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하늘길, 다시 날고 싶은 노동자(1) - 이스타항공

코로나19로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이 악화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항공산업. 그 직격탄은 항공산업 노동자들에게 돌아왔다. 그들의 생존권 문제가 심상치 않다.
위기가 닥친 원인엔 코로나19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내막을 살펴본다.[편집자]

1)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이유가 궁금하다
2) 아시아나항공, ‘제2 국적기’가 어쩌다가…
3) 대한항공, 남매의 난 속에 감춰진 부채와 위기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수년간 수십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1600여 명의 직원 규모로 성장해 온 국내 5위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

그러나 지난 1분기 자본총계는 –1042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국제선 운항 중단(셧다운)에 이어 국내선도 운항 중단에 들어가 이스타항공은 7개월째 매출 제로(0)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레 제주항공과의 매각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을 발표하고, 지난 3월 주주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산업의 첫 인수합병(M&A) 시도를 지난 7월 해제했다. ‘체불임금 250억 원을 포함한 1천억 원 가량의 미지급금 해결’이라는 선결조건을 이스타항공이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즉, 이스타항공의 빚을 짊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8개월째 임금체불, 그리고 정리해고… 코로나 탓일까?

지난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회사의 어려움에 3~6월까지 임금의 25%(운항직 36%)를 삭감하는 고통분담안을 제시했지만 회사는 임금의 40%만 지급하고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리스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항공기들을 반납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섰고, 인턴 등 계약직, 지상조업 노동자, 희망퇴직 등 5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체불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제주항공이 매각에서 손을 떼면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 반납’까지 요구했다. 부채급증과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진 꼴이다.

정부는 항공여객운송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휴업수당의 최대 90%까지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었지만 정부 지원을 스스로 포기하고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밀어붙였다. 노동자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순환무급휴직’ 제안했지만 거부했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코로나19 타격을 받기 전, 이스타항공이 위기에 빠진 원인, 매각 이유에 대해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경영부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스타항공은 미·중 간 사드·무역 갈등, 일본불매운동 등으로 여객이 급감하던 2017~2019년에 직원들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중국노선을 늘리고, 수습 부기장(80여 명) 및 승무원을 대거 채용했다. 심지어 4~5명의 승객을 태우고 중국노선을 운항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딸이 이스타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지난 9일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노조는 “대주주로서 이상직 일가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거액의 매각대금 챙기기에만 골몰했다”고 지적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포기하고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운항 중단(셧다운)’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뛰어들었던 제주항공.

국제선 이용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로 급감했지만 국내선 여객은 46%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점차 반등 중이던 4월, 다른 항공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내선을 증편했지만 유독 이스타항공만 한 달간의 셧다운에 이어 셧다운 연장을 발표했다.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 말고는 이유가 없었고, 이스타항공 셧다운 덕에 제주항공 탑승률은 높아졌다.”

▲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뉴시스]
▲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뉴시스]

이스타항공 인수 노리던 제주항공의 속내는?

인수 협상과정의 내막을 살펴보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던 제주항공 탑승률이 높아지고, 이득을 챙긴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

노조는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고의로 파산시켰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 항공교통심의위원회는 25개 노선 운수권을 배분했고, 그중 11개 노선을 제주항공에 몰아줬다. 특히 위원회는 제주항공에 2배 가까운 지역으로 운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노선을 증편하며, 해외거점에서 타국으로 승객 유치가 가능한 이원5자유 및 중간5자유 운수권을 독점 배분했다. 제주항공으로선 엄청난 특혜를 받은 셈이다.

매각 양해각서(MOU) 체결 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국내선 운항 재개에 대해선 계속해서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주장했고, 직원들의 체불임금에 대해선 ‘딜 클로징 후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수 막판 제주항공은 주주매매계약 체결(3월) 이후 발생한 부채까지 이스타항공에 갚으라고 했다. 지난 3월 제주항공 사장과 이스타항공 사장의 통화녹취록을 노조가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전면셧다운을 지시했고, 임금체불과 미지급금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정황에 대한 증거다.

제주항공은 7월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해제를 공시했고, 특혜는 챙겨갔다. 이 제주항공은 애경산업 소유다. 주주매매계약 당시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현재 에이케이(AK) 홀딩스 사장이다.

▲ 지난 7월, 투쟁하는 이스타항공 노동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 7월, 투쟁하는 이스타항공 노동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리해고, 또 정리해고…

반면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재매각을 추진하며 인력감축 방안을 발표해 또한번 ‘대량해고’를 예고해 왔다. 9대의 항공기를 반납한 데 이어, 추가로 8대를 더 반납해 6대로 운영하겠다는 것, 6대 운항에 필요한 400여 명을 제외한 700명을 추가로 정리해고하겠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실소유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2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의원의 자녀들이 보유한 이스타홀딩스 주식 가치는 3000만 원에서 168억 원으로 뛰었다.

노조는 이상직 의원 일가가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을 위해 편법을 부린 것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10월30일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설립됐으며, 회사 설립 당시 아들은 17세, 딸인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26세였다. 노조는 이 의원이 자신의 자녀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타홀딩스에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 대여(100억), 선수금 지원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창업 후 경영에서 손을 뗐다던 이 의원이 편법 상속을 위해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교묘히 빠져나간 조세포탈죄에 해당한다며 이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영진은 부실경영과 코로나19로 인해 덮친 위기까지 임금 삭감, 순환무급휴직 등 고통분담의 손을 내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거부한 체 8개월이 넘도록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쌓인 부채와 회사를 다른 회사에 매각하기 위해 인수할 기업의 입맛에 맞춰 ‘수익노선 운항중단 → 항공기리스 반납 → 항공기 축소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강변 → 구조조정 진행’ 각본에 노동자들은 거리로 떠밀려 났고, 새로운 인수기업 선정을 앞두고 또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결국 지난 7일, 605명도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불과 8개월 전까지만 해도 21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1,680명이 일하며 연매출 5천5백억 원을 올리던 이스타항공이 5대의 항공기를 운항하며 노동자 3분의 2를 해고하고 570여 명이 일하는 항공사가 되려 한다. 항공기 반납이 완료된 뒤에는 정비인력에 대해서도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 지난 7월29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 7월29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 : 뉴시스]

이스타항공은 다른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회생보다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몇 개월 사이, 아니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남아있는 노동자까지 이스타항공 1600여 명의 노동자 무더기 실직 위험에 처해질 상황이다.

경영부실 책임은 오간 데 없고, 코로나19를 핑계로 정리해고를 통해 인력을 줄이고, 매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또 정리해고 단행. 노동자들이 잘려나가는 사이, 거액의 매각대금을 챙기길 바라는 경영진, 인수과정에서 특혜만 얻고 손 놓아버린 기업의 모습과 정리해고 칼바람을 맞은 노동자들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기업해체 수준의 정리해고까지 강행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실업대란의 물꼬를 트는 사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15일, 서울 종로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대량정리해고 사태 정부여당 해결’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자 정부여당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 뉴시스]
▲ 15일, 서울 종로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대량정리해고 사태 정부여당 해결’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자 정부여당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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