총이 ‘전태일 3법’을 위한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전태일 3법’이 주장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시행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올거라 예상해 본다. 사회적으로 산업재해 문제, 사람이 죽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노조법 개정 문제는 차기 지도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 두 법안도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대부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사회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여내고, 조직률이 높아짐에 따라 노동자들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는 무척 중요하다. 또, ‘노조법’에 대해 ‘노동조합 할 권리’로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한 축으로 중요한 것은 노조법을 개정해서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교섭하고 직접 투쟁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연다는 데 있다. 전면적인 활동을 통해 쟁취해야 한다. 내년 민주노총 11월 총파업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이 전태일 3법을 온전히 쟁취하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조합원들과 아직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 농민과 빈민, 전체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노총 총파업이 된다면 전태일 3법은 내년 중에는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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